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어른을 위한 '푸른 수염' 동화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동화였는데,,, 잔혹동화 측면에서 살펴 볼만한 책인 듯 했다. <푸른 수염>이라는 원작에서 '푸른 수염'은 파란 수염을 지닌 못생긴 귀족이다. 하지만 돈이 많아서 다수의 여성들과 결혼을 했는데, 그의 전 부인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가난한 이웃집 딸 중 한 명을 아내로 맞이하려 하는데, 딸들은 싫어한다. 하지만 이웃집의 어린 딸을 집으로 초대한 후 설득에 성공한다. 그 후에 푸른 수염은 자신의 열쇠꾸러미를 아내에게 맡기는데, 아내는 금지된 방의 문을 열고 만다. 그곳에는,,,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의 내용이 어떻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남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동화보다는 신화나 전설에 더 어울리는 내용인데 말이다. 어쨌든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의 내용처럼 호기심을 가진 자가 금기시 되는 것을 어기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은 동서고금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신화에서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금기를 어겨 사랑하는 사람이 모래 기둥이 되는 것을 바라봐야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 셋을 낳기 전에는 옷을 보여주지 마라'는 금기를 어겨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하늘로 떠나보내 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인간이라면 이러한 '금기'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호기심이나 흥미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금기'라는 마법을 거는 순간, 사람은 그 금기의 마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하나님이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고 금기를 거는 순간, 그 선악과에 대한 욕구나 호기심이 발동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금기는 깨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안 돼!"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에 대한 반발심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존재하는 그런 청개구리 기질은 순수하기 때문에 더 확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금기는 인간이 그 금기를 깨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이 보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연 것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위협 받게 되지만 말이다.

 

푸른 수염이라는 사내는 동화와는 달리 잘생기고 멋지기까지 하다. 그러니 누군들 그에게 반하여 호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매너가 좋고 말주변이 좋은 편이다. 게다가 호감을 갖게 하려고 돈까지 펑펑 쓰고 있으니, 여자 주인공인 어린 나이의 소피아가 푸른 수염의 사내에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 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소피아는 푸른 수염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파악하게 된다. 게다가 자기 전에도 네 명의 부인이 있었다는 흔적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소피아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불온한 의심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소피아는 결국 푸른 수염의 전 부인들의 환영에 시달리며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의 경제적인 문제가 나타나서 소피아는 푸른 수염의 사내와 결혼을 고려하게 된다,,,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 중에는 정말 '사랑'이 존재하는 커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돈을 위해서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일생일대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 전부를 건다는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소피아가 돈보다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자주적인 여성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소녀가 사회의 불합리하고 냉정하고 공정하지 못한 측면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과 함께 읽은 <샤이닝 걸스>와 비교해서, 푸른 수염 사내는 사이코패스는 아닌 듯 했다. 조금 고압적이고 가학적인 취미의 변태적 기질을 가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푸른 수염의 변덕스럽고 고압적인 성격이 형성된 원인은 바로 아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 이후에 새롭게 관계를 맺은 아내들과 필연적으로 불화를 겪었기 때문에 푸른 수염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변덕스럽고 고압적이고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아내까지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자 주인공인 소피아가 너무 착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그들을 도우려고 하고 마지막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그렇게 착하기 때문에 푸른 수염 사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전 부인들이 소피아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준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그녀의 공감하는 능력 때문에 소피아는 푸른 수염 사내의 전 부인 환영들과 어울리기까지 한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에 빠진 여성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잔혹동화였다. 모든 게 완벽한 백마 탄 왕자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소피아가 새 삶을 살게 된다는 긍정적 결말이 로맨틱 소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 네이버 블로클 황금가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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