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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탈출하라 ㅣ ky홈 시리즈 1
김용엽 지음 / (주)KY홈(케이와이홈) / 2016년 6월
평점 :
처음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진주에서 마산으로 이사했을 때부터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날 즈음까지 2년 가까이 살다가 같은 도시의 반대편 끝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사간 아파트는 TV인지 라디오인지에서 광고까지 하던 나름 그 당시 대규모인 아파트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이사가는동안 계속 아파트에만 살아서 무려 여덟 곳의 아파트에 살아봤습니다. 자식들이 대학에 간 이후에 부모님은 시내의 단독 주택에 잠시 살기도 하셨고, 시골에 집을 사서 살기도 하셨습니다. 결국 땅과 가까이 살고싶어하시던 부모님은 지금은 원하는 곳에 집을 지어서 살고 계십니다.
제가 살았던 아파트는 대규모라고 해봤자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아파트들 10여개가 모인곳이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정말 큰 규모의 아파트는 계획도시인 창원으로 이사간 사촌 집에 갔을 때 처음 가봤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10층이 넘는 높이에 동도 스무 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나중에 서울에 왔더니 스무개 넘는 동은 비교도 힘둘, 한 번에 지은 아파트 차수로 10개가 훌쩍 넘어가는 규모의 단지도 있더군요.
아파트 그것도 예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아파트가 이제는 곳곳에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큰 규모의 아파트가 서지만, 사람이 적은 곳도 아파트가 있습니다. 공보의로 근무했던 평택만 해도 외곽에 아파트가 제법 있습니다. 시내를 벗어나서 길을따라 달리다보면 뜬금없이 아파트가 한두동 서있습니다. 지나쳐서 다시 좀 a달리다보면 사람들이 모여살던 마을 주변에 또 아파트가 서있습니다. 딱히 사람이 많이 살아야해서 아파트가 생겼다고 보기도 힘든 위치입니다. 오히려 아파트가 생겼기에 그 자리에 사는 사람이 많아졌겠지요. 꼭 아파트가 아니었어도 되었을텐데 왜 아파트가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김용엽이라는 건축사가 쓴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제 곧 집값이 떨어질테니 하루빨리 아파트를 팔아버리라는 말로 가득 차있을꺼라고 예측하면서 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무작정 아파트에서 나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앞서 제 얘기를 잠시 했는데, 제게 아파트는 이미 너무 친숙한 공간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꼭 아파트여야 했는지 궁금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 또래라면 많은 이들에게 아파트는 그런 공간입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바로 그 아파트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책입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1장에서 이미 주거공간으로 너무 친숙한 아파트가 가진 여러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2장에서는 왜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아졌는지를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짚어나갑니다. 제목과 달리 무작정 아파트를 탈출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여러 측면에서 조명해보고 역사를 되짚어본 후에야 3장에서 현재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말하고, 4장에서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장에서 아파트의 앞날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사례들과 함께 저자의 예측을 곁들여서 보여줍니다.
제목만 보면 저자가 아파트 탈출이라는 해답을 강요하는듯하지만 전혀 그런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친숙하지만, 왜 살게되었는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대한민국 아파트에 대해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