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나부터 생각할 것 - 상처받고 후회하는 관계에 익숙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45
후지노 토모야 지음, 곽현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문화에는 좋게 말하면 배려가 깊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과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아마도 전국시대라 불리는 전쟁혼란기를 아주 길게 겪으면서 칼과 폭력이 일상화된 역사가 근대 직전까지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바로 날아오는 칼에 맞을 수 있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이어진 행동양식이 도리어 예의와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로 오늘날 전해오는 것. 극한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타인을 살피는 감각이 극대화되었겠지만, 사실 모든 생물은 자기 자신을 1순위로 돌보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사회인 만큼 일본에서는 좀 더 마음돌봄에 관한 베스트 셀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다르냐하면 딱히 그런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와 문화 기반은 개화기의 간섭과 식민지화로 상당수가 근대 일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전통적으로 농경 외의 상업과 기술 등을 억눌러왔던 조선시대의 유전자는 지금까지도 개인보다 타인과 협동하고 나누고 또 비교하는 모습으로 한국인에게 남아있다. 한국인들 역시 사회적으로 억눌려 스트레스 받는 개인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도시화되다 못해 개인이 나노화된 사회, 그러나 그만큼 온라인으로 공간적 한계를 넘어 연결되어 있는 유례없는 형태의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단절된 사회인 것 같지만, 결국 대부분의 인간은 직업활동을 지속하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활동을 하게 마련이고, 사회적 관계는 온라인으로 느슨하지만 더 넓게 이어진다. 남 신경쓰다 자신을 놓치기 딱 좋은 시대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의 측면과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측면 모두에서 해당하는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인간 관계에서 트러블을 겪었을때, 나와 상대방 사이의 선을 넘어 강한 의사표현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말없이 관계를 혼자 단절한 일이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은 굳이 내가 부딪히기 보다는 그가 알아서 또다른 누군가와 부딪혀 사고가 나기를 기약하고, 나는 그저 내 삶을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중요시하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행동 자체가 의미가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했다면 때로는 그러지말라고 받아치는 행동이 필요하다. 설령 해당 상대에겐 효과가 없을지라도 그 행동을 했다는 경험 자체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두가 타인만을 생각한다면 각자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그 균형이 유지되겠지만, 사람은 모두가 제각기 다른 탓에 누군가는 자신만을 생각하거나 도리어 상대의 배려하는 태도를 역이용하여 관계의 우위에 서려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모든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부르지는 않는다. 절대로. 태생적으로 유약하고 배려가 깊은 이들은 자신의 본능적 친절함을 믿고 조금은 무례하게 나 자신부터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잘 안된다면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마음을 단련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대히트한 이유가 다 있는 책인듯.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