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 애덤 스미스에서 윤석열까지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8월
평점 :
최근들어 커뮤니티 등지에서 비난받는 것에 비하여 조선은 나름대로 새로운 시대의 사상을 가지고 개창된 나라였다. 고려말기 거듭된 개혁시도들이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었고, 그 개혁들이 좌절되면서 근본적인 뿌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권력쟁탈에서 승리하면서 새 나라가 발생하였다. 그 배경에는 당시 농업생산의 혁명으로 발생한 생산물의 잉여가 상업발전과 기술 발전으로까지 이어진 송나라의 혁신적인 발전상과 풍요로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건국의 한켠에는 구체제를 뒤집고 우리도 잘살아보자는 생각이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조선 초기의 사회적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질된다. 좋은 나라를 이루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던 성리학이 언제부턴가 목적 그 자체가 되어 지배층의 모든 사고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초기에 추구했던 실용과 기술주의는 은근슬쩍 자취를 감춘다. 구세대의 이념에 지나치게 목을 맨 결과 나라 전체가 사회 발전의 흐름을 놓치고 밀려오는 세계사적 흐름을 오히려 역행하기까지 한다.
조선은 외부에 닫혀있는 나라였으나 오로지 중국, 일본과는 외교했다. 당시 청나라는 이미 서구와 교류하고 있었기에 공무상 청을 찾았던 조선의 관료들도 신세계를 마주하고 돌아왔다. 박제가도 그런 이였다. 그는 서얼 출신으로 신분에 한계가 있었으나 선진문물을 목격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꾼 바, 정조에 의해 기용되기도 한다. 조선 내에서는 거진 한 세기를 앞서 개혁과 실용을 외쳤으나 조선은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박제가의 주장은 개혁을 넘어 혁명적인 구석까지 있었으나, 그를 중용한 정조 역시 구체제 수호 밖으로 생각이 미치진 않았다.
그런 탓에 박제가는 무력했고, 그 무력함을 세상을 조소하거나 성향이 같은 엘리트 친구들과 교류하며 풀었다고 한다. 선각자였으나, 혁명가는 되지 못했다. 전략도 없고 행동력도 없었다. 그의 사망 약 70년 후 개화파들이 행동력은 앞섰으나 전략이 부족하여 실패한 것과 비교된다. 그저 시대를 잘못만나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낭만파에 불과했다.
한 세대가 지나고 구한말, 그사이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정 반대 입장의 낭만가가 있었다. 반강제로 개화를 당하고 급속도로 신문물이 들어오며 청,일,러가 각축을 벌이던 시기, 성리학 고수를 강력히 주장하며 외세배격과 쇄국을 외치던 최익현이다. 뒤늦게 열심히 따라가기도 벅찬 사회 발전의 흐름을, 앞장서서 틀어막으려 한 장본인 중 하나인 것이다. 수구 그 자체였던 그의 태도는 조선의 자생적 발전을 끝까지 막았다. 끝까지 상투를 지켜내고 전통복식을 고수하다가 일제에 대항하여 의병을 일으키는 대목까지 가면 그는 구시대의 낭만을 죽을때까지 충정으로 간직했던 사람이다. 사회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하였지만, 순수한 열정과 충정으로 청렴한 삶을 살다 충심으로 죽어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묘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인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근대사의 인물들을 돌아보고 그를 현대의 정치지형과 견주어 본다. 애덤스미스와 밀튼 프리드먼으로부터 현정부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완용의 비뚤어진 실용주의의 말로, 낭만에 그친 박제가의 사상, 시대착오적인 최익현 등 근대사 인물들을 인용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