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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 하고 자빠졌네 - 인생 역전 대박 코인 레퍼토리
눈먼시계공 지음 / 여의도책방 / 2024년 10월
평점 :
책 디자인과 제목이 B급 감성이라 책 자체도 그냥저냥 B급일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고 놀랐다. 코인시장의 생리에 대해 빠삭한 저자가 그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살아있는 코인썰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암호화폐 관련지식은 두꺼운 전문서적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다. 특히 트위터 등 SNS에 정보가 아주 산발적으로 퍼져있기에 문화와 맥락의 이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수도 있는데, <밈코인 하고 자빠졌네>는 코인판에서 좀 놀아본 저자가 아주 프리한 말투로 코인 커뮤니티 문화와 역사를 재미있게 정리해준다. 저자는 아마도 트위터에서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코인충인척 하는, 가진 부에 비해 매우 젊은 남자일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의외로 만나보기 쉬울 수도 있다. 당신의 팔로잉중에 의심되는 후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혀 새로운 투자시장인 암호화폐 시장은 태생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왔다. 비트코인에 대해 소수의 사람들만이 논하던 때에도, 의구심만이 가득할 때에도 언제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토론이 이루어져왔으며,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언제나 온라인 커뮤니티로 뭉쳐있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재 모습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 밖에 생존에 성공한 수많은 다른 암호화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커뮤니티는 암호화폐의 하방을 지지하고 온라인 바이럴을 일으키기도 하며, 때로는 직접 탈중앙화된 코인의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기술력만큼이나 커뮤니티의 확보와 지속이 암호화폐 성패의 중요한 요소이다.
태생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붙어있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징인 밈과도 뗄 수 없다. 특정 코인 커뮤니티 내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애정을 보내는 다양한 밈들이 생성되고 이는 해당 코인의 브랜딩과 마케팅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체 코인커뮤니티에서의 이슈를 반영하고 패러디하는 것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급기야 언제부터인가는 밈 그 자체를 위한 코인이 나오기 시작했다. 묘한 표정을 짓고있는 시바견에 doge(dog에 e를 붙였을 뿐이다)라는 별명을 붙여 여기저기 인용하는 doge밈을 메인 이미지로 하여 라이트코인을 포크한 "doge coin"이 탄생한 것이다.
밈이란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짤이라 일컫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특정한 형태의 문화 혹은 창작물 등을 지칭한다. 인터넷 용어와 이미지 등을 적극 이용하며 특정 소재를 패러디하고 희화화하며 향유하는 일종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밈코인은 이러한 밈을 테마로 한 코인으로, 딱히 별 기능이나 목표가 없이 존재한다. 그저 코인 자체를 밈으로 즐긴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 문화를 향유하는 이들간의 커뮤니티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코인이 등장한 것이다. 초기에 단지 장난처럼 보였던 이러한 시도는, 도지코인이 출시 몇년 후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함께 천문학적인 상승을 보여주며 더 이상 장난만은 아니게 되어버린다. 심지어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수장인 일론머스크는 밈을 적극활용하여 온라인 바이럴을 일으키고 한때나마 테슬라 제품 구입에 도지코인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밈코인하고 자빠졌네>의 저자의 첫 성공이 바로 이 도지코인을 통해 만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했던 밈코인은 이제는 더이상 재료로 쓰일 밈도 없이 그 자체가 밈으로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 시장이 발전하며 등장한 이더리움 킬러들 중 가장 성공한 솔라나 체인의 발전, 그리고 이더리움에 레이어를 씌워 저렴하고 빠르게 이용가능한 L2체인의 발전으로 인하여, 이제는 시시각각 수많은 밈코인이 양산되고 출시 직후의 일시적 펌프앤덤프, 밈코인 개발자와 세력들의 먹튀용 쓰레기코인으로 소모되고 있다. 애초에 커뮤니티성 외에 아무런 기능이 없었던 밈코인은 태생이 쓰레기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커뮤니티성은 아트와 결합하며 NFT로 발전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밈코인하고 자빠졌네>의 저자는 몇년 사이 밈코인을 통해 큰 부를 이루었다고 한다. 밈코인의 이해를 통해 새로운 밈코인의 주인이 될 것을 권하는 책이다. 사실 밈코인 제작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 책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솔직한 고백이다. 별 기능이 없고 아무 계획도 없는 것이 대부분인 밈코인은 어떤면에서는 사기, 혹은 도박과도 같다. 물론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고 그저 재미일 뿐을 강조한 만큼 사기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밈코인에 설거지 당한 경험들은 많지만 직접 만들어 본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성이 핵심인 밈코인 제작에 성공한다면 정말 새로운 가치창출의 영역이 열린다. 도전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과 밈이라는 두 새로운 문화의 결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은 분명 어떠한 새로운 기회의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태 국내에 출간된 그 어떤 암호화폐 관련 서적에서 읽을 수 없었던, 코인판에서 딥하게 굴러봤던 이들만 알 수 있는 내러티브가 담긴 책이다. 이 리뷰를 보며 모니터 앞에서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는 코인충 눈먼시계공 작가님은 개추부탁드립니다.
*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