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2008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어는 어렵다. 한국에서 이십 몇 년을 쭉 살았어도 어렵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헛갈리는 게 맞춤법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 외국어 표기법이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은 이렇듯 복잡하고 어려운 한국어문법을 잘 정리해 놨다. 편집에 관심이 없어도,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한 권 쯤 집에 두어봄직하다.

  게다가 뒤에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궁금해했던 독자를 위해서 편집과 조판과 제작에 대해 책의 1/4~1/3지점부터 얘기해주고 있다. 이 한 권을 읽으면 한국어 + 편집일에 대한 대략적인 궁금증이 풀리는 셈이다. 

  그리고 가격이 아주 훌륭하다. 노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의 크기와 두께에 버금가는 노트는 보통 3000원 가량 한다. 물론 디자인과 유통비 그리고 마진이 붙은 가격이지만, 맨종이 노트가 3000원인데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은 3500원이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내용. 아주 좋다.
 

p.s.
  이 리뷰는 2008년에 썼고 '2008년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에 쓴 거지만, 매년마다 갱신해서 나오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나온 매뉴얼은 2011년 판이다.^^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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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살기 동문선 현대신서 43
자크 르 고프 외 지음, 최애리 옮김 / 동문선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중세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살기 팍팍하고 힘든 시절이겠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는 <중세>하면 왕과 귀부인과 용감한 시가의 모험담으로 덮여 있던 흥미진진한 시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말하자면 이 책도 그런 '낭망'의 일환으로 집어든 책이다.

  <중세에 살기>는 중세 시대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를 대략적으로 설명해 준다. 중세의 삶을 엿보고 싶고, 그것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면, 입문서로 읽어봄직한 책이다. 중세의 높은 신분 소유자의 삶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세의 이미지(화려하고, 낭만적이고, 모험이 넘치는)를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게 좋다. <중세에 살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지루하고 소박하고 한 곳에 묶여있는 삶을 살았던 게 분명하다.

 다만,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긴 했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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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선배의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다. 과연 추천할 만 하다. 공포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결코 손에 들지 않았던(나는 호러에 매우 약하다) 작가 스티븐 킹은 정말 재담꾼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의 소설에도 흥미가 생겼다. 

  각설하고, 글쓰기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보면 다독다작다상량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은 샛길을 찾으려 자꾸 머리를 굴린다. 좀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 알려주지 않을까? 그 때문인지 세상에는 많은 글쓰기 책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꽤 어렵다. 읽어보려 폈다가도 진부한 소리에 덮어버리기 일쑤다.  

 <유혹하는 글쓰기> 는 그런 면에서 독특하다. 이 책은 별로 진부하지가 않은데, 거기엔 작가인 스티븐 킹의 재치있는 입담이 큰 역할을 했다. 가끔은 글쓰기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스티븐 킹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는 에세이의 느낌도 들지만, 역시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력서와 인생론은 물론이고, 연장통과 창작론에도 스티븐 킹 자신의 경험과 작품을 섞어가며 얘기하는데 아주 재미난다. 굳이 글쓰는 방법을 알고 싶지 않더라도,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를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 보는 게 좋겠다. <1804>라는 작품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시범으로 앞부분을 쓰다가 스티븐 킹이 '어라 괜찮은데?' 해서 실제로 완성된 단편이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유쾌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저런 거 다 때려치고 그가 보여주는 입담 만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참고 :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 두 가지.

  1. 수동태를 절대 쓰지 말아라.

  2. 되도록 부사를 쓰지 마라. (전혀 안 쓰면 더 좋다.)
 

200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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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 사랑과 상실, 그 투명한 슬픔의 기록
패티 댄 지음, 이선미 옮김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별 세 개 반. 내 취향과 많이 달라서 별을 높게 주지 않았다.

<안녕, 아빠>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인데, 제목만 보아도 취향이 아니라서 많이 당황했다. 그래도 기왕 선물받은 것이니 책을 펴들었다. 책 자체도 두껍지 않은 데다가 내용이 짤막짤막하고 삽화가 많아서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남편 빌럼이 뇌암에 걸렸다. 아들인 4살인 제이크는 아직 죽음을 모른다. <안녕, 아빠>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패티 댄)의 에세이다. 하지만 패티 댄의 슬픔보다, 아들인 제이크의 상실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죽음을 어린이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좋다.'는 게 패티 댄의 말이다. 패티 댄은 <안녕, 아빠>에서 아이에게 죽음을 알리고 아이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안녕, 아빠>는, 제목과 추천사에서 풍기는 것과는 달리, 감상에 치우쳐서 눈물을 뽑아내는 내용이 아니다. 슬픔을 꾹꾹 눌러서 객관화 시킨 듯한 느낌이다. 나는 이렇게 슬펐어요, 나는 이렇게 그를 사랑했어요.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감정의 몰입을 경계하며 자신의 상황을 늘어놓는다. 때로는 상관없어보이는 옛날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자신에게 작문을 배우는 사람들의 얘기을 엮기도 하면서 짤막하게, 그러나 깊이 빠져들지는 않게 자신의 상황과 느낌과 행동을 이야기한다.

