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우리는 가끔 상상하고는 한다. 나의 가족이 나만 남겨두고, 아니면 내가 가족을 남겨두고 죽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불안에 떨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이런 내용을 줄거리로 삼아 창작될 때가 많다. 이 소설도 자신이 죽기 전에 남겨진 가족들, 특히 남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을 창작한 콜린 오클리는 다양한 잡지나 문집 등에 기사, 에세이, 인터뷰 등을 기고하고 있으며 잡지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이 소설은 그녀의 데뷔 소설로서 세계 10여 나라에 판권이 팔리며 읽히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이 소설로 대형 신인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었고 유머와 눈물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데이지는 이제 막 27살이 된 꿈많은 여성이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상담학을 전공하며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20대 초반에 유방암에 한번 걸렸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된 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등으로 낫게 되어 완치 기념 파티도 열었다. 그 힘든 과정을 자신의 곁에서 든든히 지켜준 남편인 잭이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는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데이지는 정기검진이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데이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암이 완치되어 6개월 마다 정기검진을 하는 것을 1년으로 늘렸다. 그런데 그 사이에 데이지의 몸에는 암 세포가 순식간에 증식해 버리고 다른 곳까지 전이해 버린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됐을 때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유방암 4기... 이제는 그저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데이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신체적인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전과는 다르게 잠을 많이 자게 되고 그 전에는 없었던 두통으로 괴로워 하게 된다. 하지만 데이지는 조금씩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다. 자신이 죽게 되면 혼자만 남게 될 남편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위해서 자신의 손으로 남편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대학교나 요가 수업, 파티 장소, 연애 사이트 등을 통해 남편과 잘 맞을 수 있는 여자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정말 잘 맞을 것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동물을 좋아하고 자신처럼 꼼꼼하고 아이도 좋아하고 얼굴도 예쁜 여자인 패멀라였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남편과 패멀라가 가까워지는 것 같자 데이지는 질투를 느끼며 고통스러워 한다.

 

자신이 죽으면 혼자 남게 될 남편을 걱정해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주려고 한다는 아내의 따뜻한 마음씨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이걸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말 남편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자신은 죽게 되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끝까지 잊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인간의 마음이지 않을까?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어야 하는 일은 정말 슬픈 일이다... 병으로 죽는 경우에는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는 경우에는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할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자기가 스스로 관을 고르고 장례식을 준비하고 물건을 치우면서 죽음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무섭고 슬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관을 만드는 게 그들만의 문화라고 하니,,,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면에서는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에서 편안히 잠자듯이 죽는 것이 오복 중의 하나라니 말이다.

 

어쨌든 이 소설의 매력은 죽음을 이겨내려고 당당하게 맞서는 데이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인 잭에게 여자를 찾아주려고 하다 질투하며 도리어 화를 내버리며 좌충우돌하지만 잭과 데이지의 깊은 사랑이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잭이 데이지를 위해 무언가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워크 투 리멤버>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에서 비슷한 남성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솔직히 그들보다는 약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잭을 사랑하는 데이지에게는 그런 노력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귀엽게 보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죽음을 앞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잭의 마음 가짐은 그들만큼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데이지가 눈물만 흘리고 죽음에 좌절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좋았다. 데이지는 결국 죽었지만 잭과 데이지의 사랑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잭과 데이지가 서로의 오해가 풀리고 난 후에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을 더 많이 보지 못한 점이었다. 마지막이 너무나 빨리 끝나 버린 것이다. 이 이후에 잭의 얘기를 더 보고 싶은데, 후속작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죽음을 앞뒀지만 그 죽음을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는 잔잔하고 마음 따스하고 훈훈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사랑은 강요가 아니라 이해하고 맞춰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북이십일 arte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제 어둠 속에 누워 있으니 다시 마음이 무겁다. 애도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기분이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 그리고 언제가는 우울한 때보다 즐거운 때가 좀 더 길어지기를 바란다.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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