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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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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점

 

 

'엄마'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 내가 어린 시절에는 엄마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조금 자라고 나서 사고하는 능력이 생길 때면 엄마라는 존재를 밀어내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엄마는 나의 삶을 재미없고 지루하게 만든다. 나에게 밥 먹어라, 씻어라, 일찍 자라, 공부해라,,, 라는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말이다. 내가 자랄수록 엄마는 늙고 병들어 간다. 하지만 내가 자라는 사이에는 엄마의 시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내가 나의 시간을 누리기 시작할 때쯤에 엄마의 시간이 폭발물처럼 터지고 만다. 엄마의 몸 이곳저곳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엄마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엄마가 어린 나를 돌봐준 것처럼, 이제는 나도 엄마를 돌볼 차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거꾸로 된 상황이 내게는 너무나 어색하기만 하다. 엄마는 언제나 '위대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결국 깨닫게 된다.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처럼 자신의 엄마를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픔과 엄마오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아주 옛날에 할머니가 편찮으셨던 기억이 자꾸 괴롭게 떠올랐다. 엄마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늚음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늙으면서 죽어야 하는 걸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하나의 뉴스를 접했다. 안락사를 허용한 유럽의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요양원에서 간호사로서 늙은 사람들을 돌보아 왔던 한 여자가 늙고 병들기 전에 안락사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자녀가 모두 자라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게 된 후에 남편의 동의를 얻어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그 여자는 늙고 병든 사람들을 계속 보아 왔기 때문에 자신은 남에게 도움이나 간호를 받기가 절대로 싫었기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 여자의 선택을 응원해 준 남편과 자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도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노후 대책이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늙고 병들어 고생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의 목숨이 아니라 부모님의 인생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인식이 되었다. 유교 사상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보다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불효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츠하이머 질병, 즉 치매가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도 있었듯이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나의 기억'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억이 점차 사라진다니? 그러면서 아주 사소한 것도 잊어 버리면서 결국 '한 사람'으로서 구실을 못하게 된다니,,,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고생시킬 것이라면 먼저 죽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게 아닐까? 그것이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는 것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필자인 리베카 솔닛은 엄마와 살면서 계속 마찰을 겪어 왔다. 서로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며 너무나 연약해 지셨다. 엄마를 간호하게 되면서 감정적으로 쌓여 있던 좋지 않았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엄마의 사건을 겪으며 필자는 자신의 인생에 화해를 건네며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랜드캐년에서 리프팅을 탈 수 있는 제안에 '네!'라고 답한 순간이었다. 나도 그 순간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는데,,, 내게는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필자인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적 글쓰기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고 있고, 곁가지로 자신의 읽기, 쓰기, 고독함 등의 인생에 대한 개인적인 사유가 적혀 있었다. 그러한 사유들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급하게 읽는 독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읽는 '느린 독서'를 추천하는 책이었다.

 

끝없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이 곳'에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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