아문센과 스콧 - 지구의 끝을 정복한 두 사나이 위대한 탐험가 1
피에르 마르크 지음, 블라디미르 노박 그림, 배정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각 대륙의 최고봉, 히말라야 8좌, 남극점, 북극점을 포함한 지구상의 게 극점을 정복하는 것이었던가?)을 달성한 박영성대장의 북극점탐험원정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었다. 북극점만 도달하면 박대장의 평생의 위업이 달성하는 순간... 그러나 인간이 자연의 최고의 극한상황 앞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란... 지켜보는 내내 너무나 가슴졸였던 기억이 났다. 남극점을 정복하는 것은 혹독한 눈보라를 비롯한 나쁜 기상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상상태는 좋을지 몰라서 얼음이 녹아 끊임없이 바다에 빠져야하는 유빙으로 된 북극이야말로 최대의 난관이었던 셈. 박대장팀은 최신장비와 여러 해 동안 숙지한 베테랑의 노하우가 있었다 해도 극점... 이란 참으로 가혹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아문센과 스콧이 경쟁하던 그때의 상황은, 1912년의 그 세기의 대결의 실상은 지금의 과학적인 장비며, 극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도 전무했던, 도전의식 하나만으로 극과 정면으로 맞서야했던 가혹한 때가 아니었던가. 에스키모를 모방한 파카와 극지방에서 믿을만한 동료인 썰매개, 때로는 제어하기 힘든 말까지... 식량지원하러 오는 원조헬기 대신 돌아올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두어야하는 식량저장소, 극이 제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까지 인간을 참으로 원초적인 도전을, 피투성이가 되면서까지 계속해온 것이다.  

아문센은 노르웨이의 호전적인 뱃사람출신으로 고국의 선구적인 탐험가 난센의 영향을 받아 극탐험가를 꿈꾼다. 염원했던 북극점을 도전하려다 피어리가 먼저 정복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없이 남극점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결단력. 그의 거침없는 직관과 카리스마는 남극점으로 가는 탐험대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스콧은 영국의 해군출신의 탐험대장이었다. 다소 융통성이 부족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능력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그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아름답다고 기억된다.  

아문센은 스콧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극정복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잘 알고 있던 노련가 전문가였기에 누구보다 먼저 미지의 땅에 노르웨이기를 꽂을 수 있었다. 스콧은 그 가열찬 행군 속에서 위태위태 전진하다 마침내 도달한 그곳, 노르웨이기가 꽂힌 극점을 망연히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빠르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아문센과는 달리, 스콧의 귀로는 비참하고, 비참했다. 패배의식,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식량부재, 죽어 가는 동료, 기약 없는 구조소식, 혼자 남게 된 처절한 고독, 가족.... 가족! 스콧은 아문센처럼 성공적인 극탐사를 마칠 수 없었다. 돌아오던 길에 하나둘씩 죽어나갔던 동료들을 바라보던 마음은 어땠을까. 다시는 가족과 해후할 수 없다는 깨닫음의 처연함이란. 겨우 삼십킬로미터만 가면 일톤저장소(일톤쯤 되는 많은 양의 식량을 저장한 간이저장소)에 도착할 수 있는데도, 그는 먼저 죽어간 싸늘한 동료의 시신을 옆에 두고 그렇게, 그렇게 눈을 감아야했다.  

세계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최고의 탐험가 아문센! 그의 영광의 길에 언제나 패배자로 뒤따르는 불운의 스콧, 그러나 그런 평가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누구보다 빠르게'를 모토로 전진한 아문센보다 '학문적 진지함'으로 진중한 탐험을 택한 학구적인 스콧 덕에 남극의 비밀은 거의 다 알려지게 된다. 후일 후진들의 극도전에 안전한 길을 열어준 것은 비운의 이인자, 역사는 기억해주지 않는 패배자, 스콧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문센과 스콧의 1912년의, 전설적인 남극점탐사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평전이다. 누구의 업적을 미화하거나 저평가하기보다, 한발 물러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다시 한번 이 무한도전이 부른 결과와 영향을 차분하게 서술해나간다. 어느 누구도 패배하지 않은 경쟁, 아문센과 스콧은 비교할 수 없을만한 독보적인 행보로,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극탐험가들의 역할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실패 속에서 그 참된 과정의 피흘림을 재발견해낼 때가 온 것이다.   누구도 지지 않았던 경쟁. 인간은 자연의 광포함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존재의 자취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한계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가치전환을 맞이해야 하는,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누구도 지지 않은 경쟁은, 모두가 승자인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 <아문센과 스콧>을 통해 배운다.  

극탐험가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며, 극지방에 서식하는 동식물군을 소개하는 쉬어가는 페이지 또한 이 책을 특별하게 한다. 평전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과학적이며 체계적으로 풀어주는 탐험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는 안내서로서의 역할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영예로운 이름을 떨치며 살아갔지만, 북극에 낙오된 원정대를 구하러가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게 된 아문센의 최후와 생명줄을 삼십킬로미터 앞두고 홀로 죽어간 스콧, 남극과 북극이 끝내 돌려주지 않았던 두 위대한 거인의 어깨를 딛고 선 우리의 나약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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