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두의 우연한 현실 사계절 1318 문고 54
이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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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의 현실 속에서

 

 

우주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주의 신비를 거의 풀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우주 이론 등이 등장하였다. 평행우주나 초끈이론과 같은,,, 그 이론들을 하나 하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이론들의 바탕 생각이 예술 작품에 반영 되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큰 흥행을 기록한 <인터스텔라> 등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이론에 관한 그 어려운 영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로간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여러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평행우주 이론이 담긴 <영두의 우연한 현실>일 것이다. 현대 물리학이 고도의 과학자료와 가설에 근거해 성립한 다중우주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포함하여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평행우주, 즉 다중우주는 '나'의 다양한 삶이 존재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 말은 곧 무수히 많은 양자적 다중우주에는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다른 역사와 다른 운명, 그리고 다른 결정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상만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가설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성 있는 현대 우주론의 하나라고 한다. 이러한 현대 우주이론이 문학 속에서 담긴 예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전에 읽은 <프랙처드, 삶의 균열>도 이러한 다중우주 이론이 반영된 문학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고! 그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사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불행한 상황 속에 있다면 우리는 다른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소망이 반영된 책으로,,, 현실과 환상이 시간의 틈새로 혼재되어 간다. 대체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옛날 장자는 자신이 꿈을 꿔서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꾼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자와 나비는 결국 생명의 근원으로 살펴보면 결국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쨌든 다중우주 이론은 결국 어느 시공간에 존재하는 '나'도 결국 '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시공간에 존재하는 '나'의 기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이지만 서로 다른 '나'가 된다.

 

<영두의 우연한 현실> 속 영두도 아파서 자고 일어났는데, 자신의 현실과 다른 '자신'의 삶이 겹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우연히 알게 된 '편의점의 뒷문'은 그 시공간을 드나들 수 있는 통로였다. 하지만 그 뒷문이 어느 시공간으로 연결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면서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험의 통로였다. 만약 내가 그런 통로를 알게 된다면 그 통로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바로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의 삶을 버려두고 또 다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삶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 외에 <빨간 신호등>은 한 청소년 남자 아이의 시선으로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특히, 자신은 사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남자 아이의 환상에 기대어 그려내고 있었다. 성폭력 문제는 대부분 여성의 입장에서만 다루게 되는데, 남자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청소년 남자 아이들이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야동만 볼 게 아니라 이 단편집을 보면서 여성,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연애라면 이론에만 뛰어난 한 여고생의 소심한 연애를 담은 <어떤 실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가 가족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그가 남긴 것>, 외계생명체의 출현으로 지리멸렬한 일상을 탈출하게 되는<로스웰주의보> 등이 실려 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청소년소설에서 다양한 소재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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