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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이야기'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

우리는 언제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소비한다. 이야기는 끝이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는 엄마의 자장가와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왜 우리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그 이야기에 몰입하고 빠져드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먼저 우리는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세계 속에 있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린이로서 언제나 네버랜드에 살고 싶어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철이 들면서 그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우리는 영화, 책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이야기'를 소비한다.
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몰입하게 되는 것일까? 조너선 갓셜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야기'는 옛날 원시시대부터 사회화를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역할이 고정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평등을 부르짖으며 놀이 방식을 바꾸어봐도 여전히 남자아이들은 거칠게 싸우고 뛰어다니는 모험의 이야기를 쫓았고 여자아이들은 보호와 모성, 집안일 등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것은 한 사회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도덕성이나 윤리, 가치관에 대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꿈'의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것일까? 우리의 기억을 정리하는 중에 생기는 쓸모없는 부산물로 보는 학자들도 있지만 조너선 갓셜은 한 사회의 도덕이나 윤리, 가치관을 미리 배울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라고 보았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소망을 꿈 속에서 이뤄지는 정도라면 우리는 악몽을 꾸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자가 되거나 하늘을 나는 등의 꿈같은 일이 이뤄지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안 좋은 일을 꿈꿀 때가 더 많다. 이것은 꿈에서 우리에게 도덕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사회화의 예행 연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 실제에서 일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 이건 꿈을 꿀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꾸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는 그때에는 몸의 근육이 무기력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공포를 느꼈을 때와 공포영화나 공포 관련 책을 읽었을 때에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나 책 등의 창작품에서 받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뇌의 같은 부분이 활성화 되므로 어떤 가상의 이야기 하나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아돌프 히틀러가 어렸을 때 바그너의 오패라 <리엔치>를 관람하고 나서 독일 민족을 해방시키고 자유로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섯 살 아이가 받은 영향은 끝없이 이어져 결국 독일 게르만 민족의 위대한 영웅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것 외에도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흑인 노예 해방과 미국의 남북전쟁에 준 영향, KKK단을 부활시킨 <국가의 탄생>, 자살 모방을 일으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984>, <앵무새 죽이기> 등 세계 역사에 영향을 준 작품들이 적지 않다.
결국 '이야기'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고 현재, 미래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단지 그 도구가 달라질 뿐이다. 이야기는 게임산업과 접목해 나가서 현실보다 더 다양한 사이버 세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옛날의 시는 오늘날의 노랫말 가사로 재탄생되고 있다. 랩에서는 시의 작법들이 많이 적용되어 이제는 시와 함께 노랫말도 문학적인 가치로 인정받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없는 두 장의 사진이나 도형에서도 우리는 그 둘 사이의 관계에서 무수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동물이다. 우리가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여러 사례를 들어 흥미롭게 서술해 나가고 있다.
* 알라딘 민음사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인간은 이야기에 탐닉하도록 진화했다. 이 탐닉은 전반적으로 인간에게 유익했다. 이야기는 쾌감과 교훈을 준다. 우리가 현실에서 더 잘 살 수 있도록 세상을 시뮬레이션 한다. 우리를 공동체로 결속하고 문화적으로 정의한다. 이야기는 인류에게 귀한 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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