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 실천 바이블 - 성공하는 주식 투자자를 위한 전략과 전술
오쿠야마 쓰키토 지음, 이성희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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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치투자자는 아니다. 자금의 크기와 타고난 기질 등에 따라서 각자에게 더 적합한 전략이 있을 것인데, 지금의 내게 가치투자는 영 맞지 않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크기가 일정 이상 사이즈를 돌파하면 느긋한 시간과 함께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할 수 있다. 바닥에서 턴할만한 시그널을 포착하고 본격적 상승 전에 진입하는 전략은 매수와 매도 모두 여유롭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거쳐가야할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치투자 실천 바이블>은 피터린치를 추종하는 일본의 30년 경력 가치투자자가 초보자들이 책을 통해 중상급 가치투자자로 올라설 것을 목표로 저술하였다고 한다. 재무를 살펴보는 것이 까다롭고 관심도도 떨어져서 이해가 잘 안되는 편인데, 이 책은 매우 낮은 눈높이로 설명하고 있어서 읽기 쉬운 편이었다. 기본적인 개념들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사례를 공개하기도 하고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분석 등 날카로운 지적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유명 블로거로, 2008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100만엔 시드머니의 공개계좌를 만들어서 투자과정을 공개해왔는데, 14년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2,300만엔을 돌파했다고 한다. 가치투자를 통해 수익금을 쌓아가면서 복리가 누적된 결과 23배 이상 점프한 것이다. 물론 공개계좌인만큼 본계좌의 자산은 훨씬 클 것이다. 느린 투자의 힘을 몸소 증명한 사례이다.

저자는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가치평가 뿐 아니라 산업 성장 가능성과 시장변화를 함께 캐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재무분석이 도리어 시장에 대한 넓은 시야를 방해하고 종목에 집착하게 만드는 경우라 생각한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계속 달라진다. 그저 눈과 귀를 닫고 숫자에만 집착하다가는 탄탄한 회사 주식으로 자산과 시간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치투자는 끊임없이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변동성에도 버틸 수 있는 근거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에 달린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기업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항목들을 점검하는 구체적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데 가치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면서 천천히 매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장점 중 하나인 만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피터린치식 투자를 저자가 한번 더 쉽게 걸러서 설명해주는 책이라 가치투자를 배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리라 본다.

*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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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투자자는 이것만 한다! - 과학적 접근으로 주식 투자 승리하는 법칙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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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식 트레이딩을 연습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하게 말하면 사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진지하게 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 의해 혹은 무의식적 및 의식적 학습에 의해 사전에 프로그램된 행동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대체 왜 내가 이러는 것일까를 아프게 고민하다가 하게된 것은 유튜브와 책에서 뇌과학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인간 사고체계의 과학적 근원을 조금이라도 알게되면 행동교정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러 정보들을 찾아본 결과 또렷한 답을 찾았다기보다는 내가 느낀 것이 확실히 대다수 인간의 행동 패턴이 맞았고, 결국 그를 고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식적으로 많이 생각하면서 반복경험을 통해 조금씩 교정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게임에서 수많은 렙업 노가다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듯이 목표를 인식한 채로 지겨울 정도의 의식적 반복으로 내 행동패턴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인의 행동패턴과 구별되는 트레이더로서의 직관을 길러야만 하는 것이다.

