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 하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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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록하려는 자들의 사명

 

 

제목에 '왕을 기록하는 여인'이라고 한 점이 조금은 아쉽다. 역사 로맨스였다면 정말 역사 로맨스 쪽으로 완전히 가버리든지, 역사서로서의 문학이라면 정말 '사관'의 사명과 투쟁을 더 중심으로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건 로맨스이면서도 역사서였는데,,, 오히려 로맨스가 역사서의 순수한 측면을 잃어버리게 만든 건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남장 여인을 조금 더 미스터리하게, 그래서 궁궐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했어야 했다.

 

책 자체는 '왕을 기록하는 여인'인데, 남장 여인이 정작 왕을 기록하는 것은 딱 한 번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예 세조와 공신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적으려는 것을 사관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랬다면 이 책에 나오는 사관의 역할, 사명, 역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절실하게 다가올 듯 했다.

 

마지막에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 애썼던 무리들에게 "왜곡된 역사도 역사다."라며 그러한 왜곡된 역사도 나중에는 그에 대한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세주의 말이 다가왔다. 지금 그렇게 역사 교과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무모한 행동도 나중에 그 나름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는 이긴 자들의 것이 된다. 하지만 패배한 자들의 역사 또한 이긴 자들의 역사 밑에서 숨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게 올바른 역사인지 보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정해진 것이다. 역사를 국정 교과서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어쨌든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 붙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어떤 역사가 적히더라도 그 역사를 바르게 볼 수 있는 '나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세주와 은후와는 깊은 인연이 있는 사이였다. 그들은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당시 권력자들에 의한 역사 기록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대부분은 권력자들의 입맛대로 씌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자리를 찬탈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역사를 그렇게 지우고 싶었던 세조도 모든 역사를 깨끗이 삭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한 한계일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는 우리에게는 더 잘된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관들의 사명감을 엿볼 수 있고, 자신들의 과오를 남기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의 습성을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하기에 좋았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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