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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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민감한 털문제_누구를 위한 털인가?

 

 

'털'은 청소년들이 아닌 그 누구라고 해도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털! 그것은 누구를 위한 털인가? 많은 사람들이 털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기도 했다. 대체 털이 무엇이기에 그랬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열일곱 살의 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듣고 사람들은 많은 상상력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이성에 관심을 갖는 민감한 청소년 시기의 '털'이라고 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자기만의 털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막상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내용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는 감상을 듣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은 9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그리운 추억을 선사할 만한 책이었다. 요즘의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올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말 옛날보다는 학생들의 인권이 많이 높아진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10~2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는 '두발 규제'란 것이 있었다. 남자들은 머리를 짧게 깎아야 했고 여자들은 귀밑으로 가까운 단발머리를 유지해야 했다. 머리를 기를 거라면 학교의 허락이 필요했고 반드시 머리를 묶고 다녀야 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인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차원에서 머리 길이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고, 최근에는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하는 것도 조금씩 허용해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

 

어른들은 학생들의 머리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지금 들으면 정말 어이없는 말이지만 그때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야 하는 것이 학생들의 본분이었다. 머리를 어떻게 하든 공부할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고, 다른 길을 찾은 아이들은 그것에 몰입해서 열심히 할 것이다. 그때가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그것은 모두 어른들의 욕심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일호는 개화기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발소 손자이다. 일호가 다니는 오성고에는 바리깡을 들고 학생들의 두발을 단속하러 다니는 학생부장 선생님이 있다. 일호는 처음에는 머리를 아주 모범적으로 자른 학생이었지만, 우연히 학생의 머리를 불로 태우려는 체육 선생님을 보고 폭발하고 만다. 그때부터 일호는 두발 규제 폐지를 위한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학생들 몇 명을 모아 시위를 벌이게 되는데,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바로 발각되고 만다. 그리고 정학을 맞게 되는데, 집을 나가 20년 만에 들어온 아버지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일호는 학교 앞에서 1인 피켓 시위까지 하게 되는데, 결국,,,

 

우리나라에서 100년 된 가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래된 전통보다는 새로움을 더 추구해 온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옥이나 음식, 생활 방식 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에게 '역사'는 잊어버리고 지워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겠지만 많이 씁쓸하고 아쉽다,,,

 

옛날 개화기 시대에는 '단발령'이 내렸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부모님들에게 받은 신체를 훼손할 수 없다며 그 명령에 자신의 목숨을 내걸며 저항했다. 개화기 시대에는 그런 머리털을 자르려고 했던 이발소에서 몇 백년이 지난 지금에는 머리털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손자를 보면서 뭔가 인생의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우리에게 '털'은 그냥 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어야 할 '그 무언가'가 있을까? '그 무언가'를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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