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쟁탈기 보름달문고 63
천효정 지음, 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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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아이의 영악한 사랑 쟁탈기

 

 

사춘기에 들어서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어느새 사춘기가 빨라지다 못해 초등학생들이 사춘기를 겪고 있다. 그러면서 동화의 세계 속에서도 연애 얘기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동화에서와 달리 쎄라는 어른처럼 영악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쎄라는 사립 명문 학전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쎄라는 전학 첫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산된 옷차림에 인사, 말투, 행동거지 등을 모두 계산하여 움직인다. 그리고 반에서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내서 그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그렇게 쎄라의 학교 생활은 평탄하게 흐를 것이라 생각되었다. 쎄라는 여기에다가 예쁘기까지 했던 것이다.

 

쎄라의 가족은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아빠와 얼굴이 예쁜 엄마가 있었다. 그들은 한달에 한번은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전시회를 관람한 이후에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음식을 시켜 먹는 시간을 보냈다. 서로에게 그때가 되어서야 서로에게 형식적으로나마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한마디로 겉으로는 너무나 멋지고 화목한 가족으로 보이는 쇼윈도 부부였던 것이다. 쎄라가 시니컬한 소녀가 되었던 것도 이런 부모님의 허울 좋은 관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동화책 속의 여주인공 같지 않게 쎄라는 정의롭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첫눈에 반한 '명구'의 마음에 얻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의 감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명구 곁에 있어 왔던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서 조금 모자란 명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쎄라가 자신이 모든 인간관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영악하게 굴지만 결국은 친구 문제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울기도 하면서 다른 사라에게 의지를 하는 등의 여린 면모도 보인다.

 

그래도 쎄라는 '사랑'에 있어서 당당하다. 그래서 자신의 첫사랑을 '쟁탈'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성 간에 서로 호감을 보이며 설레는 풋풋한 감성이 판을 치던 옛날의 세계관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옛날 동화에서는 서로 첫만남에 호감도 보이고 숨기도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수줍어 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요새는 "사귀자!"라는 말에 바로 사귀고 헤어지기도 금방이다. 어린 아이들의 '사랑'은 LTE급 속도를 보이는 것 같은데,,, 이성 친구든 동성 친구든 서로 투닥투닥거리며 성장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쎄라의 사랑은 어린이들만의 풋풋하고 수줍어 하는 귀여운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쎄라는 나름대로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자기만의 사랑의 방정식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쎄라는 부모님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 결말이 조금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가정의 불화를 속으로 삭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과 쎄라의 모습이 훈훈해 보이기는 했다.

 

쎄라가 부잣집 소녀로서 드라마나 연애 소설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어쨌든 앞으로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의 '좋아하다'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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