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훈훈해지는 나른한 오후의 추억

 

 

이 소설은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라서 겨울 호빵이 생각났다. 손이 시려운 한겨울에 뜨거운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 그렇게 삶에 지친 나에게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변화되는 세계, 그리고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었다.

 

누구나 한여름에 가족들과 냇가나 바다나 산으로 놀러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어느새 아련한 추억들로 남아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가족들과 물놀이를 다닌 것처럼 나도 커서 결혼해서 자녀들과 함께 여기저기 물놀이를 다닐 것이다. 그럼 그 아이들도 이러한 추억을 가지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대를 이어서 추억은 또 다른 추억을 남기고 그리워 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의 인생이고 행복일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쓰느라 빡빡한 삶에서 조금 물러나 이러한 소소한 기쁨들을 누리고 사는 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인 아이바 싱고와 여자 주인공인 가와이 나쓰미가 오토바이를 타고 외진 곳을 달리다 구멍가게인 '다케야'에 우연히 들려 지장 할아버지와 야스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지장 할아버지는 야스 할머니의 아들이었는데, 예전에 몸을 다쳐서 걷는 게 조금 불편한 상태였다. 그곳에서 싱고는 자신의 사진들을 보여주다가 다케야에 머물면서 사진을 찍게 된다. 그러면서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반딧불이도 보고 아름다운 풍경들의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케야에 가끔 오는 사카키야마 운게쓰도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운게쓰는 살아있는 불상을 조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불사였다. 그들은 다케야에 지내면서 지장 할아버지와 야스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되고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간다...

 

책의 중간 부분에 냇가에서 놀면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작가가 직접 체득한 방법들이라고 하니, 이야기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에서는 반딧불이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는데,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반딧불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반딧불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슬퍼졌다. 우리의 추억도 그렇게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좋은 구절들이 많아서 잔뜩 소개해주고 싶어졌다.

 

"아무렴. 좋아하지. 민들레꽃은 죽으면서도 수많은 생명을 하늘에 둥실둥실 날려 주지 않니? 그래서 참 멋진 꽃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57쪽)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 (127쪽)

 

"재능이란 건, 각오랑 같은 뜻이기도 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를 듣게 돼." (244쪽)

 

시간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추억이라든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그런 건 아무리 튼튼한 쇠사슬로도 묶어 둘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내 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만 접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내 안의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여 이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과 더불어 살아가겠지. (252쪽)

 

그대로 계속 붙은 채 날아가서, 같은 땅에 내려앉아, 이웃으로 함께 쑥쑥 자라서, 활짝 피운 예쁜 꽃을 서로 보여 주며, 그렇게 죽을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생을 같이하다가, 마지막엔 또 함께 많은 씨를 하늘로 날리면 좋겠다. (263쪽)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직업을 갖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다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좀먹고 불행하는 게 주변이나 타인이 아니라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고민해 보았다. 남과 비교하는 내 자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내 자신,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마는 내 자신,,,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그건 '진정한 나'가 아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약하고 여린 나'의 발버둥일 뿐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그런 나'를 한번 안아주고 토닥여 주자. 넌 말이야, 정말 잘 하고 있어...

 

 

* 인터파크 이덴슬리벨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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