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력 - 고수가 알려주는 협상의 기술 46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고은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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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협상하는 건 어렵다. 내 이익을 지키려면 상대가 좀 손해를 봐야 하는데, 남 손해보게 하는 게 어디 쉬운가. 그렇다고 남 기분 맞추자고 무작정 내가 손해를 감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해관계를 2로 나눠서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섭력>의 특징은 먼저 문제가 하나 나오고, 해설이 쭉 나오는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독자가 문제를 풀기를 기다린 뒤에 여러 얘기 없이 간단명료하게 교섭의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자의 답이 100%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확실히 그가 찍은 답은 설득력이 있다.) 나는 정답을 반 정도 맞췄다. 당연히 이럴 거다! 라고 생각한 게 틀릴 때가 있어서 꽤 놀랐다. 책 하나 읽고 교섭 능력이 갑자기 300%로 치솟지야 않겠지만, 교섭에 임하는 기본 자세가 어떤지 맛보기할 수 있는 책이다.
 

  덧붙임.
  문제집인데 문제가 너무 없다. 부제를 보면 알겠지만 본문에서 다루는 문제는 46개이고 뒤에 있는 종합문제는 모두 10개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컨셉으로 잡은 '교섭에 관한 문제집'이라는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여러가지 상황에 관한 문제를 많이 풀어야,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확실히 잡히지 않을까? 문제를 주는데 너무 박하게 군 것 같아서 아쉽다.
 

 200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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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열전 : 후비 -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개정판
샹관핑 지음, 한정민 옮김 / 달과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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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사 열전 : 후비>를 읽다보면 방추형의 높은 탑이 떠오른다.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에 휘날려 불안하게 되는 탑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후비란, 바람에 휘청거리는 첨탑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황제의 여인들을 주목한 책이다. 사사로운 정을 돌보지 않은 후비, 공을 세운 후비, 잔인했던 후비, 신분이 낮은 후비, 다재다능한 후비, 재가한 후비, 못생긴 후비 등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후비에 대해서는 사료가 적어서 상당한 고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한 후비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골고루 말하고 다루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때로는 사료가 너무 적어 단편적인 제시밖에 못하는 후비도 있다.

  등장하지 못한 후비도 별들처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을 듣지 않았어도 <중국사 열전 : 후비>에 나온 여인들으로 그들의 삶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 붙여진 <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이라는 부제를 보고, 황제를 좌지우지한 능력있는 후비들의 얘기인 줄 알았더니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옛날에 여성의 위치가 낮았다, 낮았다 말들 하지만, 정말 일국의 황후와 비빈들의 위치가 이토록 불안정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황후로 임명되면 큰 잘못을 하거나 사건에 연루되거나 죽거나 하지 않으면 교체되지 않는 줄 알았는데, 황제의 마음이 바뀌면 휙휙 갈아치워지고 권력 잡은 대신의 압력에 의해 휙휙 죽어버리는 처량한 신세다. 저런 곳에서 살면 정말 권력에 미치지 않고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후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나빴고 (육체에만 가치를 두고 탐하는) 황제가 나빴다."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성격의 폐단이나 조정을 농단한 행위의 이면에는 결국 불안정한 지위가 한 몫 했다는 생각을 피력한다. 그것은 중국 역사에 있는 어느 나라이든지 똑같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사사로운 정을 돌보지 않은 후비'로 비교적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훌륭한 여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정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부군과의 사이도 좋았다. 자식도 황제가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후궁 내의 암투가 얼마나 심했는지 또 얼마나 불안정한 위치였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부군과의 관계가 좋고 애틋했던 경우는 별로 없다. 설혹 관계가 좋았더라도 권력자의 뒷배를 가진 다른 후궁의 압력으로 죽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후비의 이야기지만 그녀의 개인사는 아니다. 후비의 삶 자체가 국제정세와 국내정세 그리고 황제와 뗄 수 없는 것이어서인지 때로는 후비에 관한 것보다 국제-국내 정세와 황제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후비의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면에 대한 평가가 많다(성품보다는 집안 등).

