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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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행성>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 전 시리즈를 읽기로 했다. 먼저 시리즈 1편인 <노인의 전쟁>을 손에 들었다. 제목부터 꽤 독특하다. 노인이 무슨 전쟁을 한다는 말인가? 

  줄거리 : 

  존 페리는 75세가 되던 해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한다. 그는 우주개척방위군 훈련을 받는 곳에서 여섯 명의 친구를 만나 '늙은 방귀쟁이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전선에 각자 배치되어 헤어진 뒤, 그들은 가혹한 전투에서 한 명씩 사망한다. 존도 코랄 전투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노인의 전쟁>은 존 페리의 1인칭으로 진행된다. 세계관이 독특하고 인물들도 매력있어서 보기에 지루하지 않다. 한 권을 순식간에 읽을 만큼 재미있다. 생각보다 <마지막 행성>과의 연관성은 많지 않았다. 콘수와의 회담 얘기가 조금 언급된 정도다.

  <노인의 전쟁>을 한 줄로 정리해보면 "존 페리의 CDF 체험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심각하려면 심각한 내용인데(사람이 막 죽어나가니) 존 페리가 유쾌해서 좋았다. 노인만 입대하는 군대라는 설정도 재미있고 외계인이 참 다양해서 신기했다.

  그러나 소설 자체는 머리가 너무 큰, 기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핵심 사건이라고 할 만한 코랄 전쟁은 이 책의 1/3에 불과하고 그 전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사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2/3은 그냥 존 페리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배경과 인물이 사건을 잡아먹은 느낌이다.

  <노인의 전쟁>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져 있던'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코랄은 최소한 1/3 지점에서는 시작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우주개발연맹과 우주개척방위군의 시스템이지, 어떤 특정한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재미있었지만 빈말로라도 구성이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는 못하겠다. <마지막 행성>에서도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려는 기미가 있기는 했는데(원주민 얘기하다가 콘클라베 얘기로 급선회한다던가), <노인의 전쟁>의 경우는 한층 심하다. 갑자기 코랄 전쟁이라는 사건을 떡하니 투척해놓았다. 페이지수의 제한 때문인지 코랄 전쟁에 들어서서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차라리 앞의 신병 체험기를 확 줄이고 코랄 전쟁을 자세히 말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CDF를 이해하기 위해 놓아둔 디딤돌, 혹은 프롤로그라는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노인의 전쟁을 읽지 않고 바로 <유령 여단>으로 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존 페리와 유쾌한 '늙은 방귀쟁이들'을 못 만날 테니, 좀 아쉬운 일이긴 하다. 

 

  덧붙임. 

  책 뒤의 작가 이력을 보니 원래 2002년 블로그 연재를 시작, 입소문이 퍼져 출간까지 하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걸 보고 다소 납득했다.  

  사람들은 전자기기의 발전을 보고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지만, 나는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나무가 멸종해서 없어질 수는 있겠지만). 웹으로 할 수 있는 체험과 종이로 할 수 있는 체험은 확실히 다르다. 블로그 같은 경우, 이야기의 전체적인 짜임보다는 즉각적인 것(인물, 대사, 독특한 개성)에 집중하게 된다. 설명의 길이가 길어도 스크롤을 내려버리면 되니까 이야기의 길이에 무감각해진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단서를 잘 놓치게 된다. 따라서 이야기의 구성이나 플롯의 중요성이 낮아진다. 그에 비해 종이에 써진 이야기는 조금 더 조직화해서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노인의 전쟁>은 재미있지만, 역시 처음부터 플롯을 잘 짜놨으면 더 굉장한 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령 여단>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201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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