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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주원규 지음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사회에 던지는 아이들의 목소리
가출 청소년들이 가출팸을 결성하여 성매매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어서 봤는데, 그런 가출팸들이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많이 있다고 한다. PC방을 중심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서 만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가출팸을 관리하는 또래 남자 아이들이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여자애들의 포주 노릇을 한다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집이 싫어도 조금만 더 버티지,,, 괜히 나가서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아이들의 고민들과 고통스런 외침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소설가이면서도 목사인 주원규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쉼터 등에서 아이들을 만나 작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러면서 만난 청소년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방황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길 위에 선 아이들에게 집은 바깥의 어둠보다 더 끔찍하게 싫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집 나가면 고생이다... 이런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 '집'은 지옥보다 더한 공간이었고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살핌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청소년들이 오히려 가정을 지키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부모님이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자신이 길거리로 나가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기만 할 것이라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고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런데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도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사회의 쓴맛, 짠맛 등을 모두 맛보고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어른은 자신이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에게 지적을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 놓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더 어른다운 생각을 하며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이 책 속의 아이들도 나름대로 가정을 지키려고 하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 그지 없었다. 자기들 스스로 고민하면서 길을 찾아내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가출한 아이들은 부모님이 싸우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부모님이 직접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주유소 알바를 시키는 등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가출해서 PC방이나 만화방에서 몇 천원에 자려고 또래 애들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결국 임신을 한 그녀는 하나의 생명체인 아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낳는다. 결국 아기는 입양을 보내지만 그녀는 아기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한다. 그리고 쓸쓸함을 즐기는 아이도 있었다. 그게 혼자이기 때문이지 결코 쓸쓸함을 좋아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출하고는 거리가 먼 똑똑하고 유학까지 간 엄친아이지만 자신의 내면에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발견한 아이도 있었다. 공부는 잘하지만 정서적으로 공감 능력이 메말라 버린 아이... 부모님은 아실까? 그저 겉으로는 공부를 잘하고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대견해 하고 계실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부모님이 계셔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어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부모는 친자식을 성폭행해서 전자발찌를 찬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부모도 있었지만 집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등등 아이들은 이런 모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어른들의 비리나 부정·부패 등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의지와 올곧음, 희망 등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 이 아이들도 나름대로 살려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좌충우돌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검사와 스폰서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더러운 세상에 환멸을 느껴 도저히 끝까지 못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의 비리나 부정·부패는 바로 남을 짓밟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서기 위한, 그리고 그저 쾌락만을 즐기기 위한,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일 뿐이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들에 의해 유야무야 묻혀버리는 어둠의 세계...
벌써 이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모두 보고 느낀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보다 이 아이들이 훨씬 강하구나,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세상에 지친 나를 오히려 위로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듬을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정신적으로 더 이상 가정의 울타리를 나가지 않아도 되게 말이다.
그때부터 난 듣기로 했다. 그냥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듣고, 알고 싶었다. 어떤 편견도 갖고 싶지 않았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첵이나 방향도 제시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애부분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단지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어른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토해내듯 끄집어내는 나의 이야기 속에 진짜 답이 숨어 있다고 믿으니까.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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