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식물, 우리 미래의 희망

 

침팬지를 안고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던 제인 구달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이번에는 식물들과 우리 삶의 영향 관계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얘기하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식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특히,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애정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제인 구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 게 충만한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 조화로운 세상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제인 구달의 남다른 애정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집 정원에 의해 키워져 왔다는 얘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정원을 가지고 싶어서 자신에게 그 정원을 양도한다는 종이 계약서를 작성할 정도로 제인 구달은 자연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특별함은 다양한 식물들을 공책에 그려 놓고 관찰일기를 쓸 정도였다. 학교 과제 같은 것으로 누가 그런 걸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좋아서 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식물들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나오고 있었다. 유럽에서 튤립이라는 꽃에 이상한 투기 열풍이 있었고 그 거품이 꺼지고 난 이후에 투자 실패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건은 경제사를 다룬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제국주의 시대에 남의 땅을 차지한 것 외에도 식물이나 씨앗을 자기들의 나라로 갖고 들어와 재배를 하거나 교배를 많이 시도하였다. 그리고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서 종자 은행을 운영하여 씨앗을 보존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역사 보존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치유력이 있는 식물은 현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샤먼들이 아픈 사람에 대한 치유를 담당하면서 치유력이 있는 식물을 활용하고 있었다. 어떤 식물은 서로 다른 40가지의 병에 대한 치유제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특히나, 침팬지가 나름대로의 지식을 가지고 아프면 어떤 식물의 잎을 뜯어 먹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침팬지 이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자신을 치료하는 본능이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치유력이 있는 식물은 우리에게 한약 약재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제인 구달 연구소에서는 이렇게 치유력이 있는 식물에 대한 지식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심각한 내용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지 않을까 싶었다. 몬산토라는 미국의 거대 기업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 인해서 벌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농작물 개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최근의 뉴스에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던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수정을 시켜주거나 인공적인 벌을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유전자 변형 식물이 동물들의 사료로 사용되기도 하면서 우리가 섭취하는 비중이 알게 모르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단지 지금의 경제성만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몸에 심각한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간 중간에 들어간 식물들의 도판은 다양한 식물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싱가포르 식물원에서 만든 스파토클로티스 제인 구달이라는 잡종 난은 색깔이 어여뻐서 제인 구달의 순수한 면과 닮아 보였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식물이 있다면 정말 흥분이 되는 일일 것 같았다. 게다가 제인 구달 장미라는 품종도 있다는 사실이 정말 멋져 보였다. 세계 어디에서건 제인 구달의 이름이 붙은 노랑빛 난과 분홍빛의 장미가 피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인 구달의 따사로운 마음을 세계 곳곳에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난초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가 무척 많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진도 있었는데 사진 도판 중에서 특히, 침팬지의 얼굴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몽키 난'이라는 식물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몽키 난은 난초로서 에콰도르 남동쪽과 콜롬비아의 고도가 높은 운무림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내 눈으로 실제의 몽키 난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운동가들과 다양한 활동들이 나타나 있었다. 오염된 환경을 다양한 식물을 심는 것으로 자연을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특히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식물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경외심이 들었다.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쌍둥이 빌딩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돌배나무인 '서바이버'를 사진으로 통해 볼 때는 코가 시큰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자리에서 나무 한 그루만이 남아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제인 구달이 겪은 숲의 영적 가치 경험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제인 구달이 장엄한 노숙림 속 산책로를 걷던 중에 멋진 나무 한 구를 보았다. 그 나무는 불에 타서 나무 몸통만 남아 있었는데, 제인 구달은 나무 몸통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예배당에 있는 듯 해서 경외감과 겸허함을 느끼며 숲의 생존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숲은 우리의 정신을 채우는 어머니의 품속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에게 받기만 하는 것 만큼 그것을 조금이라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 알라딘 사이언스북스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가 식물들의 푸른 영혼에 진 큰 빚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나와 이 책을 도와주었던 모든 사람들은 식물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그들 세계의 아름다움과 복잡함, 그리고 신비를 찬양하고 싶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을 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4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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