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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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의 의미를 되새기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남산에 올라가 서울을 바라본 적이 있다.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과 고층빌딩들이 서울 곳곳을 수놓고 있는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무수히 많은 불빛들의 향연은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며 서울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서울 하늘 아래 열심히 돌아다니는 서울 시민의 존재를 거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 많은 아파트나 빌딩 곳곳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한양! 기와를 올린 집이나 초가집이 대부분이었던 한양이 반세기만에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하는 과정은 뭔가 드리마틱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그 유명했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의 처음 부분에 한양이 메트로폴리스인 서울로 변하는 과정의 영상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지금은 주민센터지만, 전에는 동사무소였던 시설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조선 말기에 그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을 해결하고자 스스로 집단을 결성하여 만든 동사무소가 나중에 법제화 되면서 하나의 정부기관이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었다. 동사무소는 전쟁 이후나 공화국 시절에 주민들을 선동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대리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동사무소가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그 쓸모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주민센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이처럼 현재의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도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모여들면서 집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집권자들은 그러한 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니면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건설업을 부흥시켰다. 그러한 과정으로 많은 재벌 기업들이 건설과 토목 사업에 뛰어들었고, 반포아파트를 시작으로 시공사의 사후 관리를 위한 관리실, 주민자치기구, 반상회 등의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정부가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 건설 비용을 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박정희 시대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행해진 많은 토지를 사서 매각하는, 일명 체비지 매각(세금 우대) 정책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길을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시공사에서 사게 만드는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뭔가 땅따먹기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돈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그 도로를 힘들게 지은 모양이었다.

 

이 책의 특징은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임동근이라는 사람과 시사평론가인 김종배가 팟캐스트에서 서로 대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서울을 통치하기>라는 박사논문과 함께 10년을 연구한 결과물을 정리하면서 임동근은 대담집과 연구서를 함께 출간하기로 했다. 하지만 1000페이지가 넘는 연구서를 내는 게 늦어져서 먼저 대담집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서울의 역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자꾸 비대해지는 서울의 역사와 마주하며 서울의 민낯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임동근과 김종배가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라 가볍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글의 맥락을 끊는 듯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은 실제 얘기를 나눈 대담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의 탄생에 대한 임동근의 연구서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통계나 자료 등을 더 쉽게 접하고 끊기는 것 없이 긴 호흡으로 임동근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서울에서 행해진 다양한 프로젝트와 현재 서울에서 행해지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패 결과를 함께 다룰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서울에서 살고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서울에서 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반비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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