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오픈 이벤트] 방문 후기 작성하기

  이번 추석 연휴에는 내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하릴없이 종로로 나갔는데, 교통편이 좋기도 하고 대형서점들이 몰려있는지라 시간을 보내기도 좋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종로에서 맛집이랄만한 것을 아직 못 찾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맛있는 음식점은 왜 망하거나 맛이 변할까?)  

  2011년 9월 13일, 이 날은 추석 다음 날이었고 그래서 문을 연 가게가 많았다. 서점도 모두 정상영업이었다. 충무로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종로로 걸어오니 탑골공원이 보이는 사거리가 나왔다. 종각 역 쪽으로 가기 위해 방향을 꺾었다. 그러자 바로 <알라딘 중고서점>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지하였다. 

  나는 꽤 호기심이 들어서 목적지를 변경, 알라딘 중고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지하에 있고, 꽤 넓었다. 직원 분이 두 분 카운터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계단 바로 옆에 '특가상품'이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각 분야 별로 책장이 나뉘어 있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도서관같은 느낌이 나는 배열이었다. 한 쪽 구석(신간 중고서적이 놓여있던 부분)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지하였고 그렇게까지 넓은 공간은 아니었는데, 색상도 그렇고 인테리어 덕에 꽤 트인 느낌이 들어서 갑갑하지 않았다.

  예전에 헌책방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산처럼' 켜켜이 쌓여있던 책에 눌려서 돌아나온 기억이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최대 장점은 '헌책방'이면서도 진열되어 있는 책이 헌책일 뿐, 진열도 구매방식도 보통의 서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책들은 '문학', '인문' 등의 구분에 따라 나뉘어진 책장에 꽂혀 있고, 각 책에는 책의 정가와 할인 가격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새것과 다름없이 깨끗한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상한 책도 간간이 끼어 있었다. 같은 책인데도 가격이 가끔 달라지는 것을 보니 책 상태에 대해 할인률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다. 절판된 책이나 아주 오래된 책은 별로 없고, 현재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재고처리를 위해 새 책이면서도 중고서점에 들어온 책도 있는 듯 했다(랩핑도 안 뜯은 세트가 있었으니까).

  다만 책의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진열에 신경을 덜 썼다는 느낌이 든 것이 아쉽다. 게다가 책장에 꽉 차게 진열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책을 꺼내고 넣는게 다소 불편하다.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손이 간질간질해서 잠깐 정리를 했는데, 북엔드가 쾅쾅 넘어져서 무안했다(그런데 그 북엔드, 진짜 가볍기는 했다. 조금 더 묵직해야 책을 잘 지탱할 거 같은데. 디자인은 알라딘 마크가 새겨져서 꽤 귀여웠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구경하려 했는데, 괜찮은 책이 두 권 있어서 그만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서점으로 들어서는 계단 바로 아래에는 책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건 꽤 좋은 생각인 것 같다(하지만 책을 담으려고 제작한 물건은 아닌지, 신국판 하드커버 책을 담기에는 좀 뻑뻑했다). 책을 안고 다른 책을 살펴보기는 좀 힘드니까. 

  어쨌든 집에 와서 구입한 책을 다시 봐도 헌책 같지 않고 꽤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온라인에서 알라딘 중고책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제일 아쉬웠던 게 책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점과 배송비 부분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배송비도 없고 책의 상태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다음에 또 한 번 들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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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너무 많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 2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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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도로시 세이어스를 사랑하는 건 아니고, 전작들도 그저 그렇게 읽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 사이 피터 윔지 경 시리즈 두 권이 출간된 모양이다. <증인이 너무 많다>와 <맹독>. 생각난 김에 시리즈 다음 권을 읽어볼까 하고 <증인이 너무 많다>를 손에 들었다.

