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 평범을 비범으로 바꾼 건축가의 기록법
백희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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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관한 책과 쓰기에 관한 책은 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언젠가부터 <<쓰는 사람>>처럼 그냥 글쓰기가 아닌 기록에 대한 책은 더더욱 그냥 넘어가질 못합니다.


<<쓰는 사람>>을 처음 만난건 오랜만에 놀러간 교보문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눈에 띈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리뷰를 쓰려고 책을 살펴보다보니 출간된 출판사가 교보문고입니다. 그런 연유로 교보문고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되어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쓰기 특히 최근들어서는 기록에 대한 책이라면 그냥 넘어가질 못하곤 하는데, 비슷한 분야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쓰는 사람>>은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쓰는 사람>>의 저자 백희성 씨는 건축가입니다. 한국에서 건축공학과를 나와서 석사까지 마친 후에 프랑스로 건너가서 공부를 이어서 해서 건축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면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듯합니다. 특이하게 소설도 쓴 적이 있고 디자이너로도 활동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20여년에 걸친 기록이야말로 자신의 이런 다양한 창작을 받쳐주는 자산이라고 소개합니다.


프롤로그: 기록의 시작


PART1 기록에 관한 기록

- 생각을 만드는 기록

- 생각을 바꾸는 기록

- 인생을 바꾸는 기록


PART2 기록이 만든 기록

하나, 부정적인 생각의 기록

- 시끄러운 빗소리가 음악이 되다

둘, 낯선 감각의 기록

-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 세상 논리에 반대하기

- 내 안에서 답 찾기

- 설득의 기술

셋, 근본에 다가가는 기록

- 전통에 집중하기

- 모든 일은 연결된다

넷, 불완전한 경험의 기록

- 준비 없이 실패하기

- 자신 없이 성공하기

- 불완전함이 주는 힘

다섯, 엉뚱한 상상의 기록

- 준비된 상상이 현실이 되다

- 꿈을 꿔라


PART3 나만의 기록

- 나의 기록법

- 기록을 이어 가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저자는 책 전체에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자신에게 기록이 얼마나 소중했고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꾸준하게 말하고 있는데, 소설처럼 책 전체가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스토리는 아니기 때문에 순서에 연연하지 않고 관심 있는 대목을 펼쳐서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렇게 부분부분 펼쳐보다가 전체를 다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고 앉은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저자는 'PART1 기록에 관한 기록'에서 기록의 유용성을 말합니다. 그런 후에 'PART2 기록이 만든 기록'에서 자신이 어떻게 기록을 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그런 기록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결과물들을 이끌어내었는지도 알려줍니다. 저자에 대한 소개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기록을 통해서 저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단지 건축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명함이나 책장을 만들기도 하고,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하고, 소설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는 그런 여러 가지 창작물이 어떻게 기록에서 시작되어 결과물까지 갔는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PART3 나만의 기록'에서는 간단하게 기록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 후에 책이 마무리됩니다. 단정한 책 제본방식 만큼이나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다 읽은 후에 처음 든 생각은 '부러움'이었습니다. 저자가 2002년 월드컵 때부터 기록을 했다고 하는데, 그 시절이면 저도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최소한의 정리를 했던 외장하드에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기록을 잘 발효시켜서 창조까지 이르렀는데, 저는 그냥 오래도록 보관만 하고 있는겁니다. 그런 차이가 지금 당장은 '부러움'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기록이랑은 조금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책에서 저자는 '대안 없는 비판 금지'를 말합니다. 상대방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해도 근거와 함께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비로소 생산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왕이면 그렇게 제시한 대안을 내가 먼저 실천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껍니다.


저자의 기록을 부러워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대안 없는 비판 금지'가 떠올랐습니다. 기록을 잘 활용한 저자의 창작물들에 대해서 단지 '부럽다'는 감정을 가지는 것으로 그쳐버린다면 전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 사람>> 책의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지 리뷰일 뿐이지만 언젠가 저도 저의 기록을 잘 발효시킨 무언가를 만들어 내리라 믿습니다. 그 때가 되면, 그제서야 비로소 '대안 없는 비판'만을 하는 사람이 아닌 생산적인 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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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의 맛 -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국수 탐방기 피아노 조율사의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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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영권은 32년 차 피아노 조율사입니다. 피아노 조율이라는 작업이 혼자하는 작업이다보니까 혼자서 전국 각지를 찾아가는 일이 많았고, 그런 과정에서 혼자서 식사한 많은 식당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풀어내왔습니다. 저는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지만, 이미 《경양식집에서》, 《중국집》을 쓴 음식 에세이스트이기도 하고 넷플릭스 〈짜장면 랩소디〉를 비롯해 〈생활의 달인〉, 〈혼밥인생〉 등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식당과 음식을 소개하는 책 답게 목차를 '차림표'라는 제목으로 정리해놨습니다. <<국수의 맛>>에는 모두 29곳의 국수 식당이 나오는데,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있지 않고 전국 각지의 다양한 식당이 나옵니다.


