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9회말 - 반전은 지금부터
정광민 지음 / 더로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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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좋아합니다. 따로 저녁약속 없는 저녁이면 6시 반부터 응원하는 팀 경기중계를 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같이 근무하는 분과 나란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야구를 보는날이면 프로야구 5경기 모두를 모니터에 띄워두고 중계를 보기도 합니다.

 야구와 관련된 가장 널리 알려진 격언이라면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의 포수였던 요기베라가 뉴욕메츠 감독시절에 했다고 알려진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입니다. 미묘한 심리묘사를 잘 하는 일본 만화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H2 초반부에 주인공 친구인 포수가 던지는 '타임아웃이 없는 게임의 묘미를 알려주지'라는 말은 요기베라의 말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어쩌다 9회말 / 반전은 지금부터'이라는 책 제목을 듣는 순간 야구에대한 말이지만 인생에도 잘 어울리는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와 '타임아웃어 없는 게임의 묘미를 알려주지'가 생각나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5꼭지에서 7꼭지의 글이 모인 장이 전부 7개가 있습니다. 각각의 장에 제목이 있지만, 각 장에 포함되어있는 꼭지글들이 딱히 개연성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꼭 순서대로 전체를 읽지 않아도 괜찮은 책입니다. 잠시 한숨 돌리는 순간에 책을 들고 아무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목차를 살펴보고 관심가는 글을 읽어도 됩니다.

 책 앞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소개 정도가 제가 저자에 대해서 아는 내용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행착오를 부추기는 응원단장을 자처한다는 대목입니다. 처음 책을 펼쳐서 저자소개부분을 읽을 때부터 책의 상당부분을 읽어나갈때까지는 실망에 가까운 평가를 하고있었습니다. 저자소개 마지막 부분에 '오늘도 그녀는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누빈다.'라고 되어있지만 저자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이기보다 응원 단장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선수에 가깝든 응원 당장에 가깝든 어짜피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건데 뭐가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가에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꾸 시도하라고 말하는데 이런 책들은 개인이 힘든 이유를 온전히 개인에게 돌리기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가, 시스템이 조금만 잘 갖추어져있다면 개인이 좀 더 쉽게 시도할 수 있을테고 그러다보면 필요한 성취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책 뒷부분에 나라별로 실패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부분을 보면 저자도 제가 언급한 부분을 아예 모른체하지는 않습니다.

 책 중간즈음을 읽을때까지는 실망에 가까웠지만, 책 마지막장을 덮을 때는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이 바꼈습니다. 저자가 정말 선수가 아니라 응원 단장이라해도 응원석위에 서있는 순간에는 그 자리가 저자의 현장입니다. 어디에 서 있더라도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좌절하지않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라는 저자의 말을 공허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진행됩니다. 투수는 투구판을 밟아야만 하고,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야만 합니다. 타자가 아무리 강해보여도 투수는 투구판을 밟고 공을 던져야만 하고, 투수가 아무리 강속구 투수라도 타자는 타석에 들어가서 배트를 휘둘러야 경기가 진행됩니다. 자신의 공을 던질 용기와 스스로의 힘으로 공을 쳐내기 위해 배트를 휘두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팁을 책 속에서 얻은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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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 - 상위 1% 부자 3000명, 그 반전의 선택!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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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자기계발서(이 책에서는 비즈니스 서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를 잔뜩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장 앞에가서 살펴보니 아직 남아있는 자기계발서도 제법 되더군요. 한참 읽던 시절에는 자기계발서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예전만큼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습니다. 어지간히 읽다보니 읽는 것보다 실천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너무 단순한 원리를 깨닳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어려운 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를 펼쳐든 이유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있어보이려고 애쓰는 책들이 많은데, 그런 꾸밈 없이 맨얼굴을 바로 드러낸 제목이 강렬했습니다.

 저자인 다구치 도모타카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책 본문에서 한 때 파산에 가까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극복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책 뒷날개를 읽어보니 부친이 보험대리점을 경영하고 있었다는걸로 봐서 아무것도 없이 맨바닥에서 극복한건 아니지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파이낸셜 인디펜던스'라는 머니 카운슬링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연을 들은 사람 숫자가 6000여명이면 그리 많지 않아보이지만, 1600명이 머니 카운슬링을 받았다고 하니 이쪽은 적지 않습니다.