  <증인이 너무 많다>를 읽기 전에는 '이건 증인들 사이의 엇갈린 진술에서 진실을 간파하기 위해 탐정이 벌이는 심리전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면서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한 내용과 좀 달랐다. '증인이 너무 많다'라고 하기 보다는 '단서가 너무 많다'라고 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증인이 많아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라기보다는 단서가 많아서 함정에 푹푹 빠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피터 윔지 경의 여동생인 메리 윔지 양의 약혼자인 캐스카트 대위가 가슴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된다. 그 총은 윔지 경의 형인 덴버 공작의 물건이다. 설상가상 덴버 공작은 캐스카트 대위와 저녁에 심한 말다툼을 한 상태였고, 시체 발견 당시 캐스카트의 시체 곁에 있었다. 형이 살인용의자가 된 것을 안 피터 윔지 경은 휴양에서 돌아와 형의 무죄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단서들은 진범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윔지 경을 안내하는데..... 

  메리 양과 덴버 공작의 비하인드스토리는 짐작하기 쉬웠다. 캐스카트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범인은 꽤 뜻밖이었지만). 그래서 스토리에 관한 흥미가 다소 식는다. 윔지 경이 사건을 해결해 밝혀낸 범인 또한, 납득이 전혀 안 갈 만한 것은 아니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쾌한 논리 위에 있지도 않다. '작가가 범인이라니 범인인가보다'하는 정도였다.

  도로시 세이어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읽을 때 재미있고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거기서 그친다. 추리! 두근두근 단서! 두근두근 범인! 두근두근 이런 게 없다고나 할까.

  윔지 경의 명랑함은 여전하다. 형제가 단단히 얽혀있는 이 사건에 착수해서도 그렇다. 그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어디까지나 명랑하고 여유자적하다. 이게 싫은 건 아닌데, 가끔 부적절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메리 양은 말했다. "오빠는 밉상이야."라고.) 세상만사가 심심풀이로 보인달까. 게다가 윔지 경의 탐정으로써의 능력은 프로 탐정으로써 다소 부족해보인다. 번터와 파커를 제외하면 그 혼자 능력으로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러나 통통 튀는 캐릭터는 마음에 든다. 명랑한 윔지 경이나 충실한 번터, 성실한 파커, 그리고 말썽쟁이 메리 양과 고집불통 덴버 공작. 단지 캐릭터가 입체적이라기보다는 단선적이고, 귀족이라는 특수한 사정 상 불가능한 일이 별로 없다보니 상당히 만화같다. (배를 놓치면 비행기를 타면 되지요, 이런 느낌.)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뒤의 역자의 말에서 핥아놓은 정도의 상징성을 이 작품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작가가 치밀하게 짜놓았다기 보다는 그냥 작가가 보는 귀족, 작가가 보는 사회주의자, 작가가 보는 농부가 그 정도였다는 느낌이다. 내가 보기에 세이어스는 상류층에게는 동경이 있고 하류층은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좀 있는 듯 하다.

 <증인이 너무 많다>를 읽으면서 파커의 짝사랑의 행방에 흥미를 느꼈다(나중에는 범인보다 이 쪽이 궁금했다). 메리 양을 짝사랑하게 된 파커와 파커에게 좀 호감이 있는 것 같은 메리 양은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의 후일담을 좀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뒷 이야기를 읽어야 하려나. 

 

  덧붙임. 

  교정과 편집이 나쁘다. 신문에서는 경악했다. 심문을 신문으로 쓰다니. ㅠㅠ 왠지 오타가 아닌 것 같아서 더 무섭다. 

 

201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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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i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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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니름 많이 있습니다. ) 

 

  '시속 300km, 멈추면 터진다!' 

  이 카피에서 나는 <스피드>의 향기를 느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퀵>은 카피처럼 <스피드>를 대놓고 베낀 영화가 아니었다. <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시속 300km, 멈추면 터진다!'가 아니라 '제한시간 30분, 폭탄을 배달하지 못하면 그녀가 죽는다!'이다.

  줄거리 : 전직 폭주족 현직 퀵배달원 최한수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협박에 의해 폭탄을 곳곳에 배달하게 된다. 제한 시간 내에 폭탄을 남자가 말하는 곳에 전해주지 않으면, 뒤에 탄 전 여자친구이자 현 아이돌인 아롬(춘심)이 쓴 헬멧이 터지게 되는데.......   

