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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자서전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107
안중근 지음 / 범우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나라의 광복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되돌아 보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꺼내 든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한숨이 나오며 부끄럽고도 한심스러운 사회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광복은 끝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광복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친일파들이 아직도 그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불합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우리나라에 전쟁 등의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누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들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할까? 결국 나라를 팔아먹고 같은 민족을 죽인 자들이 더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나라를 위해 돈을 모으고 군대를 가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웃기는 소리다. 자신들은 갖은 핑계를 대어 군대가 면제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세금도 내지 않고 나라의 권리만 찾는 고위층들이 너무나 많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인 지배층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나라가 없으면 우리 민족도 없다고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제대로 된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바로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더 숭배되고 떠받들어지는 것 같다. 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던 안중근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했다. 한일합방 전에 일본군과 각개전투를 벌이면서 일본군 포로를 잡게 되면 죽이지 않고 풀어주고는 했다. 자신이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토 히로부미 등과 같은 권력자라고 하면서 말이다. 일본인 개인의 죄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소수 몇 명의 문제로 국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버린 후라서 그 흐름을 몇 명의 힘만으로는 거스를 수 없었다는 한계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안중근은 명연설가였다. 자신의 굳은 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도 감동을 받아 그를 숭배했던 것이다. 안중근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함께 행동을 일치시킨 사람이었다. 말만 번드르르 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개화가 시작되고 서구 열강들이 판을 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집어 삼키려는 혼란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안중근...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에 빌붙어 살아남을 것인가?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현재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그 당시 독립을 위해 행동한 사람들은 아마 후회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라를 믿었던 자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이나 미국 등의 속국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 등의 국민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고 있을까?
안중근은 명분가의 자손으로 나라를 위해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였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였고 뜻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염원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재산을 가진 일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고 행동하고 싶지도 않다며 안중근을 피하기도 했다. 그때 안중근이 겪은 좌절이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힘차게 일어나 나라의 원수인 이토를 죽이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댓가로 안중근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것은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나라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죽인 자들은 석방되면서 적군으로서 행한 일은 사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라 잃은 설움인 것이다.
안중근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과연 큰 죄인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내가 어질고 약한 한국 인민 된 죄로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여러 감정들은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겪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도, 안중근의 준엄한 꾸짖음을 읽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사람은 한국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이라도 느꼇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민이 뭔가를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한 나라를 구성하는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안중근의 유해라도 고국을 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