 '어려운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가 어떤 책인지는 책 앞장의 표지날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아래 여섯 개의 질문이 있습니다. 각각의 질문은 모두 두 개의 보기가 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최근 몸의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친구한테 자주 듣는 말은?
 여름휴가 여행지를 정할 때는?
 출퇴근용 가방은 무거운가, 가벼운가?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나눠져있지만 챕터는 거의 의미 없습니다. 앞날개에 있는 여섯 개의 질문을 포함한 총 41개의 질문 하나하나가 모두 별개의 항목이자 부자들의 선택을 알아본다는 면에서 하나의 항목입니다. 저자는 각각의 질문에 독자가 답하게 한 후 부자들이 선택하는 답이 어느 쪽인지 알려주고 그 이유가 뭔지 설명해줍니다. 예전에 많이 읽은 자기계발서들을 떠올려보면 각각의 항목 하나하나가 책 한 권의 내용의 압축이라고 볼 법합니다. 자기계발서를 한참 많이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택하지도 않았을테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고 눈에띄는 질문을 읽고 자신의 평소 선택을 떠올려본 후 저자가 알려주는 부자들의 선택과 그 이유를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어짜피 정답이 없는 인생입니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41개의 질문과 그 답을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하는 말은 누구나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책장에 비즈니스 서적이 한 권도 없는 사람이랍니다. 부자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가 아니고 부자들은 읽고 실천했기에 더이상 책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새겨야 할 고전이 아닌 이상 저자의 말처럼 비즈니스 서적을 꽁꽁 싸매고 있다는 자체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음의 반증임을 알았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난데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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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탈출하라 ky홈 시리즈 1
김용엽 지음 / (주)KY홈(케이와이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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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진주에서 마산으로 이사했을 때부터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날 즈음까지 2년 가까이 살다가 같은 도시의 반대편 끝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사간 아파트는 TV인지 라디오인지에서 광고까지 하던 나름 그 당시 대규모인 아파트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이사가는동안 계속 아파트에만 살아서 무려 여덟 곳의 아파트에 살아봤습니다. 자식들이 대학에 간 이후에 부모님은 시내의 단독 주택에 잠시 살기도 하셨고, 시골에 집을 사서 살기도 하셨습니다. 결국 땅과 가까이 살고싶어하시던 부모님은 지금은 원하는 곳에 집을 지어서 살고 계십니다.


 제가 살았던 아파트는 대규모라고 해봤자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아파트들 10여개가 모인곳이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정말 큰 규모의 아파트는 계획도시인 창원으로 이사간 사촌 집에 갔을 때 처음 가봤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10층이 넘는 높이에 동도 스무 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나중에 서울에 왔더니 스무개 넘는 동은 비교도 힘둘, 한 번에 지은 아파트 차수로 10개가 훌쩍 넘어가는 규모의 단지도 있더군요.


 아파트 그것도 예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아파트가 이제는 곳곳에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큰 규모의 아파트가 서지만, 사람이 적은 곳도 아파트가 있습니다. 공보의로 근무했던 평택만 해도 외곽에 아파트가 제법 있습니다. 시내를 벗어나서 길을따라 달리다보면 뜬금없이 아파트가 한두동 서있습니다. 지나쳐서 다시 좀 a달리다보면 사람들이 모여살던 마을 주변에 또 아파트가 서있습니다. 딱히 사람이 많이 살아야해서 아파트가 생겼다고 보기도 힘든 위치입니다. 오히려 아파트가 생겼기에 그 자리에 사는 사람이 많아졌겠지요. 꼭 아파트가 아니었어도 되었을텐데 왜 아파트가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김용엽이라는 건축사가 쓴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제 곧 집값이 떨어질테니 하루빨리 아파트를 팔아버리라는 말로 가득 차있을꺼라고 예측하면서 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무작정 아파트에서 나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앞서 제 얘기를 잠시 했는데, 제게 아파트는 이미 너무 친숙한 공간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꼭 아파트여야 했는지 궁금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 또래라면 많은 이들에게 아파트는 그런 공간입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바로 그 아파트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책입니다.

 

 '아파트를 탈출하라'는 1장에서 이미 주거공간으로 너무 친숙한 아파트가 가진 여러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2장에서는 왜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아졌는지를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짚어나갑니다. 제목과 달리 무작정 아파트를 탈출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여러 측면에서 조명해보고 역사를 되짚어본 후에야 3장에서 현재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말하고, 4장에서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장에서 아파트의 앞날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사례들과 함께 저자의 예측을 곁들여서 보여줍니다.


 제목만 보면 저자가 아파트 탈출이라는 해답을 강요하는듯하지만 전혀 그런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친숙하지만, 왜 살게되었는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대한민국 아파트에 대해서 찬찬히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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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기술 - 질질 끌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민경욱 옮김 / 모멘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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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의 기술'을 펼치기 전에는 빠른 결정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질질 끌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이라는 책의 부제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책을 받고 읽다보니 '결정의 기술'은 빠른 판단을 도와주는 책이라기보다 제대로 판단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누구나 바르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머리말 제목에도 빠르게 앞에 바르게가 놓여있습니다.

