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로운 영혼, 삐삐 롱스타킹!

 

 

몇 주 전에 읽은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를 읽고, 다시 읽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다. 사실 아주 옛날에 어렸을 때 읽은 책이라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삐삐가 말괄량이였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생각날 뿐이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말괄량이 삐삐'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자라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현재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 규제에 감싸여서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칙은 필요하다. 하지만 열심히 놀고 뛰어다녀야 할 아이들에게 "안 돼!"라는 말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아이들이 불행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들어 나만의 입맛에 맞게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인 여러 이유들이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면 층간 소음을 고민해야 하고, 밖에서는 함부로 뛰어 다니지 말아야 하고, 집안에서는 물건들을 어지럽히지 말고 얌전히 놀라고 신경써야 한다. 이렇게 고민하게 많은 상황에 혼자 살고 있는 삐삐는 얼마나 행복할까? 게다가 못된 사람을 혼내줄 정도로 힘도 쎈 아이이니 말이다.


삐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이다. 어른의 보호 없이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먹을 것도 혼자 차려 먹고, 집을 치우는 것도 혼자서 해낸다. 그래서 경찰이 와서 보호를 해주려고 하거나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자신이 선택하기 전에는 어른들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하는 삐삐를 보는 또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삐삐는 아주 멋져! 나도 삐삐처럼 자유롭게 내 맘대로 하고 살고 싶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공부에 짓눌리게 되어 너무나 불행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삶을 꿈꾸기 보다는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게 된 아이들,,, 아이들은 어느새 말썽부리는 방법도 잊어버리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말썽'은 '노는 방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우리의 각박한 현실에 막혀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알려주기에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내가 너무나 지쳐서 아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해 줄 기운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얌전하게 좀 있으라고 소리쳐 버리는 것이다. 내 상황이 힘들어서 말이다.


이렇게 우리도, 아이들도, 즐겁게 노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삐삐처럼 맘대로 하면서 살고 싶고 놀고 싶어졌다. 돈도 많고 힘도 쎄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라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삐삐'가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꿈꾸는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더 많은 규제 속에서 답답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으로 문학적 위로를 전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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