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장인들만이 갖는 특질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즈와이그인비저블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갖는 특질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치밀성, 무거운 책임감, 전문성과 탁월성을 향한 매진, 협동, 겸손함과 자부심의 조화 등을 들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치밀성, 무거운 책임감을 공통적인 특질로 내세우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특수 직업군으로 그 분야로 가려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만한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직업군으로는 앤디 존스라는 음향 기술자, 피터 칸비라는 사실 검증팀, 이외에도 기타 테크니션, 구조 공학자, 촬영 감독, 동시통역사, 길찾기 시스템 개발자, 조향사, 피아노 조율사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인기를 얻어 가거나 새로운 분야가 있기도 하고 전통적인 직업군이 있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직업에서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음부터 그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아니면 우연히 그쪽 계통으로 가서 경험을 쌓아 전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를 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최근 한 대학은 취업이 잘 안되는 문과 계통의 전공을 없애기로 하고 전자나 공업 쪽의 전공에 치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문과 계통에서는 취업이 더 어려워서 결국 이과 계통의 전공을 복수 전공하거나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의학 분야에 합격했어도 그것을 포기하고 결국 전자나 공업 쪽으로 대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열정페이'나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취직이 잘 되는 전자나 공업 계통만 남고 다른 분야는 사라져 버린 다는 것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언젠가는 말라죽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대학 교육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것은 인비저블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갖는 정밀성전문성이었다. 조향사인 데이비드 애펠이 예전에 만든 향수 조제법을 나타낸 종이에는 어떤 재료가 얼만큼 들어가 있는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게 배합하는 것은 하나의 재료를 넣거나 빼는 것에다가 어떤 향을 얼만큼 섞을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물질 하나를 분석하면 그 속에는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성분들이 있었다. 오렌지 주스 하나에도 예순 가지 이상의 화학물이나 여러 성분들이 섞여 있다니, 그 세계가 이렇게 방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향사들은 대부분 약 1,200가지에 달하는 성분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저자는 피아노 조율사가 피아노 옥타브를 조율하는 방법에 대해서 써 놓았다. 하지만 피아노나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피아노 조율사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써 놓은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업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까지 섞어 가며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직업군들에 대해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 정도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너무 진진하고 어려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특정한 직업에 대해 더 전문적인 지식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절한 책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다양한 직업을 드러내느라 아주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지는 못한 점이 또 아쉽기도 했다.

 

조향사나 피아노 조율사 외에도 UN에서 일하는 동시통역사의 세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동시통역사들은 자신들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서 30분마다 교대를 하지만 나름대로 그 긴장과 몰입의 상태를 즐기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한 길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앞으로 UN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한국어는 UN에서 사용하는 공식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말이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더 많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서양과 동양의 가치관을 비교해 놓았다. 서양 특히, 미국과 같은 곳은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동양의 가치관에서 살펴보면 자기 홍보를 잘난 체라고 생각하며 좋게 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저자가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는 한국인 학자의 견해도 덧붙여져 있어서 반가움이 일었다.

 

인비저블은 결국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는 장인들,,, 앞으로 더 많은 장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내가 인비저블을 사랑하는 이유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상심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적어도 삶의 어떤 면에 있어 아무리 힘겹게 일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비저블과 동질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인비저블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고, 그들의 특성이 현대의 지배적인 풍조를 거스른다는 사실은 그들을 더욱 존경하게 만들 따름이다. 자기 계발서 독자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진정한 행복이 우리 내면에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남들의 인정이나 찬사가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야말로 그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350쪽)

 

* 알라딘 민음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인비저블의 삶과 가치관은 우리의 경제, 사회적인 삶뿐만 아니라 개인적 삶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권한을 얻는 것이다. 치열하게 일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괜찮은 수준`에 만족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탁월하다. 남들에게서 인정받기보다 지금 하는 일에서 조용한 자긍심을 느낀다면 진정한 기쁨과 충족감을 얻는 곧고 탄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인비저블의 특성을 습득하려면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나는 매일같이 일에 전념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겸허해질 수 있었다.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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