 책 속에서 바른 결정을 위해서 처음에 강조하는 내용은 숫자·팩트·로직 세 가지입니다.

 숫자
 국어가 아니라 산수로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그냥 의견을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서 바라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숫자 중에서도 가공되기 전의 원데이터에 맞춰보는 습관이 중요하고, 인터넷 시대이므로 1차 정보에 바로 접속하고 숫자를 함께 놓고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팩트
 팩트란 주로 숫자와 데이터에서 이끌어내는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그와 다르게 누가 봐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바로 '팩트'라고 강조합니다.

 로직
 숫자와 팩트를 바탕으로 논리를 세우는 일이 바로 로직입니다. 당연히 논리적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로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옳은 여러 가지 로직 중에서 더 바른 해답을 찾아내는게 바로 현명한 결정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마다 여러 의견을 가지는 이유는 로직을 구성할 때 고려한 변수의 개수가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최대한 많은 변수를 고려한 쪽이 더 바람직한 로직이라고 설명합니다.

 숫자와 팩트는 제대로 된 로직을 만들기 위한 바탕이고, 그 바탕을 가지고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변수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는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바른 결정의 방법입니다.

 저자는 숫자·팩트·로직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방법의 기본을 설명한 이후에 여러 이야기를 더합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중요한 순간일수록 직감이 번뜩인다'라고 하면서 직감에 대해서 말합니다. 당연히 직감이니 그냥 마음 가는대로 잘 선택하라는 말을 하는건 아닙니다. 망설여진다면 직감으로 결정하는걸 피하지 마라고 하면서 직감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으려면 평소에 충분한 인풋이 있어야 한다면서 여행, 책, 사람, 선인의 사고과정 추체험 등으로 단련하라고 알려줍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결단할 수 없는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일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일하는 시간이 일생에서 차지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은 인생의 30퍼센트'라고 생각한답니다. 30퍼센트이지만 그 일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세계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꼭 한 번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말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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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칼 -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 헬조선편 / 웰조선편
정욱식 지음 / 유리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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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칼은 재미있는 책입니다.

 먼저 책의 형식이 재미있습니다. 총 270여페이지의 책은 양쪽에서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헬조선편은 어린왕자에서 코끼리를 먹었던 보아뱀이 코끼리 대신 핵무기를 먹은채로 표지에 등장합니다. '모의'로 시작하는 첫 장에서 '진먼다오'로 끝나는 열 여섯 번째 장까지 남과 북의 사이가 점점 악화되는 이야기가 쓰여있습니다.
 웰조선편은 핵무기가 반이 잘린채로 예쁜 꽃의 화분으로 놓여있는 그림이 표지입니다. 꽃 주변으로 갖가지 색의 나비가 날라들고 있습니다. 첫 장은 '결의'로 시작하는대 마지막 열 여섯 번 째 장이 헬조선편과 같은 이름인 '진먼다오'입니다.

 양 쪽에서 시작하는 두 이야기 모두 첫장에서는 누군가가 모여서 의논하는걸로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은 또다른 두 사람이 대만의 진먼다오라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끝난다는점도 눈에띕니다. 물론 헬조선편과 웰조선편은 양쪽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있습니다. 헬조선편에서 처음에 모인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보면 가장 우선시하는 대목이 자신들의 집권입니다. 그를 위해서 주변 정세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거 자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웰조선편도 처음에 모인 인물들이 집권을 위해서 애쓰는건 맞습니다. 그런데 헬조선편의 '모의'에서는 젊은이들의 적대감을 잘 이용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웰조선편의 '결의'에서는 갈등보다는 연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양 쪽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쪽에 쓰여진 이야기가 서로 잘 대비되고 있다는 점 말고 말과 칼이 재미있는건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허무맹랑하지않은 마치 이런일이 있을법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에서 저자가 '세미 픽션·소셜 픽션'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논픽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라고 설명한 책의 방식 때문에 보통의 소설보다 훨씬 쉽게 책 속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며칠 전부터 사드 배치로 인해서 여러가지로 시끄러운 형국인데 책 속에서 사드와 핵무기 등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책의 형식이 소설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시시콜콜 얘기하는건 필요없을듯합니다. 남북관계나 국제정세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것도 아니라 책 속의 내용이 얼마나 현실가능성이 있는지도 제가 논할 부분은 아닌듯합니다. 하지만, 1999년부터 '평화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활동해온 저자가 쓴 글을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읽어넘길 사람은 없을겁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상상력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있을법한 현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저자는 두 가지 상상력을 결과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게 가장 우선이겠지요. 저자의 두 가지 상상 중 어느쪽이 우리의 미래에 가까울지 아무도 모릅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각자가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말과 칼'을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부터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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