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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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앞만 보고 걷는 사람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 손안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 그중 보기 드문 것은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인지 고개를 젖혀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헤르만 헤세는 그 드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대문호라 불리는 그는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하늘을 봤다.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하늘과 땅 사이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구름을 자신에 빗대어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사유의 과정을 산문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자신보다 구름에 대해 더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는 글을 보면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는 구름의 역동성에 헤르만 헤세는 많은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아마 예술가로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소 다른 삶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자신을 땅에 붙어있지 못하는 구름과도 같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싶다. 어릴 적 그저 좋아해서 바라봤던 구름이었는데 구름처럼 살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낯선 존재로서 시간과 영원 사이를 둥둥 떠다니며 방랑하는' 예술가로서 스스로에게 가졌던 생각이었을 것이다. 

 가끔씩은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던 사람이 생각난다. 그 사람도 헤르만 헤세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이 산문집을 읽고 나니 평소에는 지나치기 바빴던 하늘과 구름을 향해 한 번씩 시선이 가고는 한다. 헤르만 헤세와 같이 깊은 생각은 못 할지라도 그 잠깐의 시간이 정신적 여유를 주고 정화의 순기능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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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인가요? - 정영진 인터뷰집
정영진.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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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방송인 정영진과 작가 지승호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방송인 정영진은 생각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그는 삼프로TV, 매불쇼, 일당백 등 인기 유튜브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물이다. 현재에도 팟캐스트, 유튜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내가 평소에 품고 있는 의견이나 판단이 진정으로 자신의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인지를 묻는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 주인공이 기획한 프로그램에도 이러한 철학이 묻어난다. 특정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자 노력한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그 사람의 사고 과정을 검증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을 들고 온 사람과는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금세 알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고심 끝에 나온 생각들이 아니다 보니 상대방의 깊숙이 찌르는 질문에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생각의 주체성 못지않게 중요시하는 것은 존중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누군가 말하더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칼로 무 자르듯 옳고 그른 것으로 나눌 수는 없다. 하나의 주제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함을 그는 강조한다. 대부분의 생각, 소위 말하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괴롭힌다면 그 이후로는 다양한 생각들이 나오기 어렵다. 생각의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희망을 찾기란 매우 어려워진다.

 각종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의 소통이 익숙해진 요즘이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의탁한다면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팔을 휘저어대는 허수아비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생각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따끔한 경고장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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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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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선불교의 수행법인 좌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그저 앉기를 권한다는 말도 좌선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저자인 스즈키 순류는 승려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고 미국으로 건너가 불교 선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가 전파하는 가르침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 퍼졌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또한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가 낸 책인 <선심초심>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데 그 책에 담지 못한 미출간 원고를 이번 책에서 편집해서 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활자를 떠나 무언가 고요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한결같다. 누군가가 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사라져 갈 것들에 대해 욕심이나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앉아서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다. 깨달음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찾기 위해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답이 있고 집중한다면 그 깨달음을 얻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모든 것들이 이 세상을 잠시 스쳐간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분노할 일도 생기지 않는다. 손에 넣은 것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미련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책의 내용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현실을 살다 보면 이러한 사실, 깨달음을 금세 망각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내려놓음을 현실에서 실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존재의 유무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 책이다. 자아가 아닌 무아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참 어렵지만 인생을 지혜롭게 사려면 이러한 책과 가르침을 늘 가까이에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모로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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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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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인류를 구원한 약 10가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도쿄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이다. 유기화학과 관련한 기사를 쓰며 유명해졌고 현재는 과학 전문 프리랜서로 화학 관련 잡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질병과 의약품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 책에는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등 다양한 의약품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취제이다. 마취제가 없었더라면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수술도 죽음 직전의 고통에 이르게 하는 고난한 과정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고대에도 치질, 백내장 수술, 심지어는 코를 잃은 사람을 위한 성형수술까지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을 잃게 하는 마취제가 그 당시에는 없었기에 고통을 견디면서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비명을 덜 새어 나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읽으며 지금 현재에도 만약 마취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끔찍하지 않았을까. 의사가 환자에게 건네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은 수술 과정에서의 통증을 떠올리며 밤새 잠 못 이루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의약품이 없던 시절 고통받는 인류의 모습과 이를 구원하는 의약품의 개발, 발견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러모로 현존하는 의약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지점이 많았다.

 역사 속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의약계로 진출하고 싶은 이들이 본다면 더 많은 흥미를 느끼고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사의 여러 지점에서, 만약 그 약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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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인사이트 - 제2의 테슬라를 넘어 기업 자율 주행 OS를 만들다
안유석 지음 / 처음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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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데이터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표이사이다. 그는 팔란티어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팔란티어의 설립 목적, 비전 등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조직이나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터는 쌓이지만 데이터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이나 조직에게는 그저 의미가 없는 조각들일 뿐이다. 저자는 팔란티어는 이러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하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가공, 분석하는 것을 넘어 기업을 상대로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축해 주는 것이다. 이 책에는 팔란티어가 어떻게 미국의 국방, 정부기관을 상대로 계약을 따내고 조직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자세하게 다룬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금융 등 각종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서 팔란티어가 불러 일으킨 변화도 소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관, 기업들이 팔란티어를 통해 얻는 이점은 운영 효율성의 극대화로 비용과 인력의 절감을 가능케 한다. 이 책의 각종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운영 효율을 높여주는 팔란티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찬사만을 보내지는 않는다. 데이터 활용도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인권 침해와 같은 윤리적 문제 또한 다루고 있다.

 저자는 팔란티어를 단순히 인공지능 열풍에 올라타는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본다. 팔란티어를 그저 유망한 회사, 주가가 오르고 있는 회사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팔란티어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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