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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평점 :
퇴근하고 오면 우선 샤워를 합니다. 아내와 대화를 하면서 저녁을 먹고나면 배가 부르니까 쇼파에 앉아서 잠시 쉽니다.그냥 쉬려하면 무료하니까 영상을 보거나 웹서핑을 시작합니다. 어느 사이에 자야할 시간이 되고 오늘도 퇴근 이후에 아무것도 못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여 침대로 갑니다.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매일 저녁 쇼파에서 시간을 보내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퇴근 후에 샤워하고 저녁을 먹는건 피할 수 없으니 쇼파에 앉는 행위를 중단하라 같은 내용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제가 기대한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의 저자는 두 사람입니다. 자신들이 프롤로그에 적은 표현을 빌리면 '네 시간 줄을 서야 바나나를 살 수 있던 공산 국가으로 미국 시민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수박 맛 풍선껌을 산 사람'과 '평생 안전한 채권에만 투자하다가 금융 전문가들이 거품이 꺼질 것을 경고하는 시점에 은퇴 계좌의 상당수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폭락을 겪은 대학 교수'입니다. 아마도 각각의 설명은 저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일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합니다.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는 인간의 그런 선택은 진화적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이성적인지 비이성적인지가 아닌 '심층 합리적Deep rationality'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결정은 진화적 목표에 도움이 되고, 그러한 결정을 통해서 다양한 진화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내리는 결정에 '둘 이상의 자아'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에 따르면 7개의 '부분자아들Subselves'이 있고, 이들의 총합 즉 각각의 부분자아들이 어우러져 이뤄진 존재가 우리 개개인입니다.
프롤로그∥인간의 무모한 선택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놀라운 진실!’
Chapter 1∥인권 운동의 아이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다중인격 장애였다?
Chapter 2∥왜 스노보더와 월가의 은행가는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가?
Chapter 3∥왜 디즈니 형제는 다투면서도 서로를 위해 양보하는가?
Chapter 4∥왜 잠비아 국민들은 식량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조를 거부했는가?
Chapter 5∥어떻게 아마존의 밀림 부족은 하버드생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을 통과했는가?
Chapter 6∥왜 벼락부자들은 결국 파산 법정에 서고야 마는가?
Chapter 7∥친환경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Chapter 8∥왜 다이아몬드 반지와 신부의 지참금은 다른가?
Chapter 9∥왜 우리는 가짜 약장수에게 쉽게 속는가?
에필로그∥인간의 선택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 있는가?
책은 위와 같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있습니다. 프롤로그와 1장에 이론적인 내용은 대부분 나와있습니다. 바로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개인은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여러개의 부분자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입니다. 소위 인간 행동의 다면성은 그런 선택을 하는 자아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라는게 저자들의 설명입니다. 책이 제법 두꺼운데 그 뒤로는 여러가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의 사례를 보여주고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습니다. 1장을 읽을 때까지는 마치 재미있는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었는데, 그 뒤로는 백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에서 저자들은 결국 인간이 하는 모든 선택에는 동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전통경제학자들이나 인간의 비합리성을 주장하는 행동경제학자들과 달리 저자들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부분자아들 중 어떤 부분자아의 동기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리 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펴기 전에 기대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지만 저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지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