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려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2
A. S. 킹 지음, 박찬석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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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그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누구나 과거를 생각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타임캡슐이라도 타서 과거로 돌아가 그 상황을 바꿨으면 하는 꿈을 꿀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인생은 더욱 더 밝고 행복하고 즐거워 질 수 있을까?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바뀌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 과거를 바꾼 만큼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때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조금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실수를 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인간은 신에 더 가까워지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들은 아니지만 실수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될 수는 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존재에 의해 자기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제럴드는 5살 정도일 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리얼리티 쇼에 나왔다. 말썽쟁이 제럴드는 리얼리티 쇼가 진행되면서 식탁이나 다른 곳에 똥을 싸는 행동을 해서 '똥싸개'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 후로 10년이 훨씬 지났어도 그런 제럴드의 행동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똥싸개라고 놀리는 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다녀야 했던 제럴드는 폭력을 행사하며 더욱 문제아로 찍히게 된다.

 

분노조절장애아로서 상담을 받으며 특수반에 다니는 제럴드는 샌드백을 두드리며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려 애를 쓴다. 또는 '제럴드데이'라는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 속에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제럴드는 불만족스러운 집 문제와 똥싸개로 인식되는 유명세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자주 봤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문제 행동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부모님들도 육아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게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주변인들에게 문제아로 인식되는 것이 나중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최근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육아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한 편으로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이 되는 것을 꿈꾸는 아이라면 부모님 덕으로 조금 더 빨리 TV에 출연하게 되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는 아이라면 어떻게 될까?

 

유명한 아역 출신 배우들을 살펴보자. 그들도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성장통을 겪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인으로 살고 싶은 아이들은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유명세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TV 출연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인공 제럴드는 그 당시 자신의 의사를 똥을 싸는 것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받아들였다. 누구 하나 제럴드의 얘기에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이코패스인 누나 타샤가 자기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잘 몰랐고 알아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제럴드는 세상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게 리얼리티 쇼는 제럴드에게 세상의 불신만 키워주게 되었다.

 

TV에서 비쳐진 세상은 진실이 없는 거짓된 세상이었다. 그게 아닌데도 고개를 끄덕여야 했고 가정 문제는 어느 하나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달라졌다면 함께 모여 만찬을 즐겨야 했다. 제럴드는 문제의 원인인 타샤 누나를 혼내지 않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사랑인 것일까? 흠이 있는 아이라도 보듬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 것일까? 타샤 누나를 감싸고 도는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딸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시와 무관심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이코패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는 정말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고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걸까?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나 원한이 아니라 그저 재미로 자신이 아닌 남을 상처입힌다. 그런 사이코패스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의 좌절과 고통, 슬픔 등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공감 능력도 어렸을 때부터 키워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극복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어쨌든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너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TV나 영화에 나오는 정도로만...

 

이 책은 청소년 성장 소설이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가 있는 가족과 TV 매체의 부정적 효과,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한 제작 프로그램의 거짓, TV 내용이 진실이 되는 방송 후폭풍... 그리고 10년 동안 그때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가 있다. 아무도 그 아이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뭔가를 말하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서 그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산다. 그래서 '넌 나보다는 나아!' 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겉만 보고 하는 말이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는 참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 고통의 깊이를 남이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고민에 빠져 있고 힘들어 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할까?

 

먼저 좀 들어보자... 자기 말만 하지 말고...

 

 

* 네이버 책좋사 미래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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