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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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좋은 문학이란 무엇일까?

 

 

'문학'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조선 시대에 많은 양반들은 '소설'을 인간의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안좋은 것이라고 여겼다. 김만중의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 같은 경우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조는 소설 문체까지 쓰지 말라고 벌을 줄 정도로 패관잡기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려고 애썼다. 그렇게 애썼어도 결국 조선 후기에는 소설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설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소설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시대나 1970~80년 대에는 사회에 참여해야 하느냐, 문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하느냐,,, 많은 논쟁이 일기도 했다. 어쨌든 많은 책들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소설들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문학의 고전을 다시 일깨우면서 상업화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소설을 읽는 기쁨을 주려는 곳이 바로 '오 봉 로망'이라는 서점이었다. 나도 청소년기에는 책만 쌓여 있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하루 종일 읽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래서 '오 봉 로망'이라는 서점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 주변에 이런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들어진 '도서정가제'라는 법이 있다.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법의 취지는 영세한 서점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너무 싸게 팔아서 영세 서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거의 사라져 버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영세 서점에 도움이 되는 것도 거의 없이,,, 책의 판매량만 더 낮아지고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읽는 수치도 더 낮아졌다고 한다. 책을 더 읽으라고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책을 사려는 욕구마저 뚝 떨어지게 만드는 저 법이 폐지되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도 영세 서점들이 어떻게든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도 떠돌았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기획한 이벤트도 재미있었다. 네 가지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그 중의 하나를 주문하면 그에 맞는 책들을 서점 주인들이 골라서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책을 받는 사람이 어떤 책이 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호기심과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영세 서점들의 다양한 이벤트나 온라인 책 판매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이 책에도 나와 있어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오 봉 로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뿌리게 되면서 점차 책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책이 선정되지 못한 반대편 사람들에게 소위 말해 '안티'가 생기기도 했는데, 좋은 책들을 선정하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든 책을 팔려고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대립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었다. 책 문학 시장이 돈이 되는 세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재기를 통해 일부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걸 보면,,, 문학 시장도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저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소설을 추구하려는 '오 봉 로망'의 취지는 조금씩 세계 여러 곳으로 뻗어 나갔다. 이러한 주요 줄기 외에도 서점을 차린 이방과 프란체스카, 그리고 이방이 사랑한 아니스의 이야기가 조금씩 곁가지를 치고 있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마지막에 나오는 '나'라는 존재였다. 이 책의 처음과 중간 부분은 3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마지막 부분에 1인칭 주인공 시점인 '나'가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그 존재는 '아니스'였는데,,, 앞에는 아니스가 3인칭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갑자기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책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 책을 사게 만드는 이벤트나 마케팅이 그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책 자체를 좋아하고 좋은 소설을 서로 읽고 추천해 주는 무리들은 소수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을 수놓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듯이, 즐거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프랑스 소설이나 유명한 고전, 작가들의 이름들을 배경지식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게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 예스24 예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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