국수 여행의 시작은 서울 가산동 돼지분식의 칼국수입니다. 앞부분 네 쪽에 걸쳐 식당을 찾아가기까지의 에피소드가 만화로 담겨 있고, 이후로는 식당과 칼국수 사진과 함께 맛깔나는 국수 이야기를 풀어줍니다. 음식 책을 두 권이나 내신 분답게, 읽다 보면 소개된 식당에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책에 담겨있는 29개의 이야기가 전부 만화와 글을 함께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만화 없이 글로만 소개하는 식당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저자가 열 네 번째로 소개한 경기도 연천의 궁평국수처럼, 간혹 글은 아예 없고 만화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만화 뒤쪽에 식당과 음식 사진이 실려있기도 하지만, 강원도 춘천의 새술막칡국수나 부산 부평동 세정의 한치메밀쟁반처럼 사진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야 있겠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사진이 없으니 살짝 아쉬웠습니다.


소개된 식당과 음식도 좋았지만, 피아노 조율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음식 책을 냈다는 이력도 흥미로웠습니다. 책을 읽기 전 저자 소개 글을 읽을때만해도, 피아노 조율이라는 작업이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게 되니까 음식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나가다보니까 피아노 주인들과 친분을 가지는 모습들과 출장간 지역에서 생각나는 식당을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저자가 풀어주는 이야기이기에 더 맛있게 읽혔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맛있는 책입니다. 저자의 이전 책도 꼭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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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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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펼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부제 때문입니다.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이라는 부제도 눈길을 끌었는데, 거기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심리학'이라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재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학원 선생님의 우연한 한마디로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염두에 두게되었고, 한 번은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심리학을 다룬 책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다양한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한꺼번에 다루는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자는 '이클립스'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투버 입니다. 저는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책은 총 19명의 심리학자와 그들의 핵심 이론을 1부 '나를 다루는 법', 2부 '타인을 다루는 법', 3부 '선택을 설계하는 법'으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구성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명확해서 쉽게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본문이 시작되기 전, 제일 앞에 실려있는 '이 책을 읽는 법'이었습니다. 이번 책 앞에 나온 '훔친 철학'편을 비롯해서 앞으로 나올 책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세계 척학 전집을 읽어나가는데 필요한 몇 가지 조언을 해줍니다. 특히 다섯 번째 조언인 '15분만 읽고, 한 달을 관찰하라'는 문장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단지 아는걸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려할 때 MBTI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정작 MBTI는 심리학적이이지 않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흥미로운 시각이 제시됩니다. 저자는 MBTI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다만 MBTI는 각 사람의 특성 보여주는 '라벨'일 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제품에 붙은 라벨을 보고 구분할 수는 있지만, 이미 아는 제품이 아닌이상 라벨을 읽는다고 제품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바로 더 잘 알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내가 믿어왔던 '내'가 흔들리겠지만, 역설적으로 그 흔들림을 견뎌야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한 사람씩 심리학자를 소개하는 본문 각 장은 대부분 해당 심리학자의 대표적인 주장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단지 그런 내용이 끝은 아닙니다. 심리학자의 이론에 대한 반론이나 비판점 혹은 대응하는 방법도 빠트리지 않고 다룹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심리학자의 대표작에 대한 한줄평과 함께 난이도를 알려준 부분도 소소해보이지만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심리학을 안다는 것은 운명을 선택으로 바꾸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자는 심리학을 알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하는 답을 찾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신이 우리에게 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심리학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는지 알아야, 주어진 상황에 그냥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을 읽는 사람이. 인간을 읽으려는 사람에게' 건네는 이 책과 함께, 저도 빨리 읽고 천천히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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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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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책을 만나면 늘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대한 책입니다. 피츠제럴드는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거라면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쓴 작가라는 것 뿐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대충은 알지만 스토리를 차용한 작품이나 축약본 등으로만 접했지 소설을 읽거나 영상화한 작품을 본 적도 없습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를 읽은 이유는 글쓰기 책 자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전에 읽었던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때문입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피츠제럴드가 평생 쓴 글들 중에서, 글쓰기에 대한 부분을 모아둔 책입니다. 피츠제럴드의 글을 엮은이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면서 프로 포커 플레이어인 래리 W. 필립스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 책과 쌍이라고 할 수 있는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많이 닮았습니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일반적인 구성을 생각하고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을 펼쳤다가 당황했떤 때와는 달리 짧은 토막글이 모인 형태일꺼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좀 더 쉽게 적응해서 읽었습니다.


