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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옷장 -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7년 2월
평점 :
'패션'이라는 단어를 보면 가장 먼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리아가 영화의 주 배경인 패션잡지사의 에디터인 미란다를 처음 만났을 때, 앤드리아는 자기 눈에 똑같아 보이는 아이템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듯한 미란다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가 미란다가 성질을 냅니다.
"이딴 거"?
이게 너완 상관없는 일이다?
보풀이 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를 껴입고 대단한 지성이나 갖춘 양 잘난 척을 떠는데, 넌 자기가 입은 게 뭔지도 모르고 있어.
그건 그냥 블루가 아냐 정확히 세룰린 블루야.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 년엔 드 라렌타와 입센 로랑 모두 세룰린 컬렉션을 했지.
세룰린 블루는 엄청 인기를 끌었고 백화점에서 명품으로 사랑받다가, 슬프게도 니가 애용하는 할인매장에서 시즌을 마감할 때까지 수백만불의 수익과 일자릴 창출했어.
근데 패션계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그 스웨터를 니가 패션을 경멸하는 상징물로 선택하다니, 그야말로 웃기지 않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그 때 화난 어조로 쏘아붙이는 미란다의 대사를 들으면서 영화를 보고있던 저도 한 방 먹었습니다. 패션에 문외한이고 패션쇼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제게, 별 생각없이 선택해서 입는 옷 하나하나가 그 시작이 있었음을 알게해주었습니다. 그 장면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패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는 생각을 안했을테고, 그랬다면 <지식인의 옷장>을 펼치지도 않았을껍니다.
<지식인의 옷장>은 영화 속에서 미란다가 '세룰린 블루(cerulean)'에 대해 말한것 같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저같이 별 생각없이 선택해서 입은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떻게 대중화되었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은 1부 '옷장, 가까이 가기'가 'Step 01 패션은 판타지다'와 'Step 02 패션은 여자다'로, 2부 '옷장, 제대로 알기'가 'Step 03 패션은 물결이다'와 'Step 04 패션은 반항이다' 그리고 'Step 05 패션은 돈이다'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 '옷장, 가지고 놀기'는 'Step 06 패션은 이름이다' 와 'Step 07 패션은 궁합이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하나의 아이템에 대한 설명보다 1부 '옷장, 가까이 가기'의 'Step01 패션은 판타지다' 였습니다. 문외한의 입장에서 패션에 대해 과장되고 알아듣기 힘들게 표현하는걸 보면서 가지고있던 거부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런 후에 2부 옷장, 제대로 알기에서 읽은 시대별 패션이나 여러 패션 상향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경향들에 대한 글을 읽으니 전까지는 이전까지는 우연히 생겼을꺼라고만 여긴 여러 패션들이 왜 거기에 도달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패션쇼에서 왜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무대를 걸어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