다수의 고수들의 이야기와 탐독을 통해서 역시 트레이딩과 뇌과학 간에는 생각해볼만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었는데, 마침내 뇌과학자가 저술한 투자책이 나왔다. <이기는 투자자는 이것만 한다!>는 일본의 뇌과학자이자 유명투자자인 가미오카 마사아키가 이기는 트레이더로서의 전략을 담은 책인데, 앞서 말한 뇌과학과 행동패턴,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풍부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트레이딩의 세가지 포인트가 있다. 바로 1.재현성, 2.자금관리, 3.멘탈관리. 강력히 동의하는 바이다. 한번의 투자로 초대박이 나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니와 두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약없는 홈런 한방이 아니라 꾸준히 안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다. 적당히 손절하고 실패하더라도 큰 데미지를 입지 않으면서 적당한 수익을 몇번이고 재현할 수 있는지가 첫번째 핵심.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투입비율조절과 분할매도, 손절매 등을 통해 데미지는 작게 이익은 크게 투자자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금관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멘탈이다. 조바심이 나거나 오기가 생기는 순간 돌릴 수 없는 큰 위험이 찾아온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익을 내기 쉬운 시장에서 거래하라는 것. 좋은 장세에서 선택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언제나 먹히는 전략이다. 뇌과학을 공부한 사람이 확실한 의도를 갖고 저술한 만큼 전략적, 심리적으로 참고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술적 분석 쪽 성향에 가까운 책이긴 하지만, 투자는 심리게임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든지 마인드와 멘탈에 기반한 전략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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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나부터 생각할 것 - 상처받고 후회하는 관계에 익숙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45
후지노 토모야 지음, 곽현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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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는 좋게 말하면 배려가 깊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과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아마도 전국시대라 불리는 전쟁혼란기를 아주 길게 겪으면서 칼과 폭력이 일상화된 역사가 근대 직전까지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바로 날아오는 칼에 맞을 수 있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이어진 행동양식이 도리어 예의와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로 오늘날 전해오는 것. 극한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타인을 살피는 감각이 극대화되었겠지만, 사실 모든 생물은 자기 자신을 1순위로 돌보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사회인 만큼 일본에서는 좀 더 마음돌봄에 관한 베스트 셀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다르냐하면 딱히 그런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와 문화 기반은 개화기의 간섭과 식민지화로 상당수가 근대 일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전통적으로 농경 외의 상업과 기술 등을 억눌러왔던 조선시대의 유전자는 지금까지도 개인보다 타인과 협동하고 나누고 또 비교하는 모습으로 한국인에게 남아있다. 한국인들 역시 사회적으로 억눌려 스트레스 받는 개인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도시화되다 못해 개인이 나노화된 사회, 그러나 그만큼 온라인으로 공간적 한계를 넘어 연결되어 있는 유례없는 형태의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단절된 사회인 것 같지만, 결국 대부분의 인간은 직업활동을 지속하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활동을 하게 마련이고, 사회적 관계는 온라인으로 느슨하지만 더 넓게 이어진다. 남 신경쓰다 자신을 놓치기 딱 좋은 시대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의 측면과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측면 모두에서 해당하는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인간 관계에서 트러블을 겪었을때, 나와 상대방 사이의 선을 넘어 강한 의사표현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말없이 관계를 혼자 단절한 일이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은 굳이 내가 부딪히기 보다는 그가 알아서 또다른 누군가와 부딪혀 사고가 나기를 기약하고, 나는 그저 내 삶을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중요시하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행동 자체가 의미가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했다면 때로는 그러지말라고 받아치는 행동이 필요하다. 설령 해당 상대에겐 효과가 없을지라도 그 행동을 했다는 경험 자체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두가 타인만을 생각한다면 각자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그 균형이 유지되겠지만, 사람은 모두가 제각기 다른 탓에 누군가는 자신만을 생각하거나 도리어 상대의 배려하는 태도를 역이용하여 관계의 우위에 서려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모든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부르지는 않는다. 절대로. 태생적으로 유약하고 배려가 깊은 이들은 자신의 본능적 친절함을 믿고 조금은 무례하게 나 자신부터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잘 안된다면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마음을 단련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대히트한 이유가 다 있는 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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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조지 맥개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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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 뒷산에는 늦여름쯤 되면 잠자리들이 수없이 날아다녔다. 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은 꽤나 장관이었고, 방학때는 직접 잠자리채를 들고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왜 잡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틀어박히기 전에는 진짜 잠자리를 잡고 놀았었다. 종류도 한 가지가 아니었고, 날개 끝과 꼬리에 적갈색 빛이 도는 고추잠자리가 예뻤던 기억이 난다. 잠자리채로 내려쳤다가 머리가 없는 몸통만 잡힌다거나 날개가 짖이겨진다거나 하는 일도 잦았지만 사실 작은 미안함 외에 별 생각은 없었다. 몇마리 사라져도 아무런 티가 안날 정도로 잠자리는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집 뒷산은 여전히 건재하고 그때보다 오히려 더 울창해졌다. 시에서 산을 매입하여 일부는 숲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때는 매년 뒷산을 가득 채웠던 잠자리가 이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크는 동안 점점 줄어들더니만 언제부턴가는 우리동네에서 그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렸다. 이제는 여름이 되어도 더 이상 잠자리가 날아다니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동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잠자리를 본 게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니 잠자리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심지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곤충학자이자 BBC다큐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유명해진 조지 맥개빈의 <숨겨진 세계>는 작가가 사랑하는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속도 이상으로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음을 외친다. BBC에서 다큐를 만들면서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아는 곤충들의 놀라움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머리속에 저절로 다큐멘터리 영상이 떠오르고 귀에 그를 해설하는 재치있는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곤충들이 비행하는 메커니즘만 해도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형 비행체 개발에 응용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곤충은 여전히 인간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세계 속에 사는 놀라운 존재들이다.