<안녕, 아빠>를 계기로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렇게 어린 시절에 상실을 경험한 적이 없다. 머리가 굵었을 때 경험한 상실에서도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죽음과 상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줬다 뺐는 것은 나쁘다. 하지만 세상 살다 보면 가졌던 것을 잃어버리고, 곁에 있던 것이 떠나간다.왜 이렇게 힘든 것이 세상에 있을까? 이 책은 그런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너무 자신에 몰입되어 감동을 쥐어짜지도, 슬픔에 매몰되지도 않는 점이 좋았다. 그건 어쩌면 아들의 상실 경험에 초점을 맞췄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임.
짤막하게 끊어지는 회상과 간간히 들어있는 삽화가 정갈한 느낌을 준다. 삽화는 책의 내용과 딱 연관성은 없어 보이는데, 눈의 휴식이나 마음의 휴식에는 좋았다. 무엇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00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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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발굴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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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말, 영화 <인디아니 존스 4>가 화제 속에 개봉되었다. 아직 <인디아나 존스 4>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 봤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어렴풋이 생각난다. 옛 유물들을 찾으며 펼쳐지는 모험에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이라는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그런데 활약하는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싶어서 찾은 책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엑스트라였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인디아나 존스가 찾아낸 문명과 얽힌 전후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은 우리가 한 때 잃어버렸던 역사에 관한 책이라는 게 적당한 평가 같다.  

  마우솔레움, 아르테미스 신전, 트로이, 미노아, 니네베, 히타이트, 사해문서, 스키타이, 진시황릉, 대짐바브웨. 이 중에서 내가 아는 것은 트로이, 히타이트, 진시황릉 정도였다. 마우솔레움? 그게 뭐지? 대짐바브웨? 이런 것도 있나?

  생소한 것에 대한 것인 만큼 내용도 참 흥미로웠다. 색색깔의 삽화가 읽는 맛을 더했다. 이건 이런 문명이었고 이런 과정에서 발굴되었고, 이런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건 아직 모르는 내용이다-라는 책 속 이야기는 친구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해 주는 것처럼 쉬우면서도 맛깔났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기억나는 것은, 역사 속의 훌륭한 문물을 대하면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파괴가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마루솔레움을 이루고 있던 역동적이고 섬세한 조각상들을 녹여서 석회로 만들어 요새의 보강을 꾀했던 십자군이나, 대짐바브웨를 조사한답시고 성벽을 헐어버린 정부 관계자들....... 

  발굴은 숨겨진 역사를 밝히겠다는 사명 때문이 아니라 거기 있는 부장품에 눈이 먼 사람들이 시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는 지은이의 말에 씁쓸함이 남았다. 책 속의 이야기는 몇 세기나 전에 일어난 사실이지만, 현재도 다르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교양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현실에 급급해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유물을 발굴하지 않고 묻어 버리거나, 기껏 발굴한 유물을 습기도 제거되지 않는 창고에 겹겹이 처박아놓는 장면이 책의 내용과 겹쳐서 계속 생각났다.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은 고고학과 옛 문명사에 관한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옛 문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발굴 과정이 별로 나오지 않은 것도, 발굴된 물품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던 것도 아쉽다. 책이 두꺼워지고 컬러 페이지가 늘어나면 솔직히 읽기 부담스럽지만, 책을 덮고 나서 뭔가 더 있는데 못 들은 것 같은 섭섭함은 남지 않았을 터다. 


  덧붙임.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의 책 디자인은 정말 좋다. 두 페이지 당 최소 하나의 삽화가 있다. 컬러로 실은 삽화는 눈을 즐겁게 하고, 지은이가 글로 늘어놓는 얘기에 대한 흥미를 두 배로 증폭시킨다. 삽화가 많으니 글 읽느라 눈이 피로할 틈이 없고, 컬러를 수록해서 그런지 종이질도 무척 좋다. 그런 것 치고 가격 또한 싸다. 단점이라면 두께에 비해 조금 무겁다는 것?
 

2008.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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