  <퀵>을 보는 내내, 감독도 배우도 이 영화를 찍느라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퀵>은 정말로 액션의 강도가 세다. 폭탄이 터지고, 오토바이가 달리고 뛰어넘고 넘어지고, 자동차가 달리고 구르고 터지고...... 보는 사람이야 즐겁지만 가끔은 보다가 걱정이 될 정도다. (나중에 엔딩크레딧을 보니 촬영 중 실제로 다리부상을 당해 입원한 분이 나온다.)

  내가 보기에 <퀵>은 정말로 열심히 찍은 영화고, 그래서 나는 <퀵>의 흥행성적이 좀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퀵>에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퀵>에 강도 높은 액션이 빵빵 터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액션들은 마치 '아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멋진 액션 장면들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는 빵빵 터질 만한 개그 장면도 많지만, '아, 이 개그를 치고 싶었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는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 어떤 훌륭한 액션도 탄탄한 스토리 위에 있어야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한기수가 경찰에게 쫓기며 인천공항으로 향할 때 도로에서 '우연히' 앞에 있던 LPG가스운반트럭의 운전수가 '우연히' 졸다 '우연한' 사고로 LPG가스통이 굴러 떨어져 사고가 나는 장면을 보라. 그 액션은 멋있었지만 정말 뜬금없었다. 차라리 한기수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서 '앞에 가던' LPG가스통을 도로에 떨어뜨린다면 납득이 갔을 것이다.

  한기수는 어떤 놈인가? 나는 이 놈이 아주 이기적이고 나쁘고 제 몸 챙길 줄만 알고 제 생각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보인 8.15.폭주의 모습이나, 과거 회상 장면에서 다른 폭주족들을 대할 때, 그리고 명동에서의 추격씬, 자신이 배달할 물건이 폭탄이라는 것을 알고난 뒤의 반응, 옛날에 저지른 일을 죄책감을 가지긴 커녕 기억도 못하고 있을 때 등을 종합해볼 때, 다른 판단을 하기는 좀 힘들다.

  그러나 좀 이상한 것이, 한기수가 내가 판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를 장기판의 말로 사용하는 협박범에 대한 분노, 자기 것을 건드린 협박범에 대한 짜증 등이 충만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틈틈히 협박범의 손을 벗어나서 협박범의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혹은 아예 아롬을 포기하고 그냥 제 갈길을 가지 않을까(악당에게도 순정은 있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판단한 기수는 상당한 이기주의자다). 그러나 한기수는 "니 나에게 와 이러는데? 내가 니에게 머라도 했나? 아 진짜 미치겠네. 그냥 확 죽여삐라!"라고 말만 할 뿐, 순순히 협박범의 말에 따르며 협박범이 자신을 놓아주기만을 바라고 자신보다 아롬의 안위를 챙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협박범이 휘두른 하나의 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한기수가 '이기적인 악당'이라면 그냥 '악당'다운 모습으로 밀고 나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기수가 악당이라고 해도 협박범이 더 나쁜 놈으로 나온다면 자연히 한기수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그렇지만 협박범이 한기수를 선택한 이유가 밝혀지고 나면 한기수가 더 나쁜 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비단 한기수만이 아니다. 아롬은 폭탄이 자기 머리에 있다는 것을 알아도 콘서트장으로 가자고 닦달하지만, 그런 '프로'의식은 막상 콘서트장에 도착한 이후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녀는 사고를 치고, 스케쥴을 무시하고(사정 설명을 할 생각도 않고 뒷일도 생각 않고) 한수와 도망친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콘서트장은 갔을까? 그리고 아롬이 한수 대신 헬멧을 쓸 것을 협박범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건 순전히 사고였는데 왜, 아롬이 쓴 헬맷과 최한수가 찬 팔찌가 일정 범위 이상 떨어지면 죽는다는 설정이 있을까?; 그 사이에 프로그램을 짜넣었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부분이 꽤 많이 보인다. 

  명식의 후배 폭주족들은 왜 등장했는가? 그들은 전혀 활약이 없다. 나는 그들이 한 번이라도 최한수를 궁지에 몰거나, 혹은 의외의 상황에서 등장해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봤지만, 그들은 전혀 활약하지 못하고 잊혀진다. 

