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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칼 -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 헬조선편 / 웰조선편
정욱식 지음 / 유리창 / 2016년 6월
평점 :
말과 칼은 재미있는 책입니다.
먼저 책의 형식이 재미있습니다. 총 270여페이지의 책은 양쪽에서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헬조선편은 어린왕자에서 코끼리를 먹었던 보아뱀이 코끼리 대신 핵무기를 먹은채로 표지에 등장합니다. '모의'로 시작하는 첫 장에서 '진먼다오'로 끝나는 열 여섯 번째 장까지 남과 북의 사이가 점점 악화되는 이야기가 쓰여있습니다.
웰조선편은 핵무기가 반이 잘린채로 예쁜 꽃의 화분으로 놓여있는 그림이 표지입니다. 꽃 주변으로 갖가지 색의 나비가 날라들고 있습니다. 첫 장은 '결의'로 시작하는대 마지막 열 여섯 번 째 장이 헬조선편과 같은 이름인 '진먼다오'입니다.
양 쪽에서 시작하는 두 이야기 모두 첫장에서는 누군가가 모여서 의논하는걸로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은 또다른 두 사람이 대만의 진먼다오라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끝난다는점도 눈에띕니다. 물론 헬조선편과 웰조선편은 양쪽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있습니다. 헬조선편에서 처음에 모인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보면 가장 우선시하는 대목이 자신들의 집권입니다. 그를 위해서 주변 정세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거 자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웰조선편도 처음에 모인 인물들이 집권을 위해서 애쓰는건 맞습니다. 그런데 헬조선편의 '모의'에서는 젊은이들의 적대감을 잘 이용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웰조선편의 '결의'에서는 갈등보다는 연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양 쪽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쪽에 쓰여진 이야기가 서로 잘 대비되고 있다는 점 말고 말과 칼이 재미있는건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허무맹랑하지않은 마치 이런일이 있을법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에서 저자가 '세미 픽션·소셜 픽션'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논픽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라고 설명한 책의 방식 때문에 보통의 소설보다 훨씬 쉽게 책 속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며칠 전부터 사드 배치로 인해서 여러가지로 시끄러운 형국인데 책 속에서 사드와 핵무기 등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책의 형식이 소설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시시콜콜 얘기하는건 필요없을듯합니다. 남북관계나 국제정세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것도 아니라 책 속의 내용이 얼마나 현실가능성이 있는지도 제가 논할 부분은 아닌듯합니다. 하지만, 1999년부터 '평화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활동해온 저자가 쓴 글을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읽어넘길 사람은 없을겁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상상력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있을법한 현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저자는 두 가지 상상력을 결과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게 가장 우선이겠지요. 저자의 두 가지 상상 중 어느쪽이 우리의 미래에 가까울지 아무도 모릅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각자가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말과 칼'을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부터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