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 아빠와 함께 천문학 여행
울리히 뵐크 지음, 전대호 옮김 / 봄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 여행 

중학교 때였다. 겨울 방학 때 밤늦게 불을 끄고 자려고 하는데, 라디오에서 그 날 밤이 우리나라에서 월식이 일어나는 날이라고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껴입었다. 그리고 바라본 하늘에서 조금씩 월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그 선명한 보름달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알지 못 하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그 중의 하나는 하늘의 별자리였다. 그 당시 겨울 별자리로 유명한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아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런 별자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그 후에야 우리나라 겨울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별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계절보다는 겨울철에 더 별자리가 잘 보여서 관찰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거, 월식은 일식과는 다르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 월식이라고 해서 일식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 등등 정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때 섬으로 수련회를 간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지상에 있는 모든 불을 한꺼번에 껐다. 촛불을 들고 있었지만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들에 의해 불빛이 꺼져버릴 정도였다. 정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지상의 불빛이 하늘의 별들을 이렇게 가려버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런 하늘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꺼진 곳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추억은 세월이 지나갈수록 선명해지며 내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 추억은 자꾸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내게 불러 일으켰다. 천체 망원경을 사려고 그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어보고 우리나라 별자리를 소개해 주는 책, 천문대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은 커져갔다. 현실적으로 천체 관찰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런 때에 만난 이 책은 표지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별이 빛나는 밤'에 읽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천문학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딸에게 우주의 신비를 전해준다는 내용의 이 책은 내게 밤하늘에 대한 향수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부터 밤하늘과 친해질 수 있었던 환경을 가진 그 어린 딸이 무척 부러울 정도였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갈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슈텔라가 친구와 함께 '자기 별'을 찾는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정체모를 쪽지가 나타난다는 정도의 사건이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복잡하고 자극적인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지쳐버린 성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줄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하고 풋풋한 내용들이지만 우주의 기원과 탄생,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철학서이기도 한 책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 걸까?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누구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우주의 신비에 놀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우주는 이토록 조화롭고 완벽할 수 있을까? 하는 경탄스러움 말이다. 

누구나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 한다. 세상에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 아동과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성장 소설이라기보다는 천문학에 대한 쉬운 입문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지만 말이다. 요새 '동심'이 훼손되어 사라져버린 현대 사회에서 순수하고 엉뚱한 동심들의 재미있는 질문이나 궁금증들이 풋풋해서 즐거워졌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어른스럽고 어른의 사고방식을 닮아 돈과 외모를 중시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더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이 책에서 천문학자인 아버지가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지켜주자며 그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권리'를 뺐지 말자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간절히 빌어본다.   

 

+'봄나무' 출판사로부터 해당 리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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