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처드.삶의 균열
대니 앳킨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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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의 삶을 꿈꾸다

 

 

나의 삶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 균열 속에서 나는 전혀 다른 삶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게 진짜 나의 삶일까?' 더 이상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왜냐면 그곳에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삶을 어느 누가 포기할 수 있을까? 그걸 포기하고 불행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행복을 붙잡을 수 있었다. 누구나 꿈꿀 것이다. 지금 나와는 다른 삶을 말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 책도 최근 우리나라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회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회귀 소설은 어떤 주인공이 한번의 인생을 살다가 죽게 되는데, 어떤 이유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살아가게 된다. 이런 회귀하는 삶의 장점은 자신이 전의 삶에서 저지른 잘못을 지금의 삶에서는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를 갖는 것인지 우리는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은 한번의 삶으로 끝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한번의 삶 이후에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 불교에서도 전생과 후생이 있지만 그것은 지금 내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은 오직 단 한번만 살 수 있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많은 유혹에 시달리는 어리석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 이후에 후회를 하게 될 때가 많다. 조금만 더 이렇게 할 걸, 아니면 다른 걸 선택할 걸,,, 이렇게 후회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 이게 아니면 어떤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보면 죽음도 하나의 운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죽을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될 일이지만,,, 죽음이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해 뒤따라 다닌다니,,, 얼마나 오싹한 상상인가? 이러한 갑작스런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다시 그 순간이 오기를,,, 그 사고에서 비껴나 나의 소중한 사람이 살아있기를 말이다. 이러한 소망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레이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주 모이던 멤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가진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레이철은 커다란 사고를 겪게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지미가 자신을 구하고 죽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레이철은 애인이었던 매트와 헤어지고 대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그리고 5년 후, 레이철은 가장 친한 친구인 사라의 결혼식을 계기로 끔찍한 기억이 서린 마을로 다시 돌아간다.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느라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레이철은 지미의 무덤에서 쓰러지는데,,, 레이철이 병원에서 일어났을 때, 그녀는 전혀 다른 삶에 놓이게 된다.

 

보통은 이런 회귀 소설의 주인공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지만 곧 자신의 새로운 삶에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레이철이 자신의 삶을 찾아보는 과정이 다소 지루할 정도로 전개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은 지미와의 관계가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너무 지루해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어쨌든 새로운 삶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지미가 죽지 않고 경찰이 되어 있었다. 레이철은 전의 삶에서 지미를 잃고 너무나 괴로워 했기 때문에 지미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 간다. 결국 레이철은 지미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완성해 가는데,,,

 

레이철의 전의 삶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그게 이 책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균열'일 것이다. 몇 몇의 장면에서 마지막 결말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소중한 사람을 잃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현실은 너무나 힘들어도 우주 그 어딘가에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이 꾸려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슬픔 속에서도 그 삶을 꿈꾸며 희망을 가지고 싶어졌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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