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 문화 평전 심포지엄 4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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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초기 근대라 할 수 있는 16세기에 저술되었으나 현대에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책이다. 특히 전쟁을 비롯하여 세계에 많은 갈등을 초래한 문제적 정치인들이 군주론을 참고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군주가 성공적인 치세를 위해 강력한 권력을 쟁취하는 기술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그 방법에 따르면 법과 종교,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약속들을 절대적인 규범이 아닌 그저 일시적 방편으로 삼아 비정하다못해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타인을 이용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책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대체 어떤 사람인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키아벨리는 16세기 피렌체 지방의 외교관이었으나 시대의 혼란으로 정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그도 직위를 잃었다고 한다. 군주론은 그가 당시 이탈리아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로 뭉쳐 발전하여 혼란한 정국이 타개되고, 그 결과로 자신도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마키아벨리는 단순히 의도를 갖고 교묘히 글을 쓴 것만은 아니고, 그 자체가 대단히 독특하고 별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는 현실적 측면에서 이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그가 오히려 반대로 이상주의자였다고 말한다. 군주론이 가진 비인간적 면모들은 사실은 마키아벨리가 이상적인 공화국과 군주의 가능성을 믿었기에 나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권력층 내부의 싸움에 있어서는 갖은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를 통해 쟁취한 권력은 온전히 국가와 인민을 위해 사용하는 이상적인 케이스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삐딱한 시각으로 시대를 조롱하고 비판하던 그는 그만큼 곤궁하였고, 진실되었다. 그 스스로도 이러한 점이 자신을 더욱 영웅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치의 기술을 설파한 사람이 정작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아이러니가 엿보인다.

마키아벨리는 굉장히 현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대적 생각으로 역행하는 면모를 동시에 가진다. 국가를 극도로 신앙화하며 개인은 국가를 위해서 양성되고 때로는 국가 발전을 위해 자의적 법 해석도 용납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오래 전의 사고방식이다. 한편 그는 반귀족, 반봉건적이며, 시민의 편에서 주장하고, 자유롭게 비판과 풍자를 하며 심지어 자유연애 사상까지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모순들은 단순한 모순이라기 보다는 다면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총체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이 마키아벨리 평전을 쓴 폴커 라인하르트는 스위스 프리부르대 근대사 교수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권위자라고 하며, 이 책을 통해 Golo-Mann 역사서술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마키아벨리라는 인간이 가진 다면적 면모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한 감정을 빼고 흥미롭게 서술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꿈꾼 이상적인 공화국과 군주는 모두 실현되지 않았으며, 20세기에는 마침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인간적 전체주의 국가가 나타났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가 다원적 민주주의의 선구자라는 것도, 반대로 전체주의나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는 단지 자신의 시대가 처했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구제책을 심지어 모든 시대에 생명력을 가질 정도의 것으로 내놓았으며, 어디까지나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보면 군주론 그 자체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적을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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