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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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투의 현장_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2009년 5월 22일 쌍용자동차 노조는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경찰병력이 투입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이뤄진 2009년 8월 5일 그들의 파업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던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곧바로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200억 원이 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고 파업 부상자들에게는 3000만 원의 보험급여 환수가 통보되었다. 그 파업 전·후로 그와 관련된 22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2012년 이 책이 쓰여진 당시에... 왜 그들은 자살을 했던 것일까? 벌써 6년이 흐른 사건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먼 옛날의 퇴색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일이다. 그 당시 그렇게 뜨겁게 들끓었던 사람들이 먹고 사느라 바쁘다 보니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많은 사건들도 이렇게 잊혀질까 두려워졌다...

 

어쨌든 6년이 흘러서 이 책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그건 6년이 흐른 지금도 뭐 하나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 죄없는 국민들이 희생되는 사건들은 연달아서 터지고 있다. 요샌 국정원이 악성코드 프로그램을 사용해 국민들을 도청·감청해 왔다는 어이없는 일로 난리다. 저번 대선 때도 국정원이 댓글 알바를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어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론은 무혐의였다. 이번에도 이렇게 난리여도 결국 무혐의로 처리되지 않을까?? 공정한 선거에서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정보원이 댓글 알바를 운영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죄 판결은 대체 어떤 힘과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아니, 보수 언론들은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을 이렇게 말했다. 귀족 노조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월급 더 달라고, 회사가 어려운데도 사람들을 자르지 못하도록 하는 파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런 빨갱이 새끼들!... 이렇게 매도되었던 쌍용자동차 노조들이 정말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저런 파업을 했던 것일까?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 결국 생계의 터전인 회사를 살려서 정든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과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먼저, 쌍용자동차 노조들은 아무 근거도 없이 자신들을 정리해고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월급을 스스로 삭감하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퇴직금까지 회사를 위해 내놓겠다고 하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서로 고통을 분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회사는 자신들의 이런 협상안을 전혀 받아들여주지 않았고 정리해고라는 칼만 빼어들었다. 그들은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당시 쌍용자동차를 운영했던 주체는 누구였을까? 쌍용차는 2005년 1월 27일에 상하이차에 매각된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투자한 게 거의 없고 기술만 유출해 갔다. 그리고 쌍용차를 다른 회사에 팔려는, 한 마디로 '먹튀'를 하려고 했다. 쌍용차는 그로 인한 재정적자로 많은 사원들이 정리해고나 강제휴직을 당했다. 회사 노조는 상하이차가 기술만 빼돌리며 회사에는 별 관심도 없다고 정부에 고발했지만 검찰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국고의 지원을 받아 만든 기술이 유출되자 겨우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6년이 흐른 지금은 우리나라 회사 직원이 직접 중요 기술을 중국에 넘겨줄 정도가 되었으니,,,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쌍용차 재정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 당시 회사는 무조건 재정적자 상태는 아니었다. 회사의 긍정적인 평가로 인한 대출 여력이 있었고 자산 평가액도 어느 정도 탄탄한 상태였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회계 조작을 통해 재정적자를 높이고 그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2,646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한 회계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곳이 삼정KPMG였다. 이곳은 우리나라 거대 회계법인 중 하나로서 2006년 외환은행 주가조작을 통한 론스타 해외 헐값 매각 사건에 론스타가 지정한 회계법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쌍용차 인수·합병에 참가한 업체 중에 맥쿼리 증권의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간 도로나 지하철까지 소유하고 인천공항까지 얻을 뻔 했던 맥쿼리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큰아들 이지형이 2007년 9월까지 대표로 있었던 곳이다.

 

쓰다보니,,, 끝이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파업 현장에서의 비인간적인 대우였는데 말이다. 그 당시 파업 현장에는 우리의 세금으로 한번 뜨는데 600만원이 든다는 헬기가 몇 번이나 떴고 사람에게 쓰지 말라고 금지된 10년이 지난 최루가스를 뿌려대었고 승인되지 않은 테이저건까지 쏘면서 전쟁같은 현장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파업현장의 다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의료장비나 물까지도 반입되는 걸 철저하게 막았다. 파업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공장 기계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이 진압 사건은 바로 용산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일어났다.

 

이것보다 더한 것은 심리적인 압박과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회사 동료와 싸워야 했고 그로 인해 가까웠던 사람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인간불신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손가락질을 했고, 또한 다른 곳에서는 취직도 시켜주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고통을 함께 겪은 가정은 깨졌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이곳의 현장으로 달려온 사람은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었다. 바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달려가 치유공간인 '이웃'을 연 분이다. 이 분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도 꿈꾼다. 권력과 부를 가진 기득권층만이 아니라 모두 다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결코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신기루인 이상적인 사회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6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이 분신을 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어도 지금의 근로 환경은 더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쓰여진 2012년 이후에 그 분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했을지 모를 일이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사회는 상처 받고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제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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