  왜 갑자기 협박범은 제 3의 인물과 통화하며 한강다리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을까? 협박범은 1. 돈이 필요했고. 2. 최한수가 미웠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협박범의 행동은 굉장히 번잡하고 의미없어보인다. 최한수를 폭탄테러범으로 몰아 사회적으로 매장할 생각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단순히 돈을 주지 않았다는 걸로 폭탄테러를 그렇게 여러번 일으킨다는 건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결국 협박범은 최종보스와 만났을 때 돈을 받지도 않는다). 협박범 나름의 내러티브가 작가 안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은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 감독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퀵> 안에 담고 싶어했던 것 같다. 한기수가 경찰을 따돌리고 제한 시간 내에 폭탄을 배달하려고 움직일 때 나오는 '액션', 한기수를 협박하는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경찰의 '미스터리 수사극', 한기수와 아롬과 명식의 연애와 연관된 '트렌디코믹드라마', 그리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협박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 까지. 하나가 주고 다른 게 부였다면 꽤나 풍부한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이들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퀵>을 보는 내내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퀵>에서 제일 공을 들인 것은 액션이만큼, 액션이 살도록 이야기의 얼개 정도는 단순명확하면서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만들었다면 더 즐겁게 액션을 볼 수 있었을 듯하다. 

  혹평을 잔뜩 늘어놓은 것 같은데, <퀵>을 볼 때는 재미있게 봤다. 이것저것 시원하게 날려버리다 보니 스트레스가 빵빵 풀린다. 다만 저 정도로 공을 들인 액션을 이야기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더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덧붙임. 

  액션이 강점이지만, 8.15 폭주와 명동 추격씬은 좀 싫었다. 8.15.폭주 같은 경우 몇중 추돌사고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고가 났는데, 교통사고 피해를 당해본 적 있는 내 입장에서 가해자가 정말 때려죽일 놈들로 보인다. 그리고 명동에서는 거리 안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온 사람에게 시달린 경험이 다수 있다보니 액션이 스릴있고 짜릿하다기보다 싫은 기분이 먼저 들었다.  

 

덧붙임 2. 

  팔찌와 헬멧이 떨어지면 폭발한다는 설정은, 한기수가 팔찌를 멀리 던져버릴까봐 해 놓은 설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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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트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4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시간 여행 좋아한다. 왠지 두근두근한 설정이다. 역사도 좋아한다. 옛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다. 그런 점에서 <타임 패트롤>은 내가 여러 모로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이 책을 안 읽은 이유는 초반 30페이지에서 번번히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초반 30페이지 즈음까지는 심드렁하니 읽었다. 그 이후로는 책장에서 눈을 못 떼고 읽(었다면 조금 거짓말이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좀이 쑤신 정도)었지만. 

  <타임 패트롤>은 단편집이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두 맨스 에버라드라는 타임 패트롤 요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1954년에 타임 패트롤에 들어간 이후, 첫 사건에서 무임소요원이 되어 이 시간 저 시간으로 돌아다니면서 역사가 원래의 시간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거나 실종된 요원들을 찾거나 하며 활약한다.  

 

  타임 패트롤 : 맨스 에버라드는 기술연구소에 지원하여 합격하고, 그 곳이 사실은 기술자가 아닌 타임 패트롤 요원을 모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심심해서 옛 기록을 뒤지다가 1894년의 기묘한 소장품 얘기를 발견한다. 맨스는 친구 찰스 위트콤과 함께 소장품이 매장되었을 464년으로 점프하는데....... 

  -> 타임 패트롤 시리즈를 여는 단편. 맨스 에버라드가 아직 풋풋하다. 전체적인 역사 개변과 개인적인 시간 수정에 관한 이야기다. 첫 편이다 보니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있지만 진행속도가 꽤 빨라서 지루하지는 않다. 맨스와 찰스가 1894년으로 잠시 점프했을 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립탐정이 이름만 빼놓고 언급되는데, 작가도 이 탐정 팬이구나 싶어서 보면서 좀 웃었다. 

