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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페르소나
이석용 지음 / 책밥 / 2015년 7월
평점 :
역사 속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의 숙명
이름은 무엇일까?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자 내게로 와서 꽃으로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무언가로 불린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에서 백화가 마지막에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는 것과 같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사람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떨 것인가?
'클럽 페르소나'라는 공간에는 역사 속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은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 외에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같은 역사 속 인물을 설명할 때는 생기가 돌면서 어떤 열기를 느끼게 했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그 역사 속 인물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이곳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위안을 얻었다.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클럽 페르소나를 처음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모았던 허균이 클럽 2층의 방 욕조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곳에 투입된 40대 아줌마 서효자 형사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서 형사는 이곳의 바텐더와 여러 회원들을 만나며 클럽의 정체를 파악하면서 허균을 죽일 만한 원한 관계가 있는지 파악한다. 그러면서 클럽의 유산이 바텐더에게 가도록 정리되어 있다는 점을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클럽이 되기 전에 소유권이 바텐더에게 있었던 터라 더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클럽에서 찍고 있던 <신아리랑>에서 또 다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먼저 이 소설이 형사소설을 지향하고 있는 건지, 역사소설을 지향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탐정 제도가 없는 탓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탐정소설보다는 형사소설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여자 형사가 등장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트릭이나 속임수보다는 사람들의 고백이나 과거 이야기가 더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탐정 소설들도 과거가 등장하지만 속임수나 트릭이 대부분이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난 이후에 고백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대부분 클럽 페르소나의 정체에 대한 고백이 더 많은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클럽 페르소나에 열광할까? 그것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들이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의 힌트라고 할 수 있는, 빨간 립스틱으로 적혀 있는 '불수호난행, 즉, 모름지기 어지럽게 걸어가지 말지니'라는 조선후기 문신 이양연의 시 <야설>의 일부분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해석해 준 사람이 바로 클럽 회원 중 한 명인 박문수였다. <야설>은 백범 김구의 휘호로 유명해진 시인데, 허균과 함께 클럽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인 안두희를 향한 문구라는 것이었다. 안두희는 백범 김구를 시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결말을 보면, 작가가 형사소설보다는 역사소설을 더 지향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허균이 죽은 이후에 다른 사건이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클럽 페르소나의 등장 인물들이나 형사가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떤 고백을 하기에 급급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클럽 페르소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인물과 관련된 역사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역사에서 잘못한 일을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작 본인들이 한 일도 아니지만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이름의 의미가 더욱 더 무겁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이름에 대해서 말이다.
* 네이버 책콩 책밥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