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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개마고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옛날 어떤 이야기에서 꼽추 부모가 정상적인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정상이라 기뻤지만 부모들은 자신들을 창피스러워 할까봐 밖에 나다니지 않았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초등하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꼽추 엄마는 아침에 급하게 서두르다 도시락을 챙겨주지 못했다. 갖다 주기는 해야 할 텐데, 학교까지 찾아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 수업시간에 몰래 갖다놓고 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들어서는데 등나무 아래서 아이가 체육복을 입고 친구들과 있는 게 보였다. 깜짝 놀라 숨었지만 아이는 그걸 본 모양이었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조마조마한데, 아이는 큰소리를 외치며 달려왔다.
“엄마!”
<태양의 아이>의 후짱 또한 밝은 아이였다. 세상의 어둠을 저 멀리 날려 버릴 정도로. 태양이 어떤 차별도 없이 골고루 나눠주는 따스함에 몸과 마음을 녹인다. 어리석게 감겼던 내 눈을 뜨게 만든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삶의 지혜를 속삭여준다.
아픔의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아물 뿐이다. 어머니를 대했던 내 어리석은 행동은 평생 가슴에 남아 심장을 주무를 것이다. 심장은 번데기 모양으로 쪼그라든다. 점차 작아져서 먼지만큼 그 흔적이 잊혀 졌을 때, 언젠가는 번데기의 껍질을 벗고 나비가 힘차게 용솟음 칠 것이다. 나비는 누구의 가슴에나 작게 동지를 틀고 있다. 탈피할 그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참고 인내한다.
태양의 아이, 그 보드라운 말에 내 몸을 내맡기고 싶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간지럽다. 태풍이 일고나 후의 개운함이 온몸을 훑어 내린다.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다른 사람을 품에 가득 안을 수 있는 따뜻한 날개를 더 많이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