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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전쟁 속에서 이뤄진 소년과 소녀의 운명적 만남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05/pimg_7491211031253291.jpg)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전쟁으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해진 사람이 있을까?? 의문은 끝없이 일어난다. 아직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것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총을 들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비극... 그 끝없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소년과 소녀가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얽히게 되는 것일까?
책 1권의 표지에는 소녀가, 2권의 표지에는 소년이 있다. 그들은 책 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흑과 백으로 대립되어 있다. 남녀로, 인종적으로, 서로 대립하는 적으로서, 대척점에 서 있는 그들은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되는 것일까? 그 혼란스러운 전쟁통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물어보던 질문이었다. 전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 기다림에 대한 글이라는 줄거리 소개글을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2권에 가서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단 한순간의 만남을 위해 삶을 살아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서로 전혀 몰랐던 두 아이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베르너 페닝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18살이 되지 않은 앳되고 몸집이 작은 남자아이였다. 그는 독일의 졸페라인 '아이들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곳은 광산지대로서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 광산에서 일하게 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베르너 또한 아버지가 무너진 광산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광산지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베르너는 꽤 똑똑한 편으로 독학으로 어려운 수학 계산을 해내고 라디오를 분해하고 고쳐낼 정도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베르너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곳을 벗어나려는 꿈을 꾸는 베르너를 짓밟는다.
소녀인 마리로르 르블랑은 전쟁 시기에 16살로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아이였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을 낳다가 죽었고 그 이후에는 아빠와 생활했다. 눈이 백내장으로 보이지 않자, 아빠는 마리로르에게 마을 모형을 만들어 주면서 길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빠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자물쇠 장인이었는데, 다양한 트릭이 들어간 상자를 만들어 낼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불꽃의 바다'라는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133캐럿 다이아몬드가 존재했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도 높았지만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불멸의 존재가 되어 죽지 않는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서 '불꽃의 바다'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이아몬드는 소유한 사람은 죽지 않지만 그 주변인들은 아프거나 죽게 되는 저주가 걸린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저주도 사람들이 '불꽃의 바다'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이처럼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진 소년과 소녀는 결국 프랑스 생말로라는 해변가 마을로 모이게 된다. 이 책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는 '라디오'로 인해서 소년은 소녀를 알아보게 된다. 그것은 베르너가 어렸을 적에 유타와 듣던 한 라디오 방송이 계기가 되었다. 마리로르는 아버지가 실종되고 작은할아버지인 에티엔과 독일의 정보를 라디오 방송으로 송신하는데, 그것을 잡아내는 사람이 바로 베르너였기 때문에 베르너가 마리로를 잡아낼지 걱정이 되었다.
"네 인생은 늘 기다림뿐이었어. 그런데 지금 기회가 온 거야. 그래, 준비됐니?" (364쪽)
베르너는 마리로르를 지키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베르너는 마리로르를 지켜주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유년 시절에 위안을 주었던 그 라디오 목소리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소년과 소녀들에게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엇을 위해서? 그들은 무엇때문에, 누구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 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어른들에 의해서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어 갈 뿐인 것이다. 어른들도 자신들의 목숨만을 구하기 위해 급급했지만 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로르는 자신만의 눈으로 바깥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다. 전쟁 속에서 아빠가 실종되어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어도 마리로르는 절망하지 않고 교육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망에 빠져서 무너져 내려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어도 마리로르는 세상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그녀의 곁에는 자신을 사랑해 준 아빠와 에티엔 할아버지 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르너는... 그의 결말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직도 너무 어린 나이인데,,, 그에게는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건 '순간'일 뿐이다. 참고 이겨내는 것, 그리고 기다리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소설을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1944년 8월 7일 프랑스 생말로에 폭격이 시작되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가장 핵심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소년과 소녀의 단편적인 모습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들은 이제 과거로 돌아가서 소년과 소녀의 살아온 모습들을 각자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현재 프랑스 생말로에 있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며칠 전 보게 된 <우먼 인 골드>라는 영화와 함께 이 소설은 나치와 전쟁, 예술품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전쟁의 비극성과 함께 그렇게 뺐긴 예술품들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모습들이 일본에 뺐긴 우리의 문화재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왜 돌려달라고 말을 못해??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바라본 세상은 무척 반짝거렸다. 그리고 전파들의 세상을 잡아내는 소년이 바라본 세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신호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순수의 세계였을 것이다. 작가는 책 마지막에 라디오 전파의 시대와 무수한 전파들이 난립하고 있는 오늘날을 비교하고 있는데,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이라는 시와 함께 보면 제법 흥미로울 것 같았다.
영혼을 실은 그 거대한 셔틀이 주변을 날아다닐지도 모르며, 희미하지만 귀를 바짝 가져다대고 들으면 들을 수 잇다는 것을? 그들은 굴뚝 위를 날아 다니고, 보도를 미끄러지고, 우리 재킷과 셔츠와 흉골과 폐 틈새를 스르르 통과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도서관과 모든 생명의 기록이 담긴 공기, 내뱉어진 모든 말, 전송된 모든 단어가 여전히 그 안에서 울리고 있다. (459쪽)
* 인터파크 민음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