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발굴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2008년 5월 말, 영화 <인디아니 존스 4>가 화제 속에 개봉되었다. 아직 <인디아나 존스 4>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 봤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어렴풋이 생각난다. 옛 유물들을 찾으며 펼쳐지는 모험에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이라는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그런데 활약하는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싶어서 찾은 책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엑스트라였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인디아나 존스가 찾아낸 문명과 얽힌 전후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은 우리가 한 때 잃어버렸던 역사에 관한 책이라는 게 적당한 평가 같다.  

  마우솔레움, 아르테미스 신전, 트로이, 미노아, 니네베, 히타이트, 사해문서, 스키타이, 진시황릉, 대짐바브웨. 이 중에서 내가 아는 것은 트로이, 히타이트, 진시황릉 정도였다. 마우솔레움? 그게 뭐지? 대짐바브웨? 이런 것도 있나?

  생소한 것에 대한 것인 만큼 내용도 참 흥미로웠다. 색색깔의 삽화가 읽는 맛을 더했다. 이건 이런 문명이었고 이런 과정에서 발굴되었고, 이런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건 아직 모르는 내용이다-라는 책 속 이야기는 친구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해 주는 것처럼 쉬우면서도 맛깔났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기억나는 것은, 역사 속의 훌륭한 문물을 대하면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파괴가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마루솔레움을 이루고 있던 역동적이고 섬세한 조각상들을 녹여서 석회로 만들어 요새의 보강을 꾀했던 십자군이나, 대짐바브웨를 조사한답시고 성벽을 헐어버린 정부 관계자들....... 

  발굴은 숨겨진 역사를 밝히겠다는 사명 때문이 아니라 거기 있는 부장품에 눈이 먼 사람들이 시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는 지은이의 말에 씁쓸함이 남았다. 책 속의 이야기는 몇 세기나 전에 일어난 사실이지만, 현재도 다르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교양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현실에 급급해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유물을 발굴하지 않고 묻어 버리거나, 기껏 발굴한 유물을 습기도 제거되지 않는 창고에 겹겹이 처박아놓는 장면이 책의 내용과 겹쳐서 계속 생각났다.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은 고고학과 옛 문명사에 관한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옛 문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발굴 과정이 별로 나오지 않은 것도, 발굴된 물품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던 것도 아쉽다. 책이 두꺼워지고 컬러 페이지가 늘어나면 솔직히 읽기 부담스럽지만, 책을 덮고 나서 뭔가 더 있는데 못 들은 것 같은 섭섭함은 남지 않았을 터다. 


  덧붙임.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의 책 디자인은 정말 좋다. 두 페이지 당 최소 하나의 삽화가 있다. 컬러로 실은 삽화는 눈을 즐겁게 하고, 지은이가 글로 늘어놓는 얘기에 대한 흥미를 두 배로 증폭시킨다. 삽화가 많으니 글 읽느라 눈이 피로할 틈이 없고, 컬러를 수록해서 그런지 종이질도 무척 좋다. 그런 것 치고 가격 또한 싸다. 단점이라면 두께에 비해 조금 무겁다는 것?
 

2008.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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