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요가를 통해 온전한 나를 만나는 시간

 

최근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그래서 케이블 방송의 채널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 건강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은 정말 서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은 포맷을 자랑한다. 그것은 건강을 주제로 하면 어느 정도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할 것이다.

 

낮이 길어지고 날씨가 더워진 만큼 공원을 열심히 걷는 사람들도 무척 많아졌다. 병원을 가도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들이 우리를 유혹하는 만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육체의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 우리들 마음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없다.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걸려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인 김혜나는 소설가이지 요가 강사이다. 김혜나는 2010년에 장편소설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힐링 요가, 빈야사 요가 지도자 과정과 아쉬탕가 요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워크숍 등을 수료하면서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혜나는 청소년 시기에 가출을 밥 먹듯이 하고 정학을 당하기도 하면서 청소년 시기에 많은 방황을 하였다. 대학교에 가서도 비만으로 고생을 하였고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우울증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요가를 배우면서 점차 몸이 안정화 되었고 건강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으며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김혜나의 방황과 좌절, 극도의 우울증과 함께 요가를 통해 극적인 변화를 겪었던 순간, 그리고 소설가로서 등단하는 과정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한 사람이 그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게도 작은 위안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그녀가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게도 으쌰으쌰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 당장 세상이 끝날 것처럼 고통스럽더라도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인내하여 극복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한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려서 그 순간 당장 세상을 끝내고 싶더라도 잠깐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이 벼랑의 끝이 아니라 투명한 계단이 자기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세상의 슬픈 일들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에게 딱 맞는 요가 선생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하고 싶다. 나도 전에 요가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요가 선생님의 방식이 내게 잘 맞았다. 몸을 스트레칭 하는 것처럼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쭉쭉 늘려주는 느낌이었고 하고 나면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그 선생님이 다른 분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 선생님과는 잘 맞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선생님은 친절하시고 성격도 좋았다. 게다가 파워 요가 비슷하게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방법을 많이 알려주시기도 했지만 나는 오히려 몸이 뻐근했고 몸이 시원하게 풀린다는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요가를 그만두고야 말았다.

 

이런 것처럼 아무리 몸에 좋은 운동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은 따로 있고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그 운동 효과는 달라지게 된다. 어떤 운동이든지 자기 관리를 위해서라면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오랜만에 요가 동작들을 보니 예전에 요가를 배웠던 때가 생각나면서 그때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나도 필자처럼 자신에게 맞는 선생님을 만나 다시 요가를 배우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며 필자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요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절절한 만큼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10대와 20대는 방황하며 좌절하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는 필자가 부러웠다. 실상 그녀가 내가 알지 못하는 고민과 아픔들을 마음 속에 많이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것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 알라딘 판미동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본래의 나는 집중력이 없는 산만한 사람이었다. 의지력 또한 터무니없이 부족해 한 가지 일을 오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본래`라는 건 없었다. 요가를 하면서 나에게는 이전에 없던 집중력과 의지력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것인데 내가 잘 사용하지 않아 묻혀 있던 것이 아닐까? 요가는 그렇게,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보물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요가 호흡과 수련을 규칙적으로 하게 된 뒤부터 나는 되도록 한번에 두 가지 일을 같이 하지 않는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바쁜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중 한 가지만이라도 온전히 바라보고 행하는 것이 좀 더 바르고 행복한 길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아는 까닭이다.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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