 왕과 나 : 맨스는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자 친구 키이스 데니슨의 부인인 신시아로부터 키이스가 기원전 558년의 이란으로 갔다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원전 542년으로 가서 키이스의 행방을 찾는다. 얀산의 페르시아 왕 키루스를 만난 맨스는 그가 키이스임을 알고 경악한다. 키이스는 신시아를 그리워하고, 맨스에게 자신을 20세기로 데려가 줄 것을 부탁하는데... 

  -> 앞편에 비해 맨스가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 퍽퍽한 성격이 된 느낌이다. 맨스가 삼각관계의 한 축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역사 개변 없이 어떻게 키이스를 20세기로 데려갈 것인가가 관건. 키이스가 B.C. 542년에 남으면 홀로 될 신시아가 욕심나면서도 키이스를 20세기로 데려올 아이디어를 내는 맨스가 멋있다. 그러나 돌아온 키이스가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 없다. 14년의 부인에서 8개월의 부인 곁으로 돌아온 키이스는 행복했을까?  

 지브롤터 폭포에서 : 톰 노무라는 펠리즈 아 라흐를 짝사랑한다. 톰과 펠리즈 둘이서 지브롤터 폭포를 기록하러 나간 어느 날, 펠리즈가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녀가 소속된 패트롤 지부에 연락을 해 보지만 그녀는 복귀하지 않았다는 기록만 있다. 절망한 톰은 타임 호퍼와 함께 지브롤터 폭포를 향하는데...... 

  -> 역사 개변이 개입되지 않아서인지 그저 그랬던 이야기. 맨스 에버라드는 이 단편에서는 조연이다. 톰과 펠리즈의 사랑 이야기, 라고 하면 듣기 좋지만 펠리즈가 톰을 사랑하는 걸까에 대해서는 살짝 아리송하다. 타임 호퍼의 다양한 활용법 중 하나가 소개된 느낌이다. 

  사악한 게임 : 맨스 에버라드는 연구원 존 샌도벌과 함께 1280년의 아메리카 대륙에 간다. 원 왕조의 쿠빌라이 칸이 원정대를 아메리카로 보냈는데 그 원정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둘은 원정대 대장인 톡타이를 겁주어 돌려보내려 하지만, 오히려 사로잡히고 만다. 

  -> 패트롤이 정의의 조직이 아니고 그저 이기적인(데이넬리아 인들이 존재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로 인해 세계관이 더 풍부해진 것 같다. 맨스와 샌도벌은 시간여행자가 개입된 역사개변을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선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에 개입한다는 데에 혼란을 느낀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더불어 미래의 어떤 것도 과거에서는 때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델렌다 에스트 : 휴가를 즐기던 맨스 에버라드는 친구인 피엣 반 사라와크에게 20세기의 뉴욕에서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1960년의 맨해튼으로 타임 호퍼를 맞추었지만, 타임 호퍼가 그들을 데려다 준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세계였다. 

  -> 역사 개변이 일어난 세계를 원래의 시간선으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맨스가 나온다. 현재와 아주 다른 느낌을 주는 켈트족의 세계가 신기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맨스는 시간선을 돌리기 위해 고민하는데, 그건 정의감이 아니라 이기적인(자신이 아는 세계로 돌리고 싶다는) 욕망에 가깝다. 결국 맨스는 사악한 게임에 손을 담근 것 같다. 제목이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Carthago Delenda est'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 

 

  타임 패트롤 시리즈는 1950년대에 처음 스여져서 1990년대까지 이어진 시리즈라고 한다. 꽤 옛날 글인데도 옛날 티를 별로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시간 여행보다는 조금 더 큰 흐름, '역사'에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타임 패트롤>에서의 시간은 매우 탄력적이고 유동적이다. 마치 거대한 강 같다고 할까. 물방울 몇 개를 흐트린다고 해서 강이 바뀌지는 않지만, 강의 흐름이나 모습이 달라지는 포인트는 존재한다. 

