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 

2009년 5월 23일, 아침의 뉴스 속보를 접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충격으로 머릿속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저 "정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들 말을 끝맺지 못하고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누가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 몰았을까? 그리고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무언가 바뀌었을까? 우리는 내년에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르게 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노무현은 조금이라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돈이 사람을 팰 수 있는 권리까지 만들어 주는 우리나라에서 돈 없고 힘없는 약자들이 권력을 가진 강자에 대항해서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일을 하는데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한 자기희생이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옳은 게 정의가 아니라 '돈'이 법이 되는 세상이었다.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집단은 이런 노무현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자신들의 지위가 불안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했던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버렸다. 

문재인의 <운명>은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있었던 여러 사건들, 즉 노동자들의 파업, 사회적인 운동, 탄핵, 사법개혁, 과거사 정리, 국가보안법, 한미FTA, 파병, 미국 소고기 문제 등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독한 언론플레이로 인해 언론, 정당, 국민 등 모든 것에 외면을 받아 고립되어 지독하게 외로웠을 노무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나름대로 힘겹게 고민해서 어떤 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그에 대한 역풍은 언제나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로 다가왔고 과격하고 가볍다는 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원칙을 지키며 조금이라도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책을 낼 정도로 국민 앞에 떳떳하고 당당한 것이다. 어느 누가 대통령 시절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논할 수 있을까? 그만큼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들이 그들을 깎아 내렸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그런 플레이에 놀아나고 말았다. 검찰의 언론플레이도 문제지만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지 못한 우리 자신도 잘못이었다. 세상의 겉모습에 놀아나지 말고 그 이면의 핵심을 바라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도 받아들여 토론과 토의를 통한 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잘못된 것도 있었고 좋은 의도로 추진했지만 나쁜 결과가 나온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 현실은 복잡해서 이론과 다른 결과를 내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로또에 항상 당첨되는 불가능한 행운을 바라는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정책이 1, 2년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듯이 말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회 전 영역의 정책이 전부 바뀌어 버리고 만다. 그 전에 추진하면서 생긴 여러 문제점들을 지워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시간과 돈의 낭비인가. 

'시행착오'를 위해서는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은 어느 한 집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통용되는 이념이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이념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굳세게 밀고 나갈 '소신'이라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국민'이 소신을 가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언론플레이에 놀아나지 않고 국가 정책에 대한 비난이 아닌 비판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사고하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하자. 앞으로 한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통합'이라는 원칙을 가진 문재인이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갈 다음 행보를 눈여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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