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전쟁

 

 

김진명,,, 한때 그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그는 항상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작가인 것 같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왜 박정희는 충실했던 김재규에 의해 암살 당하고 만 것일까? 그리고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은 무엇일까? 등등. 한국인의 역사면서도 정작 우리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역사를 알리기 위해 그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써내고 있다. 그것이 역사의 정설이 아니든,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든, 어쩌든 간에 그의 이러한 문제제기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동북아공정은 계속 문제시 되어 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발해의 역사가 어느새 중국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고구려의 역사까지도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려고 한다. 우리의 역사학계와 정부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은 외국 순방길에 오르고, 국회의원은 성추문을 일으키거나 자식의 청탁 문제를 해결하느라 더 바쁜 모양새다.

 

그리고 요즘의 남북 관계는 극도록 긴장을 높이며 대립하면서 더 중요한 문제들을 지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켜서 통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길을 가려고 그렇게 애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쟁? 누가 최전방에 서지? 어느 땅에서 일어나는 거지? 우리가 일궈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데도? 그리고 우리의 전쟁으로 누가 이익을 얻는 거지? 북한을 다 때려 부수고 전쟁을 일으켜 버리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유엔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중국이 뒤에 버티고 있는 북한을 전쟁에서 이겨 온전히 차지할 수 있겠냐고. 주변국들이 우리의 남북 통일이 되도록 가만히 지켜보고 있겟냐고 말이다. 우리에게 간섭하며 서로의 세력권을 늘리기 위해 난리일 것이다.

 

어쨌든 작가인 김진명은 만약 전쟁이 나면 중국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북한 또한 중국의 역사로, 하나의 지방 도시로 편입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김진명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외교 실력과 미국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전쟁 통솔권을 보면, 미국과 대등한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이 정말 중국 땅이 되지 말란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 통일을 바라는 사람도 많이 없고 통일을 위한 행동도 더 이상 없다면 정말 남북 통일에 대한 미래는 없는 것이다. 이제 통일에 대한 희망은 없는 것일까?

 

김진명의 이 소설은 액자소설 형태로 이뤄져 있다. 아주 똑똑하고 높은 야망을 가진 이태민이 남북 관계를 이용해 한국에서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태민은 개업한지 2년 만에 50억을 벌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군수납품 비리가 터지면서 태민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중국 베이징으로 도망가게 된다. 태민은 그곳에서 북한 사람들이 다니는 가게에 드나들며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말이 없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흥미를 가지면서 명함을 주게 되는데, 그가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태민을 불러내 USB 하나를 맡긴다. 그런데 그날 밤 그는 살해 당한다. 태민은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그가 준 파일을 열어보니 미완성 소설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태민은 우리나라의 동이족 요하문명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그와 관련된 음모도,,,

 

한자가 중국 한족에 의해 만들어져 그 주변국이 모두 한자를 빌려 썼다. 그러면 당연히 그 주변국에서도 한자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문화나 언어 습관에 맞는 말들을 창조하게 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며 그들만의 알파벳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김진명은 사마천의 <사기>와 공자에 의해 동이족의 문화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弔(조상할 조)'와 '吊(조상할 조)'라는 한자를 문화권에 따른 형성 배경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는 점은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畓(논 답)'에 붙은 설명도 말이다.

 

그런데 김진명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결말과 논리 전개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들었다. 그는 허구지만 거의 사실을 배경으로 진짜 같은 소설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하문명을 나타낼 수 있는 자료나 한자를 더 많이 찾아내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만큼 많이 아쉬워졌다. 아무리 한국사능력시험이 생기고 한국사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시험 문제 푸는 걸로는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제대로 바로 세우기란 많이 힘들지 않을까 해서...

 

소설 속에 소설로 삽입된 전준우의 완성된 역사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랑할 만한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걸까? 동이족의 역사를 더 많이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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