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히라노 게이치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일식>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어렵다는 현학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그 당시의 제게 처음으로 '오싹'하는 느낌을 안겨주었거든요.

그 후, 그의 작품은 대부분 찾아 읽어 보았는데요.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도 <달>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끌려서요.

 

<센티멘털>은 그의 소설 단편을 모아놓은 것인데요.

그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배경으로, 소설적인 실험을 기울인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여기서 얘기할 만한 단편은 '청수(淸水)' 입니다.

 

새벽, 어두웠던 방안에 한 줄기 햇빛이 비쳐듭니다.

아침안개가 퍼져들어 곳곳에 이슬이 맺히는 듯,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는데도 전혀 색다르지 않는 몽롱한 하루가 또 다시 시작됩니다.

저는 밤을 새고 지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잠이 드는 편이라, 아침이 오는 게 반갑지 않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자신에게로 더욱 침잠해 들어가는 나날,

어느 날은 머리도 아프고 괜히 이건 사는 게 아니라고 느껴지던 어떤 날은,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숲의 이른 새벽,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종려나무 숲에 가려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 나갑니다.

가닥가닥 나뉜 햇빛, 새벽의 청량한 공기가 미세한 포자를 품고 부유합니다.

그건 아마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의 한 장면과도 겹쳐질 수 있을 겁니다.

오직 자신만이 존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니까요.

온전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 말이에요.

 

햇빛이 어디에나 똑같이 비추는 것 처럼, 공기가 습기를 안고 있는 것 처럼,

그것과 같이 '슬픔'은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슬픔인지 이유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물방울이 '뚝' 하고 떨어지기 전 까지,

우리는 작은 희망, 작은 기쁨 등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찰나의 웃음을 던집니다.

그것이 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맛'이겠지요.

 

그저 혼자만의 사유로 그친 듯 합니다.

더 기분이 울적해지는 밤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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