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이 너무 많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 2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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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도로시 세이어스를 사랑하는 건 아니고, 전작들도 그저 그렇게 읽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 사이 피터 윔지 경 시리즈 두 권이 출간된 모양이다. <증인이 너무 많다>와 <맹독>. 생각난 김에 시리즈 다음 권을 읽어볼까 하고 <증인이 너무 많다>를 손에 들었다.

  <증인이 너무 많다>를 읽기 전에는 '이건 증인들 사이의 엇갈린 진술에서 진실을 간파하기 위해 탐정이 벌이는 심리전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면서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한 내용과 좀 달랐다. '증인이 너무 많다'라고 하기 보다는 '단서가 너무 많다'라고 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증인이 많아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라기보다는 단서가 많아서 함정에 푹푹 빠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피터 윔지 경의 여동생인 메리 윔지 양의 약혼자인 캐스카트 대위가 가슴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된다. 그 총은 윔지 경의 형인 덴버 공작의 물건이다. 설상가상 덴버 공작은 캐스카트 대위와 저녁에 심한 말다툼을 한 상태였고, 시체 발견 당시 캐스카트의 시체 곁에 있었다. 형이 살인용의자가 된 것을 안 피터 윔지 경은 휴양에서 돌아와 형의 무죄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단서들은 진범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윔지 경을 안내하는데..... 

  메리 양과 덴버 공작의 비하인드스토리는 짐작하기 쉬웠다. 캐스카트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범인은 꽤 뜻밖이었지만). 그래서 스토리에 관한 흥미가 다소 식는다. 윔지 경이 사건을 해결해 밝혀낸 범인 또한, 납득이 전혀 안 갈 만한 것은 아니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쾌한 논리 위에 있지도 않다. '작가가 범인이라니 범인인가보다'하는 정도였다.

  도로시 세이어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읽을 때 재미있고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거기서 그친다. 추리! 두근두근 단서! 두근두근 범인! 두근두근 이런 게 없다고나 할까.

  윔지 경의 명랑함은 여전하다. 형제가 단단히 얽혀있는 이 사건에 착수해서도 그렇다. 그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어디까지나 명랑하고 여유자적하다. 이게 싫은 건 아닌데, 가끔 부적절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메리 양은 말했다. "오빠는 밉상이야."라고.) 세상만사가 심심풀이로 보인달까. 게다가 윔지 경의 탐정으로써의 능력은 프로 탐정으로써 다소 부족해보인다. 번터와 파커를 제외하면 그 혼자 능력으로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러나 통통 튀는 캐릭터는 마음에 든다. 명랑한 윔지 경이나 충실한 번터, 성실한 파커, 그리고 말썽쟁이 메리 양과 고집불통 덴버 공작. 단지 캐릭터가 입체적이라기보다는 단선적이고, 귀족이라는 특수한 사정 상 불가능한 일이 별로 없다보니 상당히 만화같다. (배를 놓치면 비행기를 타면 되지요, 이런 느낌.)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뒤의 역자의 말에서 핥아놓은 정도의 상징성을 이 작품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작가가 치밀하게 짜놓았다기 보다는 그냥 작가가 보는 귀족, 작가가 보는 사회주의자, 작가가 보는 농부가 그 정도였다는 느낌이다. 내가 보기에 세이어스는 상류층에게는 동경이 있고 하류층은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좀 있는 듯 하다.

 <증인이 너무 많다>를 읽으면서 파커의 짝사랑의 행방에 흥미를 느꼈다(나중에는 범인보다 이 쪽이 궁금했다). 메리 양을 짝사랑하게 된 파커와 파커에게 좀 호감이 있는 것 같은 메리 양은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의 후일담을 좀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뒷 이야기를 읽어야 하려나. 

 

  덧붙임. 

  교정과 편집이 나쁘다. 신문에서는 경악했다. 심문을 신문으로 쓰다니. ㅠㅠ 왠지 오타가 아닌 것 같아서 더 무섭다. 

 

201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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