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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ㅣ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평점 :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
잘생긴 개자식이라니... 제목 자체만으로도 도발적이고 뭔가 과감하게 느껴졌다. 로맨스 소설을 이렇게 정식으로 읽어본 지도 오랜만인 것 같다. 아, 정은궐의 책을 보기도 했으니, 외국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한정을 지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외국의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퀸 소설의 재미에 푹 빠졌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재미도 얼마 가지 못했다. 몇 권을 읽다보니 로맨스 소설의 뻔한 공식이 너무나 쉽게 읽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는 읽을만 했다.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것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능력 좋고 부자인 남자, 그리고 예쁘고 몸매 좋은 어린 여자. 여기서 남자는 도도하고 싸가지 없고 냉정하고 무뚝뚝하지만 잘생기고 몸매가 좋은 나쁜 남자형이 많다. 그리고 남자가 부자가 아닐 경우에는 자수성가 형이면서 부자인 여자와 엮어지게 되는데,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나중에 부자가 된 남자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연인들이 헤어졌는데 꼭 임신을 하게 되고 아기를 출산, 그것으로 다시 결합하게 되어 사랑을 확인하는 커플... 어쨌든 그들만의 세상에서 지지고 볶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작년인가? 우리나라나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로맨스 소설 한 권이 있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였나? 나중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져서 개봉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이 무지 야해서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책이라고 홍보되는 걸 풍문으로 전해 들었다. 여성들이 어떤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개인의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야한 책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야하길래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난리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접한 <잘생긴 개자식>을 보니 대충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었다면 두 책을 비교해 보기에 좋았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이 책을 읽은 감상을 말하자면 요새 로맨스 소설은 많이 야해졌지만 그만큼 스토리의 힘은 약해진 것 같았다. 남녀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끌리는 마음, 그리고 연애를 하면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밀고 당기기,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이 바로 책의 재미를 결정짓는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서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쁜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자신에게만은 친절하고 매너있게 대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리드하는 거친 모습에 반하는 것일까? 어쨌든 삼각관계에 빠진 여자 주인공들은 결국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얼마나 나쁜 남자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개자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싸가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봐주는 것이 없고 선이 분명한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모든 일을 떠넘기고 자신이 한 것처럼 하는 것이 더 문제이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상사로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저렇게 지시가 명확하고 선을 지켜주는 능력 있는 상사라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그런 상사가 갑자기 여자 주인공의 몸을 만졌다. 그것도 회사 내에서~!! 이럴 때는 현실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그 책 속의 세계에 빠져야 하는데,,, 너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저렇게 잘생기고 젊은 사람이 하니 여자가 넘어갔지,,, 현실에서처럼 못생기고 늙은 사람이 하면 바로 성추행에 고소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서로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성적인 매력에 굴복하여 서로를 탐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냥 말로만 그러는 거지 결국 서로의 잠재의식 속에서는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고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이인데도 자꾸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이 지겨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성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다. 정말로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는데, 저렇게 서로의 몸만 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많은 커플들이 있고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수 있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진짜 감정적으로 싫은데도 성적인 매력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커플이 있다면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어쨌든 야한 것도 야한 거지만,,, 서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밀당이나 감정적인 측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되었으면, 그리고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거 외에 다양한 사건들이 더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야한 게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면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사람이 있다면 두 책을 비교해 주길 기대해 본다.
* 책좋사 르누아르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