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고요함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

 

 

자기계발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맨날 똑같은 말만 하고 다 알고 있는 말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밉게 읽혔다. 다양한 일화들을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잔 브라흐마의 유쾌하고 느긋한 성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정도로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자신이 이별하고 난 후에 이별 노래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잔 브라흐마가 누군지 몰랐다.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의 정신세계는 불교 쪽에 귀의해 있었다. 그는 원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불교의 수행승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협회 지도자이며 보디냐나 수도원장이다. 그는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다스릴까? 그것은 바로 명상이다.

 

그는 오늘날에는 가만히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사람들은 여기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로 가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사람들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언제부터 가만히 존재하는 법을 잊어비리게 된 것일까? 나도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버스에서도 뭔가를 생각하거나 휴대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거나 뭔가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이다. 그 미래에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바로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어느새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도 행복하고 미래도 행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건 바로 우리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아잔 브라흐마도 보디냐나 수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았다. 어느 날 절의 행정 업무로 정신이 없을 때 그의 친구가 일이 어떻게 돼가냐고 물었다. 그는 다 돼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때 그의 친구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이 어딘데?"라고 물어본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답한다.

 

"자네가 날 제대로 구해줬네. 이렇게 허둥대다 보면 내가 곧 가게 될 곳은 오로지 황천뿐이겠군."

 

......내 경우로 말하자면, 나는 도착했다. 나는 여기에 도착했고, 나 자신을 '여기 가만히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는 아주 안락한 곳이다. 끊임없이 어딘가 다른 데로 가려고 하고, 여기에서 늘 뛰쳐나가려는 대신에, 누구나 여기 이곳으로 와서 한동안 머물기를 권한다. (184쪽)

 

이 외에도 책 제목에서 나오는 원숭이 일화를 살펴보자. 어떤 노스님이 시끄럽고 분주한 원숭이 마음이 되지 말라고 타이른다. 이 말을 들은 원숭이들이 화를 내며 자신들도 명상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바나나를 갖고 오고 까야 하고 입에 넣어야 하고 먹어야 하는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들은 명상을 위해 먼저 무언가를 해치우려다가 결국 명상을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람들은 '고요하게 멈춰 있는 것'을 무덤 속에서 밖에 경험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어느 누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비난을 하고 욕을 해도 내가 그를 동정하고 이해하면 마음은 동요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동요하지 않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명상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명상이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 모른다. 아무리 절망스럽고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나중에 그게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게 운명의 신비로움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양한 일화들이 나오는데, 아주 짧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아잔 브라흐마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문구들이 내 마음을 채워주었다. 그건 짧지만 의미 깊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고요한 장소'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조용한 곳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산을 올라가도 요즘에는 라디오를 크게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밖에는 덥거나 춥고 카페는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다른 곳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넘쳐 난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런데 가끔 이해되지 않는 일화가 있기는 했고 일화들이 조금은 중구난방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주제별로 크게 묶기도 힘들지만 그렇게 나뉜 이유도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겨들어야 할 말들은 많았다. 사람에게 100점이 아니라 70~80점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왜냐면 실패도 좀 해야 그 실패에서 교훈을 음미하며 더 나은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행기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그는 즉석 화장과 비용 절감, 운 좋은 다음 생의 이유를 들어 걱정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하였다. 그는 다운증후군 학생으로부터 받은 포옹에서 깊은 감성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것 외에도 부정적인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내 마음 속 시끄러운 원숭이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나중에는 생활 속에서 명상을 직접 실천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책좋사 나무옆의자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