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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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일상적인 낯설음이었다. 

 
밤에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눕는다. 눈을 아무리 깜박거려도 어두운 방에서 내 존재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곳에 있는데도 느낄 수 없다는 거, 보이지 않아서 내 존재가 불확실하게 될 때,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왜? 이 지구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니까. 거기다가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듯 하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어둠을 느껴볼 기회가 없다. 도시는 늦은 밤까지 네온사인이나 가로등 불빛으로 환하니까.

불을 꺼도 바깥에서 주황색 불빛이 새어 들어온다. 손을 들어올리면 보인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도시 외곽, 농촌 지역은 다르다. 불빛이 없다. 전등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짙은 어둠도 있는 걸까?

바깥에 나가면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디서나 있는 별은 도시의 불빛으로 가려진다.

내 인생에서 별을 보는 건 필요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별 볼 일 없는 사람'

별 볼 일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사람들의 이상일 것이다. 

 
늪처럼 측정할 수 없는 어둠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지도 모르겠다.

태어나기 전에 엄마의 자궁 속에 있던 태아 시절을 떠올리도록 만들어 주니까.

편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게도 하고. 그 이중성, 세상은 어느 한쪽으로 재단할 수 없다.

'짙은 어둠'은 검은 색과는 다르다. 그 깊이나 색감이 우리에게 평범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분명 다르지만, 나는 여기서 어떤 명칭을 달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전히 '검은 색'이라고 부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말 자체는 역설적이다. 자기 집인데도 뭐가 있는 지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될까?

본인의 집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는가. 타인은 모르는 게 당연하고. 그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사람이 아니라면 동물? 벌레? 곤충? 식물?? 땅이나 벽 자체라면 알고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알지 몰라도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모든 게 아리송 해지고 만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 것처럼. 

 
내가 낯설게 다가온다.

거울에 비친 나.

너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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