Part 1 글쓰기의 분투

글쓰기라는 행위

글쓰기의 기술적 기원

소설 속 인물

비평가와 비평

비평가로서의 피츠제럴드


Part 2 작가의 분투

작가의 존재와 역할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들에게 주는 충고

작가로서의 삶

출판에 관하여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글쓰기의 분투'와 '작가의 분투'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목차만 보면 앞부분에는 글쓰기 자체에 대한 글이 모여있고 뒷부분에는 작가에 대한 글이 모여있을꺼 같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책 속에 있는 짧은 토막글을 빼서 책 속 어느 부분에 가져다놔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없어서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방법이 어울리는 책이 아니기에 목차를 보고 관심가는 부분부터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게 읽을 필요도 없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두 작가가 지닌 글쓰기에 대한 신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작가는 세계를 향한 미국적 접근법을 대변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헤밍웨이의 철학을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라고 간단히 줄일 수 있다면,피츠제럴드의 철학은 조금 더 본질적이고 시적이며 헤밍웨이의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오늘은 연속적으로 보낸 지난날들을 끊어내는 날이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와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두 권을 모두 엮어서 만들어낸 래리 W. 필립스는 '엮은이의 글'에서 위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래리 W. 필립스가 엮은 두 권을 모두 읽었음에도 두 작가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라의 차이는 이렇게 단편적인 글을 모아둔 책 보다는 두 사람의 작품에서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소설에서 쓰는 거의 모든 것은 좋든 나쁘든, 독자의 잠재의식 속으로 스며듭니다. 몇 년이 지나 사람들이 제게 와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은 이야기를 마치 일화처럼 전하곤 했어요. 누가 그 이야기를 썼는지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로 말이죠. 아마도 이것이 제가 쓴 글이나 말한 것 중에서, 가장 자만심이 드러난 표현일 겁니다.


 책을 읽기 전만해도 피츠제럴드는 그렇게 친숙한 느낌도 없고 작품도 이름만 들었을 뿐 제대로 아는건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츠제럴드가 만든 이야기를 접했었습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이 피츠제럴드가 쓴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라는걸 책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어쩌면 영화를 볼 당시에는 알았다가 잊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개봉 당시에 영화관에서 봤음에도 책을 읽는 시점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같은 사람은 피츠제럴드가 살아있던 시절에도 있었나봅니다.


글쓰기에 대한 제 이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세대의 젊은이들과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후대의 교육자들을 위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작가의 글에 영향을 받았음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걸 새삼 깨닳아서인지, 책을 다 읽은 후에 기억에 가장 남아있는 대목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짧은 글입니다. 글이 태어나고 나면 그 글의 영향이 얼마나 미칠지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젊은이들과 다음 세대를 위한 글을 쓰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과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모두 한 번 읽어내고 파악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 펼쳐서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와 대화할 수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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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양자 역학부터 양자 컴퓨터 까지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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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친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양자역학 이전에 물리학이나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는 책의 제목에서부터 처음 양자역학을 대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걸 드러내고 있습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역사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역사 이야기를 읽다보면 양자역학을 이해하긴 힘들어도 조금 알 수는 있게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교양의 결핍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낯선 것 앞에서 용기 내어 한 걸음 다가서지 못했던 마음의 거리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책 한 권 읽었다고 양자역학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1부를 읽으면서 양자역학을 대하는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1부 후반부는 빛, LED, 레이져, 광통신, 원자시계, GPS 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빛은 몰라도 다른 내용이 양자역학과 관련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 삶 속의 여러 부분에서 양자역학이 활약하고 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덕분에 양자역학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2부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에 대해서 설명을 읽다보면 그런 현상이 어떻게 양자 컴퓨터의 원리가 되는지 알게됩니다. 저자는 숫자 보다는 그림이나 그래프를 통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합니다. 얼마나 이해했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양자 컴퓨터라는 존재가 우리가 여태까지 사용했던 0과 1을 바탕으로 한 고전 컴퓨터와는 전혀 다르다는건 알 수 있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원리 뒤에는 범용 양자 컴퓨터와 특수 목적 양자 컴퓨터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범용 양자 컴퓨터나 특수 목적 양자 컴퓨터에 대한 설명은 책에서 가장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특수 목적 양자 컴퓨터는 이미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뒤이어 암호 해독, 최적화, 신소재와 신약, 인공지능 등 양자 컴퓨터가 활용될 여러 분야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책을 덮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에필로그에 나오는 에니악 이야기입니다. 최초의 전자식 범용 디지털 컴퓨터였던 에니악은 개발 당시에도 분명히 혁신적인 연산 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해진 연산을 하던 기존에 있던 기계식 계산기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에니악을 시작으로 고전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에니악이 개발되었던 1940년에는 상상도 못했던 현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2부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양자 컴퓨터가 아직은 부족한게 많구나'였는데, 에필로그에서 에니악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에니악 개발이 채 100년도 되지 않았고 고전 컴퓨터의 개발이 점점 가속화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양자 컴퓨터가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얼마나 빨리 데려갈지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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