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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1 : 관계의 분리수거 - 잘 지내려 애쓸수록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ㅣ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1
김경일 외 지음, 최설민 엮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사회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살고 있는 체계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여 다수의 생활을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현대인에게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란 필연적이다. 그런데 관계라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고, 개인은 각자 자라온 환경과 타고난 기질이 모두 다르기에 반드시 크고 작은 마찰과 상처가 따르게 된다. 타인의 마음을 100%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적 관계가 필수적인 만큼 그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상처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사회는 관계맺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부모와 학교생활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통해 방임적 교육을 받으며 각자 사회적으로 생존하는 법을 익혀나갈 뿐이다.
학창시절, 같은 나이의 평등한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에서의 생태계엔, 사실 반쯤은 야생과도 같은,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했었다. 법에 의한 지배가 더욱 공고해지는 성인들 간의 사회생활에서 한편으로 그러한 위계는 약화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남아 사람 간의 관계에서 작용하기도 한다. 사실 법이 규제하는 분야 밖의 감정적이거나 관계적인 문제는, 여전히 각 개인이 만인에 대해 경계하고 투쟁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확률로 태어나 살아 온 두 개인이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은 확률로 이뤄지는 것이다. 우연하게 시작된 인연이 한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부분의 인생에는 일찍이 깊은 깨달음을 전수한 멘토 혹은 그를 미리 알아본 후원자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소중한 만큼 때가 되어 떠나보내야 하는 인연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유한하며, 유한한 존재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속에 끊임없이 변한다. 일시적 주파수가 맞닿을때 이뤄졌던 인연을 서로의 주파수가 달라졌음에도 억지로 붙잡고 있는다면, 서로에게 점점 더 커진 상처가 각자의 존재마저 위협할지 모른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른 후원자와 자의 혹은 타의, 어떤식으로든 적절한 시기에 결별하게 되면서 그를 넘어 더 큰 성장을 한 결과, 영속되지 않는 위대한 존재로 남는다. 인연의 소중함을 알되, 동시에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것. 그것이 <관계의 분리수거> 아닐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권위를 세워내고, 동시에 상대방에게는 너그럽게 대하여 마음을 얻는 것이 인간관계 기술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지키되 일부러 남에게 상처주지는 말고, 더 이상 긍정적인 발전이 어려운 관계라면 상처를 최소화하며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는 것. 이 기술은 단순히 인간관계 잘하는 법을 넘어 인생을 바꾸고, 불행을 피할 수 있는 현명함이다. 언제나 핵심은 자신을 먼저 단단하게 세우는 것, 그리고 두번째로 타인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