  키워드에 따라 분류-열거한 것이기 때문에, 한 후비의 얘기가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 나왔다가 다음에는 저기에도 나온다. 앞뒤를 넘기며 잘 비교해보면 후비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다양한 후비들과, 후비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 같았던 위치에 대해 잘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겉과 속디자인이 모두 예뻐서 무척 마음에 든다.

 

  덧붙임.
  눈에 띄는 단점이라면 오자가 너무 많다는 것. 한 두개가 아니라 읽으면서 신경이 쓰인다. 

 

200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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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시대 중국인의 일상 -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
제롬 케를루에강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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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문화에 관한 책이 마침 땡기던 참이라서 집어든 책이다. 저자의 이름이 '제롬 케를루에강'이라는 걸 나중에 발견하고 살짝 불안해졌는데, 책을 펼쳐보니 불안이 적중했다. 나는 역사서나 문화사는 기실 그 나라 사람이 적은 게 가장 정확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슬프게도 이 책은 <명나라 시대 중국인의 일상>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중국에 대한 대략적 개괄서'라는 제목이 어울린다. 게다가 주거 환경이라던가 복식, 직업에 관한 심도있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대략적으로 적혀 있는 데다가, 복식은 아예 청대의 것만 간략히 설명해 놓았다. 


   명나라보다 되려 청나라를 더 비중있게 다룬다. 수록된 그림도 중국화보다 서양에서 중국을 보고 그린 판화나 수채화 등이 많다. 

  게다가 황제를 얘기할 때는 만력제(명대)와 강희제(청대)가 마구 뒤섞여 나오는데 누가 명조의 왕이고 청조의 왕인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명나라'와 '청나라'의 구분을 확실히 짓지 않았다. 하지만 왕조가 바뀌면 문화도 다소 바뀌기 마련이고, 명나라와 청나라는 황제위를 가진 민족이 달라 많은 것이 바뀌었을 텐데, 이 책은 그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중국'은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처럼.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중국의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서양인이 본 중국'에 관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듯하다. 게다가 중국과 같은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개념-유교, 도교, 명절 등-의 간단한 개념 설명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서양인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나는 지루했다.

  책의 디자인 면에서 보자면, 다른 책의 두 배 정도 되는 사이즈가 부담스럽고, 무겁다. 장점이라면 올컬러라는 것. 판형도 그렇고, 그림이 많이 있는 것도 그렇고, 읽다 보면 그림책을 보는 것 같다. 

 

2008.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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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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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국어 책에 수록된 시 빼고, 대학교 때 처음으로 읽은 시집이다. 

  기형도의 시를 처음 접한 상황이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1학년, 아마도 3월, 학관에 들어갔다가 화장실 벽에서 발견했다. 문학동아리의 홍보전단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밑에 적힌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만 한참 보고 있었다. 그 뒤로 조금 시간이 흘러 <입 속의 검은 잎>을 보았다. 

  기형도의 시는 강렬하다. 시를 읽다보면 왠지 먹먹하고 늪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느낌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기형도의 시는 읽어도 또 읽게 되는 마력같은 게 있다. 그래서 나는 기형도를 천재라고 생각한다. 요절한 게 안타깝다. 

 

200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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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민예원 편집부 엮음 / 민예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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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보다는 아무래도 소설이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시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평소 관심을 두질 않았으니 무엇이 좋은 시고 입맛에 맞는지 잘 모른다. 다들 좋아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를 집어들었다.
  

  어지간히 로맨틱한 취향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낯간지럽다 생각할 정도로 책 디자인이 화려하다. 곷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파스텔풍의 노랑, 분홍, 파랑 종이에 시가 적혀있다. 그림같을 정도로 예쁘지만 일부에게는 부담스러울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안쪽에, 중고등학교 국어책 혹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시들이 알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익숙한 시지만 몇 번을 곱씹어도 맛이 나는 그런 시들. 언제 생각이 나서 펴 보아도 편안히 음미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안에서 발견한 시이다. 

  마음에 들어 적어본다.
 

 

  아침 송頌

                                                                                             -  유자효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은 넘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없다

두려워 말라

젊은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비온 뒤의 풋풋한 숲속에서

새들은 미지의 울음을 울고

은빛 순수함으로 달리는

이 아침은 아름답다.
 

 

이 아침은 아름답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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