조지 맥개빈이 이 책을 쓴 이유, 그리고 TV의 진행자가 된 이유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곤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곤충이 너무도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음을 알리는데 있다. 전체 곤충의 40% 이상이 현재 이미 멸종위기라고 할 정도로 현실이 심각하다. 전세계 곤충은 생태계 서클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빠지면 작은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구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한다. 환경 파괴 문제는 우리가 하루이틀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곤충들의 다양성 감소 문제는 다른 환경문제가 이슈되어온 것에 비해서 훨씬 덜 알려졌고, 동시에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다른 곤충들이 다 멸종하고 모기와 바퀴벌레 처럼 도시에 적응한 일부 해충만 남는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끔찍하다.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돌고돌아 극단적인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열대우림은 본래 지구 육지의 12% 정도였으나, 지난 100년 사이에, 그것도 최근 몇십년동안 급격히 파괴되어 6%미만이 남았다. 그리고 갈수록 더 빠르게 파괴되는 중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요리를 하겠다고 르네상스 그림을 불에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복제라도 가능한 그림에 비해 생태계와 멸종종은 대체품으로도 복원이 안된다. 그런데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결국 그것을 자재 삼아 돈을 버는 인간의 행태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성경에 '자손을 낳고 이 땅을 정복하라'는 식의 구절을 적어두고 환경을 그저 이용대상으로 선점하는데 열을 올렸으며, 자연에 어울려 살고 있는 이들은 야만인 취급하며 유린해 온 서구사회가 이제와서 자신들의 자원으로 먹고 살겠다는 열대지방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생각할수록 환경파괴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없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바라만 보아야 하는 문제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문제의식이라도 바로 갖고있는지의 차이가 언젠가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공헌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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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 문화 평전 심포지엄 4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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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초기 근대라 할 수 있는 16세기에 저술되었으나 현대에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책이다. 특히 전쟁을 비롯하여 세계에 많은 갈등을 초래한 문제적 정치인들이 군주론을 참고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군주가 성공적인 치세를 위해 강력한 권력을 쟁취하는 기술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그 방법에 따르면 법과 종교,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약속들을 절대적인 규범이 아닌 그저 일시적 방편으로 삼아 비정하다못해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타인을 이용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책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대체 어떤 사람인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키아벨리는 16세기 피렌체 지방의 외교관이었으나 시대의 혼란으로 정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그도 직위를 잃었다고 한다. 군주론은 그가 당시 이탈리아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로 뭉쳐 발전하여 혼란한 정국이 타개되고, 그 결과로 자신도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마키아벨리는 단순히 의도를 갖고 교묘히 글을 쓴 것만은 아니고, 그 자체가 대단히 독특하고 별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는 현실적 측면에서 이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그가 오히려 반대로 이상주의자였다고 말한다. 군주론이 가진 비인간적 면모들은 사실은 마키아벨리가 이상적인 공화국과 군주의 가능성을 믿었기에 나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권력층 내부의 싸움에 있어서는 갖은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를 통해 쟁취한 권력은 온전히 국가와 인민을 위해 사용하는 이상적인 케이스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삐딱한 시각으로 시대를 조롱하고 비판하던 그는 그만큼 곤궁하였고, 진실되었다. 그 스스로도 이러한 점이 자신을 더욱 영웅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치의 기술을 설파한 사람이 정작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아이러니가 엿보인다.

마키아벨리는 굉장히 현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대적 생각으로 역행하는 면모를 동시에 가진다. 국가를 극도로 신앙화하며 개인은 국가를 위해서 양성되고 때로는 국가 발전을 위해 자의적 법 해석도 용납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오래 전의 사고방식이다. 한편 그는 반귀족, 반봉건적이며, 시민의 편에서 주장하고, 자유롭게 비판과 풍자를 하며 심지어 자유연애 사상까지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모순들은 단순한 모순이라기 보다는 다면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총체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이 마키아벨리 평전을 쓴 폴커 라인하르트는 스위스 프리부르대 근대사 교수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권위자라고 하며, 이 책을 통해 Golo-Mann 역사서술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마키아벨리라는 인간이 가진 다면적 면모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한 감정을 빼고 흥미롭게 서술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꿈꾼 이상적인 공화국과 군주는 모두 실현되지 않았으며, 20세기에는 마침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인간적 전체주의 국가가 나타났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가 다원적 민주주의의 선구자라는 것도, 반대로 전체주의나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는 단지 자신의 시대가 처했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구제책을 심지어 모든 시대에 생명력을 가질 정도의 것으로 내놓았으며, 어디까지나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보면 군주론 그 자체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적을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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