  다섯 편의 단편 모두 재미있었지만, 굳이 순서를 따지라면  왕과 나, 델렌다 에스트 > 사악한 게임 > 타임 패트롤 > 지브롤터 폭포에서  순이었다. '왕과 나'와 '델렌다 에스트'는 정말 좋았다(델렌다 에스트에 나오는 반 사라와크는 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작가의 역사감각과 지식이 대단하다. 역사 개변이라는 개념이 타임 패트롤 시리즈의 흥미를 더 돋우는 것 같다. 시리즈 뒷 이야기인 <바다의 별>과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도 얼른 읽어야겠다.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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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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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지막 행성>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 전 시리즈를 읽기로 했다. 먼저 시리즈 1편인 <노인의 전쟁>을 손에 들었다. 제목부터 꽤 독특하다. 노인이 무슨 전쟁을 한다는 말인가? 

  줄거리 : 

  존 페리는 75세가 되던 해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한다. 그는 우주개척방위군 훈련을 받는 곳에서 여섯 명의 친구를 만나 '늙은 방귀쟁이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전선에 각자 배치되어 헤어진 뒤, 그들은 가혹한 전투에서 한 명씩 사망한다. 존도 코랄 전투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노인의 전쟁>은 존 페리의 1인칭으로 진행된다. 세계관이 독특하고 인물들도 매력있어서 보기에 지루하지 않다. 한 권을 순식간에 읽을 만큼 재미있다. 생각보다 <마지막 행성>과의 연관성은 많지 않았다. 콘수와의 회담 얘기가 조금 언급된 정도다.

  <노인의 전쟁>을 한 줄로 정리해보면 "존 페리의 CDF 체험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심각하려면 심각한 내용인데(사람이 막 죽어나가니) 존 페리가 유쾌해서 좋았다. 노인만 입대하는 군대라는 설정도 재미있고 외계인이 참 다양해서 신기했다.

  그러나 소설 자체는 머리가 너무 큰, 기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핵심 사건이라고 할 만한 코랄 전쟁은 이 책의 1/3에 불과하고 그 전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사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2/3은 그냥 존 페리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배경과 인물이 사건을 잡아먹은 느낌이다.

  <노인의 전쟁>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져 있던'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코랄은 최소한 1/3 지점에서는 시작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우주개발연맹과 우주개척방위군의 시스템이지, 어떤 특정한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재미있었지만 빈말로라도 구성이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는 못하겠다. <마지막 행성>에서도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려는 기미가 있기는 했는데(원주민 얘기하다가 콘클라베 얘기로 급선회한다던가), <노인의 전쟁>의 경우는 한층 심하다. 갑자기 코랄 전쟁이라는 사건을 떡하니 투척해놓았다. 페이지수의 제한 때문인지 코랄 전쟁에 들어서서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차라리 앞의 신병 체험기를 확 줄이고 코랄 전쟁을 자세히 말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CDF를 이해하기 위해 놓아둔 디딤돌, 혹은 프롤로그라는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노인의 전쟁을 읽지 않고 바로 <유령 여단>으로 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존 페리와 유쾌한 '늙은 방귀쟁이들'을 못 만날 테니, 좀 아쉬운 일이긴 하다. 

 

  덧붙임. 

  책 뒤의 작가 이력을 보니 원래 2002년 블로그 연재를 시작, 입소문이 퍼져 출간까지 하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걸 보고 다소 납득했다.  

  사람들은 전자기기의 발전을 보고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지만, 나는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나무가 멸종해서 없어질 수는 있겠지만). 웹으로 할 수 있는 체험과 종이로 할 수 있는 체험은 확실히 다르다. 블로그 같은 경우, 이야기의 전체적인 짜임보다는 즉각적인 것(인물, 대사, 독특한 개성)에 집중하게 된다. 설명의 길이가 길어도 스크롤을 내려버리면 되니까 이야기의 길이에 무감각해진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단서를 잘 놓치게 된다. 따라서 이야기의 구성이나 플롯의 중요성이 낮아진다. 그에 비해 종이에 써진 이야기는 조금 더 조직화해서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재미있지만, 역시 처음부터 플롯을 잘 짜놨으면 더 굉장한 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령 여단>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201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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