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열전 : 후비 -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개정판
샹관핑 지음, 한정민 옮김 / 달과소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중국사 열전 : 후비>를 읽다보면 방추형의 높은 탑이 떠오른다.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에 휘날려 불안하게 되는 탑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후비란, 바람에 휘청거리는 첨탑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황제의 여인들을 주목한 책이다. 사사로운 정을 돌보지 않은 후비, 공을 세운 후비, 잔인했던 후비, 신분이 낮은 후비, 다재다능한 후비, 재가한 후비, 못생긴 후비 등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후비에 대해서는 사료가 적어서 상당한 고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한 후비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골고루 말하고 다루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때로는 사료가 너무 적어 단편적인 제시밖에 못하는 후비도 있다.

  등장하지 못한 후비도 별들처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을 듣지 않았어도 <중국사 열전 : 후비>에 나온 여인들으로 그들의 삶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 붙여진 <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이라는 부제를 보고, 황제를 좌지우지한 능력있는 후비들의 얘기인 줄 알았더니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옛날에 여성의 위치가 낮았다, 낮았다 말들 하지만, 정말 일국의 황후와 비빈들의 위치가 이토록 불안정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황후로 임명되면 큰 잘못을 하거나 사건에 연루되거나 죽거나 하지 않으면 교체되지 않는 줄 알았는데, 황제의 마음이 바뀌면 휙휙 갈아치워지고 권력 잡은 대신의 압력에 의해 휙휙 죽어버리는 처량한 신세다. 저런 곳에서 살면 정말 권력에 미치지 않고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후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나빴고 (육체에만 가치를 두고 탐하는) 황제가 나빴다."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성격의 폐단이나 조정을 농단한 행위의 이면에는 결국 불안정한 지위가 한 몫 했다는 생각을 피력한다. 그것은 중국 역사에 있는 어느 나라이든지 똑같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사사로운 정을 돌보지 않은 후비'로 비교적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훌륭한 여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정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부군과의 사이도 좋았다. 자식도 황제가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후궁 내의 암투가 얼마나 심했는지 또 얼마나 불안정한 위치였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부군과의 관계가 좋고 애틋했던 경우는 별로 없다. 설혹 관계가 좋았더라도 권력자의 뒷배를 가진 다른 후궁의 압력으로 죽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중국사 열전 : 후비>는 후비의 이야기지만 그녀의 개인사는 아니다. 후비의 삶 자체가 국제정세와 국내정세 그리고 황제와 뗄 수 없는 것이어서인지 때로는 후비에 관한 것보다 국제-국내 정세와 황제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후비의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면에 대한 평가가 많다(성품보다는 집안 등).

  키워드에 따라 분류-열거한 것이기 때문에, 한 후비의 얘기가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 나왔다가 다음에는 저기에도 나온다. 앞뒤를 넘기며 잘 비교해보면 후비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다양한 후비들과, 후비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 같았던 위치에 대해 잘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겉과 속디자인이 모두 예뻐서 무척 마음에 든다.

 

  덧붙임.
  눈에 띄는 단점이라면 오자가 너무 많다는 것. 한 두개가 아니라 읽으면서 신경이 쓰인다. 

 

2008. 7. 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