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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디지털 세상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방법 

9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퓨처 마인드>와 <구글 이후의 세계>는 둘 다 인터넷 세계를 다루면서 하나는 자기계발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리처드 왓슨의 <퓨처 마인드>는 디지털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었다.  

리처드 왓슨은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생존해 있는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미래학의 거장이다. 그는 트렌드 분석과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전 세계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전략적 식견을 갖고 남보다 앞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왔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디지털과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세상 속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 휴대폰, 인터넷, 컴퓨터 문서 작업 등, 심지어 잘 때에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든다. 휴대폰이 없으면 한시도 참을 수 없고 마약 중독에 걸린 것처럼 인터넷을 끊으면 정서불안에 걸릴 정도다. 나 스스로 돌아봐도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자신 같아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무슨 광고에서 너무나 잘 터지는 휴대폰을 두고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디지털에 꽁꽁 묶인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니 앞으로도, 그것에서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리처드 왓슨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인간의 창의적이고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보았다.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일 뿐이다. 그러한 단기적인 사고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두뇌를 퇴화시킬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다. 촉각이나 청각 등의 오감에 의한 자극으로 우리의 뇌는 발달하고 조용하고 사색적인 통찰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깊은 사고로 인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발달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를 해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리처드 왓슨은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창조/ 지적으로 난잡/ 생각 일기/ 개방적 사고 유지/ 욕실 공간 활용/ 침착/ 자유로움/ 실패 수용/ 문제 공유/ 일하러 가지 않기'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과는 단절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라는 내용인 것이다. 그곳은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없고 컴퓨터 없이 하얀 종이에 펜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곳이다. 어쩔 때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자기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거나 정원을 손질하면서 '사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작자가 '가장 좋은 생각이 나는 장소와 시간이 언제냐?'고 이메일, 전화, 컴퓨터, 직접 쓴 편지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부분이었다. 거기서 리처드 왓슨은 찰스 왕세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의 개인 비서로부터 '찰스 왕세자가 하이그로브 정원에 있을 때와 산울타리를 놓는 등 바깥일을 하실 때 항상 영감을 받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라는 답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내용에도 찰스 왕세자의 개인 비서가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줬다는 사실이 웃기면서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쨌든 이 물음에서 직접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이 가장 많이 왔다는 것과 '혼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난다는 대답이 1위였다는 것은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 

어쨌든 리처드 왓슨의 경고처럼 디지털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그런 게 가능할 건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게임중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며칠 밤낮을 게임만 하다가 사람이 죽는 경우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인 이 시점에서 어떻게 휴대폰과 인터넷을 끊을 수 있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분으로 디지털을 다루고 있는 지금의 10대나 그보다 어린 애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세상은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낼 것 같다, 미래의 언젠가는. 문자혁명 이후에는 영